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덕재쌤 Sep 17. 2020

내 편이 있다는 건

해외에서 범죄자 취급을 받다

힘들 때 내 편이 한 명이라도 있다는 것이
어찌나 힘이 되던지.
이 한 명 때문이라도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모링가라고 들어보았는가?

아마 한국에서 건강식품을 챙겨 먹는 분들이라면 모링가를 대부분 알 것이다.

매운맛, 쓴맛, 단맛, 짠맛, 신맛까지 신기하게 모든 맛이 오묘하게 섞여있다.

다섯 가지 맛 중에 쓴맛이 가장 강해 한국에서는 주로 분말로 판매한다고 한다.

하지만 우간다에서는 분말이 어디 있겠는가 그냥 먹어야 한다!




만병통치약으로 불리는 모링가를 먹으려다 범죄자로 몰리게 되었다.




우간다에는 길가에 널린 게 모링가 나무다. 지나가다 현지인들이 모링가를 한 보따리씩 따서 가져간다.

역시나 그것을 보고 그냥 지나치면 한국인이 아니었다.

아침부터 무장을 하고 모링가를 따러 나섰다.

콧노래를 부르며 따기 시작했다. 먹지 않았는데도 따면서 괜히 건강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사진도 찍으며 즐겁게 따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 따고 있는 내 모습을 핸드폰으로 찍고 있었다.

그때 이상하다고 생각을 해야 했는데 ‘외국인이 따고 있어서 신기해서 사진을 찍나 보다’ 생각을 하고 뒤를 돌아 V 포즈를 취해주었다.

브이를 하는 순간 그 남자의 눈빛이 변하며 핸드폰을 주머니 속으로 넣고 다가왔다.

“내가 여기 주인인데 누구 허락받고 따고 있어? 돈을 주지 않으면 경찰서에 가야 될 거야"

"네가 진짜 소유주면 증명해봐 나는 여기 소유주가 없다고 들었어”

경찰한테 주인이 있냐고 물어봤을 때 없다고 했었다.


그 사람은 계속 돈을 달라며 내 말은 무시한 채 같은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논쟁이 끝나지 않자 나는 경찰서를 가서 확인하자고 했고 이 사람은 알겠다며 당당히 앞장섰다.

우리가 있는 곳에서 경찰서까지는 불과 걸어서 2분이 되지 않은 거리였다.


“너는 도둑이야!”

갑자기 길가에 멈춰 서서 우리에게 큰 소리를 질렀다. 주변 사람들은 궁금했는지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마치 이곳은 관객이 보고 있는 콜로세움 경기장 같았다.


“이러지 말고 빨리 경찰서 가자니깐?”

“기다려봐 일단 우리 의장님 불렀으니깐 여기서 얘기하고 가자”

"아니 경찰서 가서 얘기해보고 네가 주인이면 내가 바로 돈을 줄게 간단하잖아 왜 시간을 끌고 있는 거야"

너무 화가 나서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더불어 우리를 에워싼 우간다 사람들이 그 남자의 편을 들기 시작했다.

그곳에 나의 편은 없었다.


그때 자주 가는 카페의 주인 로비나가 이 상황을 뒤늦게 보고 달려왔다.

상황을 들은 후 어이가 없었는지 내 앞에 서서 남자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우간다 사람들은 다 따서 가는데 왜 이 사람들 보고 뭐라 해요? 당신이 주인 아닌 거 알아요. 만약 당신이 주인이 맞다면 경찰서 같이 가죠”

“그래도 내가 여기 관리하니 돈은 받아야겠어”

“내가 여기 앞에서 관리하는 것을 보지도 못했는데 무슨 관리입니까?”

"아니.. 내가 여기 계속 앉아 있잖아..3만실링(한화 만원)만 주고 가"

로비나는 무시한채 내 손을 잡고 빠져나와 카페로 갔다.

로비나는 커피를 마시면서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계속 씩씩대고 있었다.

어느새 내가 로비나 화를 가라앉히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같은 우간다 사람으로서 너무 부끄럽고 미안해”라며 로비나가 오히려 사과를 했다.


만약 로비나가 나오지 않고 구경만 하고 있었다면 나는 결국 그 콜로세움에 갇혀 패배하였을 것이고 많은 돈을 줬을 것이다. 그로 인해 우간다 사람들에 대해 편견도 생김과 동시에 정이 떨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로비나 덕분에 그 상황이 잘 해결되었고 우간다에도 좋은 사람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꿋꿋하게 딴 모링가는 집에 가져왔고 이틀 정도 먹었나?

너무 써서 도저히 먹지 못하겠어서 그대로 쓰레기통으로 던져버렸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던 일이지만 자신의 일처럼 도와준 로비나에게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로비나 고마워.

이전 23화 눈뜨고 코베이는 아프리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