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9살 엄마 11화

개학식 날의 소회

20여 일의 여름 방학을 보내고

by 솔이

짧은 여름방학이 끝났다!


아들은 오늘 아침, 아니 새벽에 일어나 부지런을 떨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방학이 끝나는 게 싫다고 하더니 막상 학교에 가려니 신이 났나 보다. 덕분에 8시부터 등교하겠다고 가방 메고 문 앞을 서성이는 아들과 아침부터 신경전을 벌였다.

"나비야 8시 30분 이후에 등교해야 해.
"왜? 다른 친구들은 더 일찍 와!"
"학교에서 정한 규칙이잖아. 선생님이 안 계실 때 너랑 친구들끼리 있다가 사고라도 나면 위험할 수 있어."
"치.. 일찍 가고 싶은데.."

다행히 아침 등교 문제는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고 나비는 정해진 시간에 학교에 갔다.

이번 방학에 9살 나비와 내내 붙어있으면서 깨닫게 된 사실이 있는데, 이 아이는 나의 한계치를 지속적으로 시험하려 한다는 것이다.

나비는 끊임없이 규칙에 대해 도전했다. 말이 좋아 도전이지 내 기분을 봐서, 상황을 봐서, 은근슬쩍 규칙을 어기는 행위를 해도 되는지 물었다. 그것은 허락을 구하는 형태였지만, 내가 느끼기에 지치지 않고 쨉을 날리는 것 같았다.


방학 중 고장 난 에어컨을 고치기 위해 AS 기사님과 통화를 하고 있었다. 나비는 이때가 기회다 싶었는지 유튜브를 봐도 되냐고 정신없이 물었다. 안 그래도 에어컨을 못 틀어 불쾌지수가 극에 달했는데, 진짜 소리를 빽 지를 뻔한 걸 꾹 참았다.

우리 가족은 규칙이 있다. 유튜브는 부모님과 함께 보는 것이다. 거짓된 내용이나 검증되지 않은 사실, 왜곡된 내용이 있기 때문에 엄마 아빠와 함께 보도록 규칙을 정했고 이 규칙은 하루아침에 정해진 것이 아니라 여러 번의 경험과 대화를 통해 나비도 수긍한 규칙이다.

그런데 왜? 내가 기분 좋아 보이거나, 바쁠 때 또는 엄청 피곤할 때 정말 귀신같이 알아차리고는 묻는다. 유튜브를 봐도 되는지.

유튜브만이 아니다. 간식도 장난감도 게임도 쉼 없이 약속을 깨뜨리려고 도전했다. 아니 찔러봤다. 아님 말고 식으로.


내가 여유롭고 마음이 평화로울 때는 단호하게 안된다고 얘기하고 차분하게 이유를 이야기해 줬다. 그런데 앞서 일화처럼 바쁘고 지치고 힘들 때는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버겁다.


아이를 키운다는 게 이런 걸까. 나도 엄마에게 그랬을까? 방학을 마무리하며 나비의 도전이, 나와의 신경전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불길한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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