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ossible Kim Jan 05. 2021

목숨 걸고 미니멀리스트 되기

새해의 은밀한 계획

우리 집에는 맥시멈 리스트와 미니멀리스트임을 숨기고 있으나 앞으로 되고 싶은 자가 산다. 

아내는 맥시멈 리스트. 나는 미니멀리스트.

이 글이 발행되고 

내가 지병도, 사고도 없이 죽었다면,

이 글은 본 아내가 날 죽였을지도...


새해라고 꼭 계획을 세워야 된다는 건 강박관념이라 생각하는 편이라. 새해라고 굳이 기대하거나 다짐하는 것은 없다. 물론 지난해를 반성하고 새해에는 다시 시작하는 다짐을 할 수도 있다만. 그럼 연말은 버리는 시간인가? 10월부터는 막살다가 1월부터 다짐하면 무슨 소용인가? 현재에 집중해서, 바로 지금 나의 모습에서 반성하고 다짐하는 내가 되기로 했다. 

그건 바로

미니멀리스트 되기


미니멀리즘을 검색해 보니 이와 관련해서 어떤 철학이 있다느니 삶의 성찰 따위로 포장하는 것은 개나 줘버리자. 난 그냥 지저분하게 집 한 구석에 안 쓰는 물건이 집에 쌓이는 게 싫다. 보기만 해도 꼴 보기 싫다. 

문제는, 내 물건들은 이미 미니멀 되어 있고

아내의 물건들만 맥시멈 하다는 것.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전에 아내의 쌓아둔 물건 중에 펜을 슬쩍 가져가서 쓴 적이 있다.

두 어달이 지났을까?  

펜이 사라진 것을 발견한 아내는 무섭게 추궁했다.

'펜을 가만히 두면 뭐 하냐고, 펜을 써야 가치가 있는 거라고, 그래서 내가 가져가서 잘 썼다고' 하는 나의 말은

아내에게는 개소리로 들렸다. 십 여분 간의 사나운 토론 끝에 난 결론은,

"내 물건 절대 건드리지 마. 너 죽는다." (이런 험한 말은 물론 중국어로)

건드리지 않기에는 너무도 많은 아내의 물건은 미니멀리스트 되기의 최대 적이다.

아내의 물건을 어떻게 버릴 것인가?


넷플릭스에서 다큐 '미니멀리즘:비우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2가지 방식으로 물건을 정리하더라. 

1. 천천히 안 쓰는 물건들을 정리하고 하나씩 버리기

2. 모든 물건을 박스에 넣고 한 달간 생활한 후, 한 달이 지나도 꺼내지 않은 물건은 모조리 버리기

우리 집의 안방과 거실 베란다에는 안 쓰는 물건들을 모아두는 창고가 있다. 이 곳에 있는 물건들 중 대부분은 단지 아내가 넣어 두었을 뿐, 목적과 이유도 없이 2~3년 이상 창고에 처박혀 있다. 

난 이 물건들로

1 일 1 물건 버리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걸리면 죽는. 아내에게 죽는. 

목숨 걸고 미니멀리스트 되기. 시작.

이전 16화 개 주인을 찾습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