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덕재쌤 Sep 30. 2020

눈뜨고 코베이는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소매치기를 당하다

'유종의 미를 잘 거두자'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항상 모든 일을 마칠 때까지 경계를 풀어선 안될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2달 전, 마음만은 이미 한국에 있어서 그런지 경계가 풀어질 대로 풀어져 있는 상황이었다.


그날은 수도로 가는 날이었다.

숙소에 도착해서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벌써 저녁 먹을 시간이었다. 7시간 차를 타고 이동하는 건 몇 번을 해도 적응이 되지 않았다.

음식점에서 햄버거를 먹고 오랜만에 동료들을 만났으니 그냥 지나칠 수 가있나!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며 하루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 다른 숙소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지금 너 숙소 앞으로 갈게. 잠깐 보자”

“알겠어 앞에 있을게”


숙소 앞에서 핸드폰을 하며 서있었는데 순간 내 손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너무 순식간이라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얼른 정신을 차리고 무조건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급하게 앞에 가는 오토바이를 잡아 쫓기 시작했다.

내 핸드폰을 가지고 도망치니 신호를 무시하는 건 기본이고 거리에 사람들이 있음에도 엄청난 속도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갈수록 거리는 좁혀지지 않고 그의 뒷모습은 점점 희미해져 갔다.

어느샌가 그는 내 눈앞에서 사라졌다. 밤이라 얼굴도 보이지 않았어서 찾을 수도 없었다.


어이가 없었다.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길 줄이야.

정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인 줄만 알았던 일이 나에게 벌어지니 어안이 벙벙했다.


모두가 위로를 해줘도 나는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고 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스트레스를 더 받는 것 같아 얼른 자러 들어갔다.

자려고 눈을 감고 있자니 그의 뒷모습만 아른거렸다.

이 모든 것이 꿈이었으면...


다음날 자고 일어나니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했다.

아마 꿈에서 고통을 받다 해탈한 거지 않을까 싶다.

조식을 먹고 경찰서에 가서 진술서를 작성했다. 경찰관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찾을 건지 물었다. 

나의 대답은 NO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못 찾을 것을 알고 있기에...


그래도 이 일을 계기로 내가 그동안 얼마나 핸드폰에 노예로 살았는지 실로 깨닫는 계기가 되어 감사하다.


음발레로 돌아간 후 2주 동안은 노트북으로 하다가 2주 뒤에 한국에서 우간다로 오는 동료에게 새 핸드폰을 받았다. 


이전 22화 장티푸스 확진을 받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