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쯤 요란하게 돌고 있던 환풍기가 멈춰섰다. 세상 조용하다. 늘상 들려왔던 잡음 소리에 귓가에 공명이 남아있다.
배에 타면 힘든 것은 멀미와 소음이다.
육중한 배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엔진은 굉음과 함께 3000톤 급 배를 추진하는 쓰러스트 돌린다. 선내 3대의 큰 발전기는 전기와 환기시설을 위한 전기를 공급하며 뜨거운 열을 발산한다.
배 바닥에 숙소는 엔진소리와 함께 파도가 부딫치는 소리가 공포스럽니다. 배 윗층에 숙소는 환기시스템 소리와 바라소리가 거세다.
이번에 탄 배는 유난히 환풍구에서 소리가 크다. 환풍구를 닫으면 바람 막히는 소리, 환풍구를 열면 바람 통하는 소리가 유별나다. 그게 유일한 불만이였다.
어제 새벽 그 유난했던 환풍기 소리가 멈췄다. 세상 조용해졌다. 이제 좀 편안히 잠을 청할 수 있나 싶었다.
그런데 왠걸?
환풍기 소리가 멈추고 나니, 밖에서 들려오는 선명한 발자국 소리, 문 여 닫는 소리, 전화벨 소리, 당직 기관사, 항해사들의 잡담소리 등 각종 잡소리가 섞여 들어왔다.
환풍기 소리에 막혀 그동안 들리지 않았던 소리들이다. 유난히 컸던 환풍기 소리가 이 소리들을 막아주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3등 항해사가 실수로 환풍기 통로를 막았다며 미안해 한다.
다시 환풍기는 반가운 굉음을 되찾았다.
내가 불평했던 것들이, 때로는 더 많은 불평거리들을 막아줄 때가 있다.
이제 불평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