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덕재쌤 Sep 07. 2020

우리 집에 밥 먹으러 올래?

콩나물은 데쳐서 먹는 거였다


한국에서는 자취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내가,

기껏 해봐야 라면과 계란 프라이만 해본 내가,

과연 혼자서 굶어 죽지 않고 잘 살 수 있을까?


이곳에는 센트럴 마켓이라는 큰 시장이 있다. 우리나라 재래시장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센트럴 마켓은 5분만 걸어가면 도착할 수 있어서 자주 갔었다. 

그곳에서 쌀, 과일, 야채, 옷 등 웬만한 건 다 살 수 있다. 

특히 이 지역은 쌀이 유명해서 다른 지역 사람들이 구매하러 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밥을 하기 전에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돌'

돌을 직접 골라서 주지 않기에 그대로 밥을 했다가는 돌반, 밥반이 될 수 있다. 

참고로 나도 먹다가 돌을 씹어 이빨이 조금 깨졌다. 


가끔 시장에는 배추와 부추가 들어온다. 두 야채를 사기 위해 야채가게 사장님들께 정보를 듣고 미리 와서 기다린다. 사기 위해 1시간을 기다렸건만 나에게 주어 진건 시든 것들뿐..

"언제 다 팔렸어?"

"방금 너랑 똑같이 생긴 사람들이 다 사갔어" 

그렇다. 중국 사람들이 다 사버린 것이었다. 할 수 없이 시든 배추와 부추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했다. 없어서 못 사는 사람들도 많았으니..


센트럴 마켓에 들어갈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과 눈빛이다. 

이곳은 정찰제가 아니기에 외국인이다 하면 무조건 비싸게 부르는 특성이 있다.  

그렇기에 미리 가격에 대한 정보를 듣고, 가격협상을 할 때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

"당근 얼마야?"

"1kg에 만 실링(한화 3500원)이야" 

참고로 원래 가격은 1kg에 2천 실링(700원)이다

"말도 안 돼 나 안 사"

"그럼 얼마를 원해?"

"천 오백 실링이면 살게"

"에휴... 그래 그냥 가져가"

하다 보니 가격협상에는 달인이 되었다. 

닭볶음탕부터 시작해서 찜닭, 생선 없는 초밥, 파인애플 볶음밥, 월남쌈, 짜장면, 파스타, 잡채 등 많은 것을 시도했다. 맛이 없던 적도 많았지만, 다행히 맛있었던 적도 많았다.


우간다에 새로 오신 후배님들을 점심식사에 초대했다. 

메뉴는 비빔밥이었고 오시기 전 모든 준비를 마쳤었기에 바로 드실 수 있었다.

먹던 중 뭔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생각해보니 콩나물이 빠졌었다. 제일 중요한!

얼른 일어나 냉장고에 있는 콩나물을 가져와서 밥 위에 올려드렸다.

먼저 한 입 먹었을 때 원래 내가 먹던 맛이 맞나? 싶었다. 

후배분들은 내가 한입 먹을 때까지 지켜보고 있었다. 아마도 그분들은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아셨던 것 같다.


다 먹고 커피를 마시면서 나에게 물으셨다.

“콩나물 일부로 이렇게 넣은 거죠?"

그때까지 뭐가 잘못된 건지 몰랐었다.

"보통 콩나물을 조금 데쳐서 하지 않나요?'

너무 부끄러웠다. 이렇게 오늘도 하나를 배웠다. 

콩나물은 생으로 먹지 않는다. 

그래도 맛있게 드셔주셔서 감사했다.

이전 16화 응답하라 2018,  여기는 아프리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