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9살 엄마 12화

감당할 수 없는 너의 에너지

엄마 체력은?

by 솔이

나비야 제발 엄마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저지레를 하면 안 될까? 근 3년 동안 내 마음 한편에 뿌리 깊이 박힌 바람이다.


나는 나비의 첫걸음마를 기억한다. 땀이 송골송골 맺힐 정도로 용을 쓰며 한발 한발 내딛던 모습을. 마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숭고한 경기장면 같았던 그 감격스러운 순간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그렇게 걷고 뛰기 시작한 나비는 정말 훨훨 날아다녔다. 몸가짐도 마음가짐도 허공에 둥둥 떠있는 것처럼 흥에 겨웠고 신나 있었다.


그런 나비의 모습이 마냥 해맑아 보여서 예뻐했던 게 탈이었을까. 초등 2학년이 된 지금 제대로 된서리를 맞고 있다.


요즘 나비는 수축할 대로 수축한 용수철 마냥 당장이라도 발사될 거 같은 에너지와 운동성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그런 나비의 운동성이 자신을 위험하게 하고 나를 불안하게 할 때 일어난다.


횡단보도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는 순간, 나비는 경주마가 앞을 보고 질주하 듯 뛰어 나간다. 에스컬레이터도 평범하게 타지 않는다. 발판의 노란 선 안쪽으로 얌전히 가야 한다고 지금까지 100번은 말한 것 같은데 왜 넌 듣지 않을까. 문이란 문 손잡이는 한 번씩 매달려보고, 엘리베이터는 또 어떤가. 말을 말자. 헛웃음이 난다.


이런 나비를 보고 가슴을 쓸어내린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나비와 우아한 데이트를 꿈꾸며 외출에 나섰다가 치열한 전투를 치르고 만신창이가 되어 집으로 돌아온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래서 나도 변했다. 튼실하고 목소리 큰 엄마로 업그레이드했다. 나비가 늘 나와 5미터 이상 거리를 유지하며 뛰어다녔기 때문에 밖에서 나비를 부를 때면 나는 늘 샤우팅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만가지 짐을 들고도 나비를 따라 뛸 수 있는 체력이 생겼다.


오늘 하교하고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나비를 안아줬다. 머리는 막 감은 것처럼 땀으로 젖어 있었고 티셔츠도 땀범벅이었다. 웃음이 났다. 그래 학교에서 에너지 뿜뿜하고 왔구나. 즐거웠구나.


새삼 담임선생님께 감사하며 나도 더 열심히 운동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은 옷걸이로 변신한 실내 자전거를 좀 타야겠다.


고맙다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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