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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재쌤 Sep 03. 2020

버스에서 6시간 육아하기

육아는 곧 체력이다

우간다 버스는 만석이 되어야 출발하기에 최소 1시간에서 최대 3시간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항상 버스를 타기 전에는 마음을 비우고 타야 했다.


이날은 피곤했는지 버스에 앉자마자 잠에 들었다. 

일어나서 시간을 보니 3시간이 지나있었고 '지금쯤이면 절반은 왔겠지?'라고 생각하여 창문 밖을 보았다. 

아직 이곳이 꿈속인가 싶었다. 허벅지를 꼬집고 다시 창문 밖을 보았다.

버스는 출발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일어나고 거짓말처럼 5분 뒤에 출발했다. 


출발한 지 20분쯤 흘렀을까? 갑자기 길가에 차를 세워 손님을 더 태우기 시작했다.

짜증이 나서 버스기사에게 가려고 순간, 젊은 엄마가 3명의 아이를 데리고 올라탔다.

첫째는 많아봐야 초등학생이었고, 둘째는 막 젖을 뗀 아기, 셋째는 아직 젖을 떼지 않은 아기인 듯 보였다. 

뒤에 딱 한 자리가 남아있어 젊은 엄마는 셋째를 품에 안고 빠르게 뒤로 이동했다.


남겨진 큰 아이는 둘째를 품에 안고 자연스럽게 바닥에 앉았다. 

첫째가 앉은 곳은 혼자 앉기도 좁은 곳이었다. 

'도와줘야 하나? 좀 오지랖인가' 내적 갈등을 하다 첫째에게 말을 걸었다.

"힘들지?"

첫째는 괜찮다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서 땀이 흐르는 것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그럼 아이라도 내가 안고 있을까?”

첫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웃으며 아기를 내 무릎 위에 올렸다.


이렇게 우리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가는 동안 아기는 내 품이 엄마 품처럼 편안한 듯 세상 평온한 표정을 지으며 잠만 잤다. 

잠을 자면서 내 가슴을 만지기도 했다.       

도착하기 1시간 정도 남았을까 아기가 갑자기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아기를 키워보지 않은 나로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달래기 위해 '후르르 까궁', '손 흔들어 주기' 등 온갖 수단을 다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때 전화가 와서 핸드폰을 꺼내는 순간 아기가 울음을 그치고 핸드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전화를 바로 끊고 핸드폰을 아기 손에 쥐어줬다. 그리고 사진 어플을 셀카 모드로 전환해서 보여주었다.

신기했는지 꺄르르 웃으며 만지기 시작했다. 

달래는 것이 이렇게나 단순했다니.. 

핸드폰 덕분에 도착할 때까지 편하게 올 수 있었다.

도착을 해서 내리려고 첫째에게 아기를 건네려고 하자 또다시 울기 시작했다. 


그때 뒤에 있던 엄마가 와서 울음을 그쳤다.

"우리 또 보자" 인사를 한 뒤 내렸다.

아기가 타고 있는 버스가 사라질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날 밤 꿈속에서 아기가 나왔다. 

자세히 기억은 안 났지만 아기의 딱 한마디는 기억한다.

"안녕" 

그 이후 꿈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아기를 기억한다.


사실 5시간 잠만 재우고 1시간 놀아준 것뿐인데 체력이 소진되었다. 

부모님들은 길게는 30년까지 자식을 돌봐주시니 이들만큼 대단한 존재는 없는 것 같다.

나도 나중을 위해 체력을 키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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