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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재쌤 Oct 14. 2020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

하늘이 내려준 천사들을 가르치다

이들은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이것은 나의 큰 착오였다.
진정 행복하지 못했던 사람은 나 자신이었다.
사소한 것에서도 행복을 찾을 줄 아는 이들이야말로
진정 행복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내가 자주 가는 카페 사장인 로비나(모링가 편에 출연)는 매주 토요일마다 고아원에 봉사를 하러 간다.


어느 날 차를 마시며 멍 때리고 있는데 로비나가 오더니 “내가 이곳에서 봉사하는데 한 번 같이 가볼래?”라고 물었다.

나는 고민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었고 ‘이곳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작은 능력을 더 사용할 곳이 없을까’ 고민하던 참이었다.

‘잘 됐다, 하는 김에 제대로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그곳으로 갔다.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있어서 통제하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다음에 갈 때는 제자들과 같이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모세스, 윌슨, 칼릭 세 명의 제자들이 도움 요청을 흔쾌히 수락해주어 같이 가게 되었다.

한 명씩 일어나서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아이들은 자기소개를 할 때 부끄러운지 땅을 보고 소개를 얼른 하고 앉아 버렸다. 소리도 너무 작아 들리지 않았다.

“안 들려! 우리는 너희를 잡아먹지 않아 크게 말해줘!”라고 말하니 그때야 히죽히죽 웃으며 큰소리로 시작했다. 다만 쳐다보지는 못했다.


소개를 마친 뒤 태권도 수업이 시작되었다.

20명이 넘는 아이들은 천방지축 돌아다니기 바빴다. 아마 줄 세우는 데만 5분이 걸렸던 것 같다.

몸풀기부터 시작해서 발차기까지 한 번에 진행했다. 몸풀기에서 힘을 다 뺏는지 몇 명은 바닥에 냅다 누워버렸다.

그 사이 발차기를 시작했고 서로 높게 찰 거라면서 경쟁이 시작됐다. 그러다 넘어져 우는 아이도 있었다.

반면에 넘어졌지만 울지 않고 씩씩하게 일어나 다시 높게 차기를 도전하는 아이도 있었다.

발차기 수업이 끝나고 챙겨 온 장비들을 이용해 겨루기를 진행했다.

서로 짝을 지어 누구는 무서워서 도망가기도 하고 누구는 야생마처럼 상대방에게 달려들기도 했다.

재밌게 겨루기를 한 뒤 송판 깨기를 마지막으로 했다. 힘찬 기합과 함께 격파된 송판은 아이들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었다.

아마 깨는 것보다 그 송판 조각을 주머니에 넣는 걸 우선시했던 것 같다.


수업이 끝난 후 한 아이가 다가와 “마스터.. 나 지금 너무 행복해요, 이 순간을 잊지 못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아무 말 없이 아이를 안아주었다.

떠나려고 할 때 밖에서 가지 말라며 소리치는 아이들, 또 오라며 열심히 손을 흔드는 아이들을 본 순간 마음이 무거워졌다. "얘들아 또 올게”라는 거짓말과 함께 떠날 수밖에 없었다.


우간다에 고아들은 부모님이 도망을 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친척들이 키우거나 고아원으로 보내진다.

이해를 하고 싶어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내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내 아이를 나 혼자 살기 위해 버리고 간다는 것을.

그 아이에게는 얼마나 큰 상처일 것인가.

나는 오늘도 아침 일찍 일어나 이 아이들을 위해 기도를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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