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n Nov 17. 2021

겨울 옷은 왜 따뜻할까?

감성 에세이


장롱 깊숙이 겨울옷을 꺼내 정리한다.



자주 입어서 낡은 옷들,

거의 입지 않아 새것 같은 옷들,

유달리 편한 옷들,

추억 묻은 옷들,

있었는지 기억도 안 나는 옷들,



옷을 하나둘 정리하다 멈짓,



군데군데 생긴 보풀과 늘어난 소매, 빛바랜 색

아주 낡아버린 스웨터 하나.

벌써 3년째 버릴까 말까 고민하다 매번

고이 접어 다시 장롱 서랍에 둔다.



이 옷을 입고

눈 내리는 겨울밤 사랑했던 연인과 오래도록 걷기도 했고

친구들과 함께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거리를 쏘다니기도 했고

마지막 어머니의 병문안도 갔었다.



어머니는 옷이 내게 잘 어울린다고 등을 쓰다듬으며 말씀해주셨고

친구들은 오늘 좀 괜찮다며 멋쩍게 말했고

사랑했던 연인은 내 품에 폭 안겨 스웨터가 참 보드랍다고 했다.



이 낡은 스웨터엔

어머니의 고운 손길,

우정,

사랑,

그리움이 묻어있다.



참 따뜻했던 이 스웨터는 낡아버려 더 이상 입지는 못하지만

겨울날의 아름답던 기억들을 고스란히 담아

다시금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작가의 이전글 교회를 간 무신론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