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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르웨이신박 Oct 18. 2024

동해바다/실수

어제부터 현장에 속도가 붙는다. 날씨도 그리 좋지 않은데도 말이다.


어제 하루동안 그동안 못했던 3일 치 일을 한꺼번에 끝냈다. 오늘도 3일 동안 할 일을 하루 만에 끝냈다. 갑판 위 작업자들의 작업복에는 평소보다 더 많은 기름 떼로 범벅이 되어 있었지만 힘든 기색이 없다. 갑판 위 모두가 신이 났다. 내친김에 야간작업을 하겠노라는 걸 간신히 말렸다.


그동안 무엇이 문제였던가?


공친날이 허다했다. 뚝하면 장비가 고장 나고, 작업자들의 실수가 잦았다. 그동안의 작업일지를 처음부터 훑어봤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그렇다.


성과도 없이 진도는 멈춰 있었지만, 우리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다. 매일매일 실수를 반복했지만, 같은 실수는 없었다. 실수를 통해 배우고 있었던 것이다. 조금씩 조금씩 준비가 되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보이는 성과가 없었을 뿐이다.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우리의 삶도 그렇지 않은가.


한다고 하지만, 되는 일이 없고, 매일 그자리를 맴돌고 있는 것 같다. 눈에 딱히 보이는 성과가 없다. 조급했고 걱정했다.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숙성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다윈은 "인간은 빵을 굽고 술을 빚고 글을 쓰는데, 이 세 가지는 모두 숙성과 발효가 필요하다" 라고 말했다. 일에도 기다림의 숙성이 필요한 것이다.


이 기다림의 시간은 길수 있지만, 지치지 않고, 매일매일 조금씩 배우며 나아가면 되는 것이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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