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9살 엄마 13화

9살 엄마의 수면

드디어 7시간 통잠을 자기 시작했다.

by 솔이

임신 8개월부터는 어느 자세로 누워도 숙면을 취하기 어려웠다. 당연히 똑바로 누울 수는 없었고 오른쪽, 왼쪽으로 번갈아 돌아 누워도 숨이 차고 갑갑했다. 그때 나는 아이가 태어나면 푹 잘 수 있을 줄 알았다. 현실을 모르는 초보 엄마의 부질없는 기대였다.


말로만 듣던 '새벽 수유'를 시작하자 하루 종일 비몽사몽이었다. 졸린 눈을 비비며 분유를 타다 보면 몇 스푼을 넣었는지 헷갈리곤 했다. 모르긴 몰라도 어떤 날은 진하게, 어떤 날은 묽게 타줬을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건 나비는 혼합 수유를 해서 인지 모유든 분유든, 밥 맛(?)을 크게 가리지 않았다. 아마 분유 농도도 크게 상관없지 않았을까 위안해 본다.


새벽 수유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오물오물 밥 먹는 신생아를 보면 그렇게 또 행복할 수가 없어서 트림시키고 아이를 재우고도 쉽사리 잠에 들지 못했다. 각성 상태였던 거 같다.


그때는 새벽에 깨어 있는 게 오로지 나만의 시간 같아서 좋았다. 오히려 낮보다 새벽에 더 정신이 또렷하고 활기차기까지 했다. 조용히 빨래를 정리하고 마음 놓고 휴대폰도 보고 유축도 하고 사부작사부작 나의 일을 했다.


아이가 통잠을 자기 시작했을 때, 사실 그때부터 나도 다시 건강한 수면 패턴을 찾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통잠 자는 아이는 그만큼 낮에 오래 깨어 있었고, 아이의 짧은 낮잠 시간을 제외하고 틈틈이 집안일을 하며 아이를 돌봤다.


그래서인지 새벽 시간은 더욱 소중해졌다. 아이가 잘 때 이유식 재료를 준비하고 집 정리를 하고 아이 장난감도 소독하고 쇼핑도 했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도 좋았지만 힘들고 지쳤고, 오로지 혼자만의 시간을 누리고 싶었다.


이런 생활은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도 계속 이어졌다. 코로나 시기도 겹쳐서 몇 달씩 가정보육을 하느라 낮 시간에 내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이상하게 새벽 2~3시 전에는 잠이 오지 않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난해는 불면증이 더욱 심해졌다. 학기 초에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잘 적응할지 전전긍긍하느라 불안해서 그랬던 거 같고. 나중에는 그냥 잠을 잘 못 잤다.


3~4시간 자고 일어나 아이를 등교시키고 나면 물먹은 솜처럼 온몸이 무거웠고, 쉽게 지쳤다. 아이가 학교에 있는 시간에 부지런히 집안일을 하고 나를 돌봐야 했는데, 지쳐서 늘어져 있는 게 일상이었다. 그러다 몸에 이상이 왔다. 온몸이 통증을 호소하고 있었다. 잠을 못 자서 예민해진 엄마는 아이에게도 짜증을 냈고, 스스로도 한계라고 느꼈다. 건강하게 살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지만 여전히 밤에는 잠을 자지 못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집안 조명부터 바꾸기 시작했다. 전에는 저녁에도 밝고 하얀 조명을 켜두었다면 이제는 상대적으로 어둡고 노란 조명을 켰다. 조명만 바꿨을 뿐인데 신기하게도 초저녁부터 잠이 오기 시작했다. 저녁을 서둘러 먹었고 의식적으로 휴대폰을 멀리했다. 그리고 잠을 잤더니 거짓말처럼 숙면을 취했다.


아침이 상쾌했다.


새삼 사람도 결국 자연의 일부이고 순리대로 사는 게 편하다는 것을 느꼈다. 내일도 모레도 그 이후에도 7시간 이상의 통잠을 계속 잘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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