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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르웨이신박 Oct 18. 2024

영국바다/첫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에 도착했다. 작년 11월에 S7000 (세계에서 2번째로  해상 설치선) 올라 Seagreen 해상풍력 자켓 3 (세계에서 가장  석션 자켓) 건설하고,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이다.


설렘 반, 그리고 걱정 반.  


걱정 반인 이유는 얼마 전 S7000 사고가 있었다. 이곳 뉴스에서 크게 보도가 되었듯이 로드테스트 중 크레인 라인이 절단 나면서, 배가 한쪽으로 기울었고, 선상에 있던 작업자들은 대피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한쪽 크레인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불구가 되었다.  이후, 사고가 수습되고 나서 첫 번째 항해.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급히 서둘러야 했다. S7000에서 1시간 뒤 gangway를 철수할 테니 basket transfer를 하라는 메일이 전해졌다. (gangway: 항구에서 배에 오르는 다리)


바스켓트랜스퍼는 안전상 흔치 않을 일로, 크레인에 밧줄과 바구니를 매달고 그 안에 사람을 태우고 항구에서 배까지 이동시키는, 즉, 한마디로 순간 짐짝 신세가 되어버리는 transfer이다. 예정에 없던 일로, 본사에서도 비상이 걸려 HSE팀에서 basket transfer에 대한 안전 규정과 매뉴얼이 쉴 새 없이 메일로 전해졌다.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에이젼트를 만나 이 상황을 전달하고 로테르담 항구까지 전속력으로 달렸다. 항구에서 입국 수속을 마치고 S7000 앞에 도착하니, 휴... 다행히 gangway는 아직 철수되지 않았다. 우리를 위해 마련해 놓은 듯한 바구니를 뒤로하고, 유유히 gangway를 거쳐 웅장한 S7000에 올르니, gangway가 철수되기 시작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의무실로 가 코비트 테스트를 마치고, 모두 케빈을 배정받았다.  조금은 익숙한 숙소 빨간 철문을 열고 방에 들어가 짐을 풀으니, 긴장도 같이 풀리는 듯했다. 바쁜 하루였지만, 출발이 좋았다.

 

같이 현장에 나온 알렉스는 이곳 노르웨이 트론헤임 공대를 졸업한 젊은 인재이다. 지반 수치해석팀 팀장을 맡고 알렉스는 뭐든 개념만 알려주면 파이션으로 코딩을 해버린다. 훨칠한 키, 새 하얀 피부, 푸른 눈망울에 금발머리. 전형적인 북유럽 스타일이다. (하지만 앞니 사이에 큰 갭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좀 친근감이 든다).


알렉스는 이곳 현장이 처음이다. 처음부터 가르쳐야 한다. 처음 며칠간 같이 일하다 낮근무/밤 근무를 나누기로 했다. 나는 대학원 시절부터 밤샘 작업을 무척 싫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근 오전 근무를 선호한다. 나보다 얼추 10살 이상 어린 알렉스에게 형이 오전근무 할 테니, 동생이 밤 근무를 해….라고 말하고 싶지만, 차마 그렇수가 없었다. 알렉스도 은근 낮 근무를 원하는 눈치였다. 결정의 순간. 알렉스는 내 결정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알렉스, 동전 던지기 하자. 앞면이 나오면 내가 오전근무. 뒷면이 나오면 네가 오전근무다" 알렉스 얼굴에 화색이 돈다.  동전을 높이 던졌다. 떼구르르르르…


헐. 동전은 뒷면이었다.  끔찍이도 싫어하는 밤근무에 걸렸다.  


이날 알렉스는 웃었고, 나는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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