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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재쌤 Aug 31. 2020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당연한 것은

정전과 단수가 일상인 이곳

당연하게만 생각했던 것들이 없다 보니 알게 되었다.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모든 것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이곳에서 정전과 단수는 흔하디 흔한 일상이다.

처음 살았던 집에선 정전이 하루 2번은 기본이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점차 적응을 하고 있었다.


정전 1일째 ‘내일은 들어오겠지’라는 희망을 가져보고,

2일째 ‘내일은 정말 들어오겠지’라는 희망을 다시 가져본다.

3일째 ‘내일은 들어와야 될 텐데’라는 소망을 가져보고,

4일째 ‘설마 내일도?’라는 의구심을 가져본다.

5일째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는 편안한 마음을 가져본다.

이제는 불이 켜지면 어색할 정도다.


내가 살던 집은 3층이었고 올라갈 때마다 불이 하나씩 켜진다. 

하지만 불이 켜지지 않으면 마음을 내려놓고 휴대폰 플래시와 함께 집에 들어가면 된다.


들어와서 바로 샤워를 하러 들어간다. 이때 핸드폰 배터리는 아껴야 했기에 양초를 켠다.  

당연히 따뜻한 물은 나오지 않아 찬물로 샤워를 시작한다. 그래도 물이 나오다니. 운이 좋은 날이다. 

여기서 화장실 물이 끊기는 경우도 간혹 있다. 

당황하지 않고 준비해두었던 500ml 물병을 가져온다.

물 한 병 가지고 어디까지 씻을 수 있을까?

머리 절반, 얼굴 반쪽만 씻을 수 있다. 샴푸와 폼클렌징을 한 번에 하는 것이 물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이다. 

남아있는 거품은 수건으로 닦으면 샤워를 무사히 마칠 수 있다.


단수 뒤 나오는 물

샤워를 하고 나왔더니 고양이가 밥을 달라며 울고 있다. 

재빨리 고양이 밥을 챙겨준 뒤 저녁식사를 준비한다. 

아 참! 부엌은 오후 3시 이후부터는 물이 나오지 않아 화장실 물을 가져다 사용해야 한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양치를 하러 들어간다. 한 번은 폼클렌징을 치약인 줄 알고 칫솔에 묻혀 입에 넣었다가 낭패를 본 적이 있어 이때는 양초가 있는 곳으로 가져가 확인하고 짠다.


모든 할 일이 끝나면 조용히 책을 편다. 

이렇게 낭만적일 수 없다. 

사막에 온 듯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곳에서 사색을 즐긴다니..


어느 정도 잘 시간이 됐다 싶어 잠자리에 누웠다. 

현재시간 오후 8시, 잠에 든다.


오전 5시 30분. '꼬끼오' 소리와 함께 밝은 햇살이 나를 반긴다. 빛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나의 하루는 이렇게 끝이 난다.


이제는 빛이 들어오고 물이 나오면 감사하다.

당연히 있어야 될 것들이 없다 보니 알게 되었다. 

이것들은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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