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해 유전 G 플랫폼에서 육상까지 연결되는 케이블 루트를 따라 해저지반을 조사하고 샘플링을 하는 미션을 가지고 나왔다. 하루에 두 차례 해상 날씨를 보고 받는데, 파도가 4미터에 바람이 40노트다. 작업 가능 조건이 아니다.
같은 동료가 타고 있는 배는 지금 인근 해상 현장에서 7일 동안 항구에 묶여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우리는 항구에서 스탠바이 하느니 현장으로 나가보자는 결정에 따라, 육상에서 출발한 배가 첫 조사 위치에 도착했다.
어? 날씨가 괜찮은데?
조사를 시작했다. 두 번째, 세 번째 위치로 넘어가는데도 날씨가 양호했다.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던 바는 우리는 여전히 피오르드 안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피오르드는 빙하가 깎여지면서 만들어진 좁고 깊은 협곡이다. U자형, V자형 계곡, 리아스식 해안이라는 용어가 생소하지 않은 것은 아주 오래전 지리수업 시간에 단골로 등장했던 시험문제였기 때문이라.
피오르드는 깊이 또한 깊어서 1천 미터 이상의 깊고 큰 물을 머금어 안고 있었고, 좌우에 높이 선 검 같은 산들은 40노트의 바람을 넉넉히 막아줄 수 있는 병풍이 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제 피오르드를 벗어나 네 번째 위치에 이르니 배는 요동치기 시작했다.
롤링, 피칭, 요잉 잉잉잉..
정신줄을 간신히 잡고 놀라서 키를 돌려 피오르드의 품으로 들어왔다.
머리가 크면서 제 잘난 맛에 산다고 살고 있지만, 우리가 얼마나 오랜 시간 피오르드 안에서 보호받고 살아왔던가. 아직도 깊고 높은 피오르드의 품을 그리워하고 있지 않는가.
지금도 나를 둘러싼 모든 피오르드에 감사하며, 나도 누군가의 작은 피오르드가 되어줄 수 있기를 바라본다.
식당이 있는 A-Deck에서 B-Deck으로 오르는 계단 중간에 피오르드 그림이 액자에 걸려있다.
피오르드 안에 있는 두척의 배가 참으로 평화로워 보인다.
2024.10 북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