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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재쌤 Oct 16. 2020

함께라면 못할게 뭐야

종합 우승은 우리 것이었다.

아프리카 코사족 속담에 는 말이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수도에서 개최된 태권도 대회가 끝나고 4개월 뒤 지방에서 국가대표 선발전을 개최했다.

계획부터 대회를 진행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우리 학생들에게 기회를 줄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하고 싶었다.


막상 진행하려니 어떻게 진행을 해야 될지 몰라 인터넷에 찾아보곤 했지만 원하는 정보를 얻기 힘들었다.

포기하려 할 때쯤 우연히 볼리비아에서 대회를 개최한 다른 사람의 블로그를 발견해 연락했고 그분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정신없이 시간은 흘러 어느새 대회 이틀 전이되었다.

도와주는 스태프들이 우리 집으로 모두 모였다. 6시간이 걸려 왔지만 쉬지도 못하고 바로 회의를 시작했다.

회의를 마치고 늦은 저녁을 먹은 뒤 다들 피곤했는지 금세 잠에 들었다.


다음날 오전 8시, 짐을 들고 장소로 이동했다. 다행히 학생들이 도와주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청소를 하고 매트를 설치할 때 즈음 참가 등록을 하러 팀들이 오기 시작했다. 대부분 우리한 체급으로 출전하기 위해 전날부터 물도 마시지 않고 밥도 굶는 경우가 많았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지만 그것마저 줄이기 위해 운동장으로 뛰러 나갔다. 저녁 10시가 넘어서야 끝이 났지만 내일 있을 대회를 위해 다시 회의를 진행했고 새벽 1시가 되어서야 잠에 들 수 있었다.

대회 당일 오전 6시 반, 다들 피곤해 보였지만 웃음을 잃지 않고 힘차게 출발했다.

이상하게도 저번 대회와는 다르게 모든 팀이 늦지 않고 모였다.

바로 팀별로 줄을 세워 개회식을 진행하였다. 개회식에는 간단한 인사말과 경기의 룰 그리고 모든 일정을 설명했다.

개회식이 끝남과 동시에 어린이 체급 경기를 진행했다. 어린이 체급 인원은 많지 않았기에 하루에 끝낼 수 있었다.


시니어 경기는 인원도 많고 부상자가 많이 생기기에 더욱 집중해야 했다.

시니어 예선전이 끝나고 준결승전을 시작하자 오히려 코치들이 날뛰었고 영상판독을 계속하느라 시간은 연장이 되었다.


30초를 남기고 누군가 소리를 지르면서 넘어졌다.

멀리 서봐도 우리 팀 학생이었다.

바로 뛰어가서 발을 보니 경기가 불가한 발이 되어버렸다.

당장이라도 병원에 데려가 검사를 해야 했다.


“사이먼, 이만하면 됐으니 병원 가자”

고개를 저으면서 “저는 꼭 이기고 싶어요, 결승전에 가고 싶어요”라고 말하며 기회를 달라는 것이었다.

이 친구의 의지를 꺾고 싶지 않아 내보내기로 결정했다.

"그럼 어떻게든 30초 버티고 나와. 대신 아파 보이면 바로 뺄 거야"

사이먼은 고개를 끄덕인 후 시합장에 발을 내디뎠다.

30초가 어찌나 길던지 상대방은 이 기회를 놓칠세라 달려들기 시작했다. 사이먼은 발도 올릴 수 없어서 피하기만 할 뿐이었다.

마지막 3초 남기고 1점 차이로 이기고 있을 때 사이먼이 발을 들어 상대방을 밀쳐내고 경기가 끝이 났다. 다행히 경기는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결승전이 있었기에 기뻐할 수 없었다. 병원에서는 다행히 인대만 늘어나서 쉬면 된다고 했지만 이 친구는 절대 쉴 수 없다며 끝나고 쉬겠다며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나도 이 친구의 의지를 굽히고 싶지 않아 참가시켰다.


결과는 2점 차 패배.

경기가 끝나고 사이먼이 코트에 주저 않아 우는 순간 시끄럽던 경기장이 언제 시끄러워냐는 듯 고요해졌다.

사이먼이 일어나 퇴장할 때 관중석에서 박수가 들리기 시작했다.

고요함 속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이 경기에서 승자는 너 자신이야! 울지 마"

그 말을 듣고 사이먼은 감사하다며 관중석을 향해 90도 인사를 했다.

그렇게 모든 경기가 마무리되었고 시상식이 진행이 되었다.

경기 결과 종합 우승은 우리 학교였다.

트로피를 받으러 나왔을 때 학생들이 나를 향해 달려와 들어 올려주었다.

'이 행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요번 대회는 나 혼자였다면 불가능했었을 것이다.

자신의 일처럼 열심히 도와준 선. 후배. 동기들 그리고 우리 아이들 덕분에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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