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덕재쌤 Sep 09. 2020

고산병,
진짜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4321m 엘곤 산 등반하기

할 수 있다고 자신감 있게 말은 했지만 두려웠다.
'내가 할 수 있을까? 포기하지는 않을까?'
아마 혼자였다면 포기했을 것이다.
함께였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제일 높은 산이라고 하면 한라산을 떠올릴 것이다. 한라산도 1950m로 꽤나 높은 산 중의 하나이다. 

참고로 나는 한라산 한 번도 올라가 보지 못했고, 지리산 2번, 덕유산 1번을 등반해본 것이 끝이다.

근데 4321m라니..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도전을 하게 되었다.


우간다에는 두 개의 높은 산이 있다.

‘르웬조리 산'과 '엘곤 산’. 이 중 르웬조리 산은 5100m로 만년설이 있다.

킬리만자로 산은 관광지로 유명하여 길이 잘 되어있지만 르웬조리 산은 길을 개척하면서 가야 하기에 더 위험하다고 한다.

나는 르웬조리 산은 포기하고 엘곤 산을 택했다. 엘곤 산도 4321m이기에 쉽지 않은 곳이다.


엘곤 산을 가기 위해 평소에 하지 않던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오랜만에 학생들과 같이 뛰어 보니 확실히 체력이 떨어진 걸 알 수 있었다. 극복하고자 아이들과 타이어도 끌고 물이 가득 찬 5L 물통을 가방 안에 채워 뒷동산을 뛰어올라가기도 했다.

운동을 꾸준히 하니 운동했던 학창 시절로 다시 돌아간 느낌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예약을 하기 위해서 전날 매표소에 도착했다.

원래 엘곤 산을 등반하기 위해서는 2박 3일이 필수. 그리고 요리를 도와주는 사람, 짐을 들어주는 사람, 가이드까지 같이 가야 했다. 우리는 시간이 별로 없었기에 부탁을 하여 1박 2일로 요리를 도와주는 사람 1명, 짐을 들어주는 사람 4명, 가이드 2명과 함께 하기로 약속을 잡고 집으로 돌아왔다.

짐을 챙기면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진통제를 챙겼다. 높은 산이기에 고산병이 올 수 도 있는 상황에 대비해야 했다.


다음날이 되고 날이 밝기도 전 새벽에 서둘러 그곳으로 이동했다. 

그곳에 도착했을 때 마침 날이 밝았고 파트너들과 함께 바로 출발했다.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경사가 심해 초반부터 다리가 후들거렸다.

올라가다 보니 금세 호흡을 되찾았고 편히 올라갈 수 있었다.

2500m가량 올라갔을까 베이스캠프가 보였고, 그곳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주먹밥을 얼른 먹고 얼마 쉬지 못하고 바로 출발했다.

체력이 충전되니 그때부터는 풍경이 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신기한 게 올라가면 갈수록 풍경이 전혀 달라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체체파리들이 많아 떼어내느라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참고로 체체파리에게 물리면 '잠은 선물이요. 죽음은 덤이다'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이다.

산에서 볼일을 보는 중 체체파리가 들러붙어 봉변을 당한 기억도 있다.

다리가 풀릴 정도로 걷다 보니 어느새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거짓말처럼 도착하자마자 비가 쏟아졌다. 다행이었다. 만약 도중 비가 왔으면 산속에서 고립될 수도 있었다.

쉬는 동안 요리사분이 해주신 밥을 먹고 밤에 작게 불을 피워 캠프파이어도 했다.

어느덧 자야 할 시간이 왔고 텐트에 들어갔다. 텐트 안은 너무 추웠고 침낭을 가져오지 않았으면 큰일 날뻔했다.

군대 혹한기는 비교도 안된다. 작은 구멍이 있는 틈으로 날카로운 바람으로 결국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눈을 뜬 채 누워있다가 화장실을 가기 위해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추운 겨울에 계곡물에 들어간 느낌이었다. 움직일 수 없었다.

그래도 급했기에 발을 어서 내디뎌야 했다. 참고로 화장실이 없어서 풀숲에서 해결해야 했다.

해결하고 하늘을 본 순 간 눈이 아플 정도로 별이 쏟아졌다.

쏟아지는 정도가 아닌 손에 이미 있는 것 같았다.

더 구경하고 싶었지만 너무 추워서 얼른 안으로 들어왔다.


새벽 5시가 되어 모두 일어나 옹기종기 모여 아침을 먹었다. 먹고 바로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빠르게 올라가서 끝내요!' 우리는 산의 무서움을 모른 채 빠르게 이동했고 1시간쯤 갔을까?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고산병이 시작된 것이었다. 


두통은 물론 속도 좋지 않아서 바로 타이레놀을 꺼냈는데 물이 없었다. 

할 수 없이 침으로 타이레놀을 삼켰다. 

'조금만 더 조금만' 드디어 정상이 보였다.

정상을 밟는 순간 아팠던 통증들이 모두 사라졌다.

with 마미손

짐을 내려놓고 바위에 올라가는 순간 서있기 힘들 정도로 바람이 불었다.

그때의 바람을 아직도 잊지를 못한다. 그리고 풍경도.

정상에서 앉아 못했던 얘기도 하고 영상편지도 찍고 내려갔다.

내려오면서 무릎이 아팠지만 집에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신나는 마음으로 내려올 수 있었다.

역시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집으로 돌아와 빠르게 씻고 침대에 누웠다. 

평소에 옆으로 자는 습관이 있어서 돌아서 베개에 얼굴이 닿는 순간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누가 내 얼굴을 면도칼로 긁는 느낌이었다. 아픈 것도 잠시 많이 피곤했는지 금세 잠에 들었다.


아침이 되어 거울을 봤다.

거울 앞에는 우간다인이 서있었다.

그렇다. 선크림도 바르지 않고 등산을 한 나에게 주어진 선물은 자연 태닝 피부였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정말로 우간다인이 되어버렸다.


돌아가기 전 마지막 목표였던 엘곤 산 등반을 마쳤다. 

오르면서 고산병이 왔을 때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다. 사실 고산병이 왔을 때 포기하고 싶었다.

아마 혼자 올라갔다면 포기했을 것 같다. 하지만 같이 간 분들이 있었기에 포기하지 않고 갈 수 있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  


같이 등반을 했던 현섭 선생님, 진우 선생님, 경찬이에게 감사함을 전하며 1부를 마친다.



이전 19화 무엇이든 다 태워드립니닭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