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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만 Aug 08. 2021

관악산 파이프 능선 그리고 수영장 능선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실내에서 생활을 하지 못하고 실외에서 운동을 하고 싶어 한다. 더위는 이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고산지대로 더위를 피해 가고 있지만 매번 갈 수는 없다. 이번에는 서울에 있는 산이다.


관악산은 서울의 남쪽에 있다.

관악산은 서울, 과천, 안양에서 접근이 가능하다. 능선도 많다. 사람들이 주말만 되면 이능선 저능선에 사람들이 오른다.  사당에서 오르는 사람들이 가장 많고 과천에서도 오른다. 서울대  정문 옆에서도 오른다. 예전에는 외환위기가 왔을 때 서울대 정문 옆으로 양복 입은 사람들이 산에서 시간을 보냈다고 하는 언론보도가 나온 적이 있다. 오늘도 사람들은 산으로 간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은 길을 걷는 것이 꿈이다.  관악산이다.


사당역에 내려서 남현동 주민센터를 거쳐서 가거나, 관음사 입구를 지나거나, 낙성대 쪽으로 가다가 육교 근처에서 오르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오늘은 관음사 근처를 이용한다.


이른 아침이지만 햇빛은 싫다. 사람들의 모습이 재미있다. 이른 아침이지만 햇빛이 뜨거운 열기를 서서히 쏟아내고 있다. 쏟아지는 햇빛도 무시하고 등산객들이 하나둘 산으로 가고 있다. 동네가 햇빛에 등장하기 전에도 조용할 뿐이다.

관음사를 거쳐서 산을 갈 수 있지만 오늘은 햇빛을 최대한 피하기 위하여 관음사를 가는 입구에서 다리를 건너자마자 산으로 간다. 효민공묘역으로 들어가서 관음사 국기봉으로 방향을 잡아본다. 이 길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다. 대부분 이 길보다 관음사 근처까지 간다. 그렇게 가는 것이 덜 힘들다고 한다.  효민공묘역은 우리의 휴식 공간이 된 것이고 우리의 허파가 된 것이다.


아래에서 위를 쳐다본다. 이제는 위에는 통신용 안테나가 자리 잡고 있다. 통신용 안테나가 있지 않으면 우리는 멘붕이 온다. 예전에는 국기가 높은 지역을 표시하였는데 이제는 통신탑이다. 예전에 높은 지역을 표시하였던 국기봉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국기봉과 통신탑이 같이 있다.


국기봉을 오르다가 소나무가 나 홀로 있으며 더욱더 존재감을 나타낸다. 그래서 연주대 바로 전의 봉우리에 소나무가 나 홀로 있어 솔봉이 되기도 하였다.  국기봉을 오르면서 관악산의 국기봉은 여섯 개가 있다. 오늘 볼 수 있는 것은 세 개다. 하나는 오르고 두 개는 멀리서 바라다본다.  먼저, 관음사 국기봉에 올라 선유천 국기봉을 바라다본다. 칼봉의 국기봉도 바라만 볼 것이다.

국기봉을 지나면서 예전에는 암봉을 기어서 올랐는데 데크로 이제는 누구나 오를 수 있다. 문명의 힘이다. 이곳에 있는 전망데크에서 사람들이 서울 전경을 보는데 사람들이 나무 그늘 밑에서 가쁜 숨을 여유를 찾고 있다. 폭염경보,  주의보가 수시로 내리는 이 시기에 이른 아침에 산을 오르는 사람들도 대단하다.


멀리 연주대와 서울 전경을 담아본다. 서울의 모습이 깨끗하다. 동남풍의 영향으로 미세먼지 없는 세상이다. 미세먼지 없는 세상이 더워도 좋다. 남산도 보이고 북한산도 보인다.

이제는 관악산의 암릉을 햇빛과 싸우면서 지나가야 한다. 데크를 오르고 내리고 할 때는 주변에 나무가 없다. 그리고 헬기장까지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이점을 최대한 활용을 할 뿐이다. 우회할 수도 없다. 사람들은 오르고 쉰다. 더위에 산을 오르면서 휴식은 필수다. 데크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과 만나는 지점에서 이제는 줄을 서서 걷고 있다. 다만, 이제는 등산로가 평탄하다는 것이다.


오늘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등산로를 이용해볼 작정으로 산을 왔는데 너무 많다. 그래도 이 간과 정상 직전 구간만 사람이 많을 것이다. 사람들이 무섭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많은 곳을 피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간다. 오늘은 어쩔 수 없이 관악산을 왔다. 그래서 이른 시간 사람들이 없는 구간을 찾는다.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찾지 않는 파이프 능선으로 간다. 산 능선에 파이프가 연결되어 있어 그렇다. 케이블카 능선은 케이블카가 능선을 따라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파이프가 있는 능선이다. 능선 이름을 잘도 짓는다. 예전에는 산 이름도 거의 없었으나 이제는 산 이름이 없는 곳이 없다. 산 이름이 없으면 봉의 정상 높이를 기준으로 848봉 등으로 붙이기도 한다.


파이프 능선으로 가기 위하여는 헬기장을 지나 낙성대 쪽으로 내려가기 직전에 있는 이정표에서 왼쪽으로 길이 보인다. 이정표에도 파이프 능선 이렇게 누가 써놓았다. 친절도 하다.

이제 산을 내려간다. 다른 능선을 가기 위하여 계곡 근처까지 간 후 계곡을 넘어 산을 오르는 것이다. 호젓한 등산로다. 사람들도 없다. 나 홀로 산행이라고 해야 될 것이다. 이 따금 사당 능선을 걷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릴뿐이다.


 독수리바위가 있다고 하여 찾아보는데 잘 보이지 않는다. 다만,  독수리가 날아가는 모습의 바위가 있을 뿐이다. 이 바위를 지나 계속 계곡으로 간다. 여기에서 착각을 하면 계곡을 따라가는 등산로에 접어들 수 있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다시 사당 능선으로 간다.

계곡이라 하여 물이 있는 것도 아니다. 등산로에 대한 경고 표시만 있다. 군부대에서 이곳은 위험하니 아래로 내려오지 말라고 한다. 파이프 능선에 접어들어 처음에 접하는 것이 남근석인데 이것을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두리번거리지 않고 오르다 보면 그냥 지나친다.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요즈음은 SNS가 지배되는 사회이다. SNS는 주변을 용납하지 않는다. 끼리끼리 모여서 얘기를 할 뿐이다. 주변에 다양한 이야기를 듣지 못하고  자기와 같은 사람끼리 모여서 Twitter 하고 Facebook 하며 Instagram을 한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관계를 끊어버린다.


남근석을 지나서 암릉지대로 간다. 그럭저럭 새로운 재미가 있다. 사당 능선과 다른 맛이다. 바위를 넘고 바위 위에 앉아서 즐긴다. 여름이 아닌 봄가을에는 저 바위에 앉아 세상 구경을 할 것이다.

암릉지대는 위험지역이라고 하나 팔봉능선이나 육봉 능선에 비하여 편안하다고 할 수 있다. 암릉구간을 지나면 파이프 능선 임을 알 수 있는 파이프가 지나간다. 파이프를 찍으면서 햇빛을 등지고 사진을 담는데 내 그림자가 재미있게 나왔다. 그림자는 많은 것을 담고 있다. 그림자놀이를 어릴 때 해본 것이 모두들 추억일 것이다.


부모들은 애들과 놀 때 그림자놀이를 하기도 한다.  그림자가 외계인이 되어 있다. 사진을 찍으면서 감정이 없었는데 찍고 보니 작품이 되어 있다.

아무 감흥이 없이 오르는 산이 없다. 파이프 능선은 처음 오르는 것인 만큼 감흥이 새롭다. 가을에 다시 한번 와야겠다. 여름의 뜨거운 태양이 그저 무서워 암릉구간을 그냥 스치고 갈 뿐이다. 다시 헬기장이다. 사당 능선을 헬기장이 몇 곳 있는데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헬기장이다. 평상시에는 쓸모가 없겠으나 비상시에는 요긴하게 사용될 것이다.

연주대를 가면서 편안한 길과 험한 길을 두고 고민을 많이 한다. 험한 길을 오르면서 요즈음은 그 험한 길이 예전의 험한 길이 아니란 사실을 확인해 줄 뿐이다.


관악문을 지나고 지도 바위와 햇불 바위가 반길 뿐이다.

관악문을 가기 전 능선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만끽하고 있는데 젊은 친구들이라 더위를 이기고 단체로 올라오고 있다. 관악문을 올라오면서 힘들었는지 표정이 쉬고 싶은 얼굴이다. 그리고 바람도 불지 않는 곳에서 앉는다. 바람을 맞으면서 앉으라고 권해도 한걸음도 더 걷기 싫다는 표정이다. 젊은 친구들은 잠시의 휴식으로 회복하고 걷는다. 젊음이 좋다. 그저 연주대까지를 생각하고 잘 걷는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연주대는 구름과 바위와 흰돔의 조화다. 구름이 와서 살짝 암릉구간의 데크를 올라갈 때 햇빛을 가려주고 있다. 여름은 후덥지근한데 금년은 비가 적게 와서 그렇지도 않다. 비가 바로 온 후가 아니면 지중해 지역과 유사하게 그늘에 있으면 있을 만하다.

연주대에 도착한 후 이번에는 하산을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솔봉이 정상인 수영장 능선으로 하산을 할 것이다. 서울대 교수회관 근처라 근처의 사람들이 아니면 접근하기가 쉽지 않아서 그런지 많은 사람이 찾지 않는다고 한다. 우선은 연주대까지 한걸음에 올라가고 다시 회군을 한다. 데크가 있기 전 연주대를 올라갈 때 어려운 구간이었으나 이제는 쉬운 구간이다. 솔봉이라고 이름 붙여진 봉은 소나무가 있기 때문이다. 연주대를 오르면서 가장 힘들게 올랐는데 이제는 아니다.

연주대에서 정상석을 인증하고 기상레이더와 송신소를 담고 연주암을 둘러보고 이제 다시 솔봉으로 연주대에서 데크에서 올라오는 사람과 내려오는 한 방향만 움직일 수 있는 정상로에서 올라오는 사람과 내려오는 사람을 기다리면서 여유를 찾아본다. 이곳을 양방향으로 만들지 못하는 이유를 알지 못하지만 여유를 찾으라고 만들었다고 나름대로의 해석을 한다.

일명 수영장 능선으로 들어가는 길은 그렇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산행기를 찾아봐도 여기인가 하고 생각할 뿐이다.


솔봉을 오르기 전 관악문을 내려와서 바로 오르는 오르막이 아니고 두 번째 연주대 가기 전 봉을 오르기 전에 겨울철 위험구간 안내가 있다. 그곳에서 오른쪽으로 간다. 오른쪽으로 가다가 능선을 따라 하산을 하면 된다. 관악산의 숨은 비경이라고 할 수 있다.


내려오면서 옆의 칼봉 능선의 자태도 볼 수 있고 사당 능선도 볼 수 있으면 연주대 뒷모습도 볼 수 있다.

수영장 능선을 내려오면서 인터넷에 올라 있는 많은 사진 중 하나하나를 찾아볼 것이다. 다양한 바위 모양이 있다.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아래의 문구가 쓰인 바위다.

"힘든데 산에 왜 오는가? 인생이 더 힘들기 때문이다"

"힘들어 그래도 산이 났다"

이 문구를 누가 산에 이렇게 써 놓았을까 궁금할 뿐이다. 인생을 살면서 힘들면 산을 찾고 그 산에서 의미를 찾는 것을 요즈음 50대 아저씨들이 많이 보는 "자연에 산다"라는 프로그램에서 본 기억이 있다.

산을 내려오면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한두 명 있을 뿐 거의 이 능선에 사람들이 거의 없이 호젓하게 산행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칼봉 능선보다 덜 힘들다. 재미있는 바위도 곳곳에 있다. 바위 이름을 다양하게 지어 놓았다. 연인 바위, 족발 바위, 히프 바위 등이다. 나는 다른 사람과 다른생각을 갖고서 찾아본다. 사자 얼굴바위도 있다.

어느 곳을 지나는데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서 수다를 떨고 있다. 사람들이 없는 호젓한 곳을 전세 내었다. 그래도 좀 참았으면 한다. 다른 사람도 생각을 하였으면 하는데 그렇지 않다.

수영장 능선을 내려오면서 밧줄을 타는 구간이 있는데 우회를 할 수도 있고 밧줄을 이용할 수도 있다. 재미 삼아 타보았다. 팔봉능선에서 보는 그 어려운 밧줄 구간도 아니다.


사람들은 그렇게 밧줄을 타고 오르고 내리는 것을 좋아한다. 밧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고 그것은 사용한다.  우리에게 살면서 이정표가 있으면 이정표를 따라 움직이다가 동아줄을 잡고 올라간다. 그 동아줄이 썩은 줄이 아니고 잘못된 줄이 아니기를 바라면서 줄을 잡고 오른다. 한국사회는 특히 그렇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수영장 능선 초입 근처 쉼터에서 쉬고 계시는 어느 노부부를 보았다. 500m 정도 올라오셨는데 여유를 갖고 쉬고 계신다. 나도 여유를 갖는다.


수영장 능선은 능선 끝에 수영장이 있어서 그렇다고 하는데 수영장은 폐쇄되었다고 한다.  마지막에 교수회관이 있어 교수회관 능선이라고 붙여지기도 한다. 능선의 주요 지점에 '수영장 상', '수영장 하'라고 표시되어 있다. 그래서 수영장 능선이다.


이제 낙성대역으로 가기 위하여 교수회관 앞으로 이동하여 마을버스 2번을 탑승한다. 마을버스 크기가 일반버스 수준이다. 나는 처음에 이렇게 큰 이유를 알지 못했는데 낙성대역으로 이동하면서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수요가 공급을 결정하는 원리가 된 것 같다. 수요가 그만큼 많은 승객이 있다. 주말에 그 시간에 버스를 가득 채우고 낙성대역으로 버스가 움직인다.


관악산에서 사람들이 찾지 않은 비경이 있다. 파이프 능선, 수영장 능선을 걸어 보았다. 수영장 능선을 내려오면서 능선 자체보다는 옆의 능선을 더 재미있게 보았다. 


관악산은 야생화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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