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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의 여름

나의 바르셀로나

by 마케터 아델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여름이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해서 바르셀로나의 여름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다.


바르셀로나의 여름은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나라를 떠나 정착하는 이유가 될 만큼 그리고 이방인으로서의 삶이 힘들어도 다음 여름을 기다리며 견딜 만큼 매력적이다. 따가운 햇빛이 얼굴에 닿을 때, 더운 공기가 온몸을 감쌀 때, 부서지는 햇살에 눈이 부실 때 엔도르핀이 마구 뿜어져 나오게 되는 바르셀로나의 여름은 항상 반갑다.




지중해성 기후


바르셀로나의 여름을 가장 좋아하게 된 건 이 곳이 지중해성 기후에 속하기 때문이다. 지중해성 기후 덕분에 바르셀로나는 혹독한 추위나 불쾌한 더위가 없는 평온한 기온의 날씨가 일 녀 내내 나타난다. 그증에서도 고온의 맑은 날씨가 계속되는 건조한 여름은 최고의 계절이다.


바다를 바로 맞대고 있어 8월 초에는 잠을 뒤척일 만큼 습도가 높아지는 날도 종종 있지만 한국 여름 장마에 비하면 훨씬 견딜만하고 오래가지 않는다. 건조하다 보니 30~35도까지 오르는 온도에도 그늘에 들어가면 금방 시원해진다. 바르셀로나의 가정에 에어컨이 별로 없는 이유이다. 선풍기도 습한 며칠을 제외하고는 거의 틀지 않는다.


하지만 지나치게 뜨거운 햇볕이 집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차양인 '페르시아나 Persiana'는 거의 모든 집 창문에 설치되어 있다. 태양이 가장 강하게 타오르는 1~4시 사이에 블라인드 형태로 창문에 설치된 페르시아나를 닫아 놓는다.


페르시아나를 치는 시간은 스페인의 낮잠시간인 '시에스타 Siesta'시간과 일치한다.




바르셀로나의 여름 즐기기

구름이 없는 파란 하늘에 아침 7시쯤부터 떠오른 해는 밤 10시가 가까워지도록 지지 않는다. 하루가 아주 긴 바르셀로나의 여름 동안에는 더욱 여유롭게 도시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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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시아 지구의 솔 광장에 놓인 테이블에 앉아 차가운 까냐를 주문한다. 안주로 먹을 올리브와 후무스도 빼놓을 수 없다. 선글라스, 비치타월, 모자를 챙겨 노바 이까리아 해변으로 간다. 바다와 가까운 곳에 자리를 펴고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다가 낮잠도 조금 자면서 오후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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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네타 해변에 있는 치링기또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친구들과 맛있는 식사를 하고, 산 쿠갓에서 유명한 큰 아이스크림을 들고 동네를 산책하고, 해 질 녘 고딕지구 호텔 루프탑에서 바르셀로나의 야경을 바라본다.



그리운 여름


올해 유난히 긴 장마와 세 번이나 다녀간 태풍 때문에 비와 먹구름이 가득한 여름을 보내면서 5년 만에 한국에서 보내는 여름이 너무 섭섭했다. 매일 바르셀로나에서 보냈던 햇살 가득한 여름을 떠올렸다.


바르셀로나를 생각하면 사실 그리운 게 많지 않지만 그곳에서의 여름은 내가 머물렀던 시간에 수많은 추억을 더해주었고 나를 버틸 수 있게 해 준 큰 이유 중 하나였기 때문에 항상 그립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 같다.








나, 아델


한국 회사 생활을 정리한 후 3개월 동안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났다. 한 달을 보낸 바르셀로나는 꼭 살아보고 싶은 도시가 되었고 한국에 돌아온 지 6개월 만에 다시 떠나 5년이라는 시간을 바르셀로나에서 보냈다. 바르셀로나에서 카탈루냐 사람들은 나의 또 다른 가족이 되었고 다양한 국적의 유럽 사람들은 내 회사 동료 혹은 친구가 되었다. 바르셀로나 도시 자체를 너무 사랑했지만 이방인으로서의 생활은 쉽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는 그 도시를 사랑하는 마음만큼 미워하는 마음도 크기를 같이 하고 있다.


'나의 바르셀로나'는 이런 기억들을 조금씩 적어보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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