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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재쌤 Sep 12. 2020

우리 동네에 전염병이 돌기 시작했다

운수 좋은 날

보고 싶었습니다.
기다렸습니다.
사랑합니다.




오늘따라 날씨는 왜 이렇게 좋고, 기분은 왜 이렇게 좋은지 수상한 날이었다.


기분 좋게 훈련을 마치고 집에 가려는 순간 전화가 왔다.

"선생님 어디신데 전화를 안 받으세요!"

"저 지금 퇴근하고 집 가려하는데요 무슨 일이시죠?"

"지금 괜찮으신 거죠? 카톡 확인하시고 얼른 귀가해주세요"

얼른 전화를 끊고 확인했다. 


'음발레 지역에 전염병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이 전염병의 이름은 ‘마버그열’이며 안전을 위해 1주일치 짐을 싸서 수도로 올라와주시길 바랍니다.'  

인터넷에 쳐보니 24~88% 치사율을 가지고 있으며, 치료법과 백신이 없어 걸리면 죽는 병이었다.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침착해야 했다.


집에 가려던 학생들을 급하게 불렀다.

"지금 전염병 돌고 있으니깐 일주일 동안은 훈련 못할 거야. 집에서 최대한 나가지 말고 있어"

"알겠습니다" 

대답을 하고 학생들과 나는 급하게 학교에서 나왔다. 

'오늘따라 기분이 왜 이렇게 좋나 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수도로 이동하면서 더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전염병으로 어쩌면 다른 지역으로 옮길 수도 있고, 더 확산될 경우 한국으로 복귀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학생들에게는 일주일이면 된다고 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기에 매일 뉴스를 보면서 빨리 종료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도에서 지내는 동안은 우간다 태권도협회 협회장에게 연락이 왔다.

"잠시 수도에 있는 동안 국가대표팀 훈련을 맡아주실 수 있으신가요?"

백수였던 나는 흔쾌히 수락했다.

훈련장에 도착했을 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비가 오면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고 밑바닥은 매트를 깔았지만 딱딱해서 다치기 쉬운 환경이었다. 마땅한 장소가 없었기에 이곳에서 해야했다.

한 달반 정도 흘렀을까, 훈련 도중 전화가 왔다.

"선생님 이제 복귀하셔도 됩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윌슨에게 전화를 걸었다.

"윌슨, 오늘 오후 훈련할 거니깐 애들한테 전달해줘. 이따 보자"

빨리 아이들을 보고 싶어 지체 없이 차량을 불러서 음발레로 복귀했다.


돌아왔을 때, 내 생각과는 달리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너무 평화로웠다.

'나만 너무 오버했나?'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7시간 차를 타고 와서 피곤했지만 아이들을 보고 싶은 마음에 집에서 짐을 놓고 바로 출근을 했다.

체육관에 문을 여는 순간 아이들이 달려와 울면서 나를 안아주었다. 

"돌아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하고 있었어요"

“뭘 울어! 빨리 몸 풀자.” 

사실 나도 울음을 참고 있었다.

잠깐이었지만 아이들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애들아 고맙고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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