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기만 Aug 24. 2021

안양, 군포, 안산의 수리산

이제 집에 있으면 눈을 괴롭히고 있다.

가만히 있으면 무엇인가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애들이 어릴 때는 애들하고 놀고 하였는데 애들도 이제는 어른이 되었고 집에서 책을 보는 것도 이제는 그렇게 쉽지 않다. 어떤 경우 공허하게 집을 우두커니 앉아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멍 때리는 연습을 하여야 하는데 그것이 안되어서 그럴 것이다.


남녀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남자들만의 문제일 수도 있고 아니면 집안일을 등한시하는 남자들의 문제일 수도 있다. 사실 나는 집안일을 등한시하는 남자 중의 하나일 것이다. 내 환경이 그렇게 만든 것인지 아니면 내 성격이 그런지 모르겠다. 다만,  내 변명이라면 주말부부이고 주중에는 내 혼자 살면서 모든 것을 다한다는 것이다. 가족이 있는 집에 오면 이상하게 집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고 그냥 지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눈을 피곤하게 하는 모든 것이 우리 주변에 있다. TV,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pc 등 이것들이 시간이 여유가 있거나 아니면 일을 할 때 사용한다. 이것들에 벗어나고자 할 때는 다른 것으로 일을 하거나 이것이 아닌 다른 것으로 놀아야 한다. 등산도 이것들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않지만 90% 이상은 벗어나 있는데 도움이 된다. 그래서 나는 혹 이것들에서 벗어나고자 등산을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눈을 보호하고 머리를 맑게 하는 데는 녹색이 최선일 것이다.


토요일 비는 모두를 집에 가두었다. 세찬 비바람을 안고 외부에서 활동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고 코로나 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어 카페 등이 있는 실내공간으로 가는 것보다는 집콕이 그래도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그런데,  눈은 극도로 피곤하다. 스마트폰을 보고 TV를 보고 노트북을 보면서 하루 종일 빈둥빈둥한 결과이다. 책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책 보다 영상물에 익숙해져 간다.  무엇인가를 써야 하는데 이제는 노트에 쓰기보다는 노트북에 쓸 뿐이다.


일요일 아침이 밝아오면서 이를 극복해보고 싶은 욕망이 솟구친다.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노트북 뚜껑을 열지 않고 다음날 일정을 감안하여 가까운 곳에 있는 산으로 발을 옮겨본다.


경부선 수원으로 가는 전철에 몸을 실으면 전철역에서 나오자마자 산으로 갈 수 있는 역이 몇 곳 있다. 의정부로 가는 전철에서도 있지만 나는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경우 수원으로 가는 전철에 몸을 싣고 가다가 가까운 산으로 간다. 석수역,  관악역,  명학역에서 내리면 바로 산으로 간다.  삼성산을 갈 때에는 석수역과 관악역을 이용하고 수리산을 갈 때에는 명학역을 이용한다. 오늘은 수리산이다.


수리산은 경기도립공원이다. 도립공원은 주로 2개 시군 이상에 걸쳐 있을 경우 지정되는데 수리산은 안양시, 군포시,  안산시에 걸쳐 있다. 주요 정상도 각기 다르다. 관모봉은 안양시, 태을봉과 슬기봉은 군포시,  수암봉은 안산시다.


관악역과 석수역은 수원 쪽으로 출구가 있고 안양역은 중간에 있다. 명학역은 뒤쪽에 있다.  명학역,  관악역은 의왕이나 수원 북부 쪽에 있는 사람들이 예전에 수원역이나 의왕역으로 가지 않고 1번 국도 즉,  경수산업도로를 이용하여 운행하는 시내버스나 시외버스를 이용하여 서울로 갈 때 많이 이용하였던 전철역이다. 지금은 4호선 전철도 있고 경수산업도로도 교통체증이 심하여 그렇게 하지 못하지만 30년 전에는 그렇게 했다. 나에게도 추억이 있는 전철역이다. 명학역을 내리면 육교를 건너 산이 있는 방향으로 남쪽으로 이동을 한다. 횡단보도를 건너고 또 건너면서 명학공원이 있지만 오늘은 그냥 지나친다.


수리산의 지명유래에 관해서는 세 가지 설이 있다. 산의 바위가 마치 독수리와 비슷하여 수리산이라 했다는 설, 신라 진흥왕 때 창건한 수리사(修理寺)로 인해 수리산이라 했다는 설, 조선시대 때 어느 왕손이 수도하여 수리산(修李山)이라고 했다는 설 등이 그것이다. 일명 견불산(見佛山)이라고도 한다.(출처: 한국민족대백과사전)


주택가를 걸으면서 이제 이곳도 재개발에 포함되는지 플랜카드가 설치되어 있다. 성결대학교 앞의 노후화된 주택단지가 이제 새단장을 앞두고 고민에 빠져있다. 고민이 오래되면 병이 되는데 빨리 결정되기를 바란다.


산으로 간다. 입구에 이제 관모봉 올라가는 이정표가 있다. 아무도 없는 골목길을 올라왔고 아무도 없는 등산로를 계속 걸을 뿐이다. 산길도 좋고 찾는 이가 이 시간에는 없는 것 같다. 조금 걸으니 부부 산객이 자리를 펴고 점심이 한창이다. 주택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올라 소나무 밑에서 먹는 점심이 꿀맛일 것이다.

관모봉은 처음에는 평탄하다. 900m 정도를 남겨두고부터는 가파르게 오른다. 산은 가파르면 가파른 나름의 즐거움이 있고 평탄하면 평탄함 자체의 즐거움이 있다.


군포와 안양의 갈림길이 시작되는 지점부터 이제는 가파름의 최고봉이다. 이곳이 관모 쉼터다. 예전에 이곳에 왔을 때 한창 공사 중이었는데 이제는 공사가 완료되어 데크를 이용하여 올라갈 수 있다.

데크의 계단이 147이라고 한다. 첫 번째 데크도 147개,  두 번째 데크도 147개다. 재미있게 계단 숫자를 만들어 놓았다. 100개 계단도 있다. 관모봉을 오르고 나면 힘든 등산로를 다 오른 기분이다. 태을봉이야 올라도 관모봉에서 조금 더 오른다고 보면 될 것이며 슬기봉은 태을봉에서 능선길을 가면서 내려갔다가 올라가는 길이니 힘들어도 그런가 보다 한다. 안양 쪽에서 오를 때 가장 힘들게 오른 봉이 관모봉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관모봉은 수리산이 안양 쪽에 접한 봉우리 중 가장 높은 봉우리다.

관모봉은 전국에 많이 있다. 그런데, 봉우리 명칭은 대부분 관모를 닮아서 관모봉이라고 지칭한 것이다. 수리산 관모봉도 동일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관모의 뒤쪽은 가파르다. 그것이 안양 쪽에서 오르는 곳이다. 관모봉 정상에서 관악산, 청계산 및 안양시내를 볼 수 있다. 수리산 정상인 태을봉에서 볼 수 있는 전망은 거의 없다. 관모봉 정상에서 보는 전망이 태을봉보다 좋다고 할 수 있다.

태을봉은 독수리가 날개를 펴는 중간이라고 해서 새을자를 써서 태을봉이라고 한다. 관모봉에서 태을봉을 갈 때 어느 지점에서 갈림길이 있는데 왼쪽으로 가면 편안하게 갈 수 있는데 어떤 가족이 오른쪽으로 오르면서 왜 이렇게 힘드냐고 아빠에게 이야기한다. 내려오는 가족도 있다. 계속해서 땅을 쳐다보아서 목이 아프다고 한다. 목을 스트레칭하여야 한다고 한다. 힘든 구간과 쉬운 구간을 사전에 잘 알아서 안내를 하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결과이다.

태을봉에 올라보면 헬기장이 있고 이곳은 군포라는 것을 표시하고 있다. 관모봉은 안양시, 태을봉은 군포시다. 군포시에서 정상석을 세워 놓았다. 이제는 슬기봉으로 간다. 태을봉을 내려오자마자 병풍바위다. 병풍바위 능선을 그대로 등산하는 것은 위험하니 우회하라고 알림 표시가 있다. 나도 예전에 이 병풍바위를 넘어 보았지만 위험하기 그지없다. 병풍 방위에 앉아서 점심을 먹는 사람들도 있다. 그 바위를 지나는 사람이 없기에 점심을 먹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식사를 하고 있다.

이곳은 우회하는 길은 험난했는데 이제는 데크를 이용하여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데크가 만들어질 때는 자연을 훼손하지만 만들어진 후에는 다른 길로 다니지 않으니 보전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잔도와 같이 바위에 길을 내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태을봉과 슬기봉의 중간지점에 안부가 있다. 어떻게 보면 정확하게 중간지점이나 이지점을 지나고 칼바위가 있는 곳을 지나기 전 수리산 전체를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봉우리를 올라 살짝 옆으로 가면 벼랑바위가 있다. 벼랑바위 위에서 전체를 바라다본다.


수리산을 지나는 고속도로에서 자동차의 바퀴소리가 요란하다. 수도권을 순환하는 고속도로가 있고 이러한 고속도로가 서울로 집중되고 순환되면서 산마다 고속도로가 터널을 만들어 지나고 있다. 청계산을 지나는 고속도로는 성남-안양 간 고속도로,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가 있고 수리산은 수도권 제1순환 고속도로, 서해안고속도로, 광명-수원 간 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가 지난다. 고속도로위를 이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자동차가 다니니 산에 있는 동물들이 너무 힘들 것 같다. 어떻게 조용한 시간이 없을 것 같다. 성남의 금토동고속도로가 4개 지나가 사람들이 살기 힘들다고 하는데, 이곳도 마찬가지다. 안산시 수암동도 비슷하다.

슬기봉에 도착하기 전 슬기 쉼터에서 사람들이 참외를 먹다 흘린 참외씨앗이 생명을 연장하고 있다. 저 참외가 생명을 끝까지 연장하여 그 유전자를 물려줄 수 있는지 궁금하다.

군포의 산림욕장과 임도오거리에서 올라오는 길이 여기에 있다. 임도오거리에서 올라는 사람들은 슬기봉을 힘들게 올라와서 슬기봉을 보기보다는 정상 근처의 수암봉 가는 길만 볼뿐이다.


슬기봉은 정상은 군부대가 있어서 등산객들은 접근이 안되고 있다. 그래도 등산객들을 위하여 우회 데크를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다. 슬기봉의 가장 높은 곳에서 지금까지 온 태을봉을 돌아본다. 이곳의 포토존이라고 할 수 있다. 데크가 끝나는 지점에서 멀리 보면 인천 앞바다까지 볼 수 있는데 오늘은 나에게 허락하지 않는다. 그냥 지나간다.

안부를 내려가다 나비를 만났다. 나비는 꽃을 찾아 이리 날고 저리 날고 있는데, 나는 나비가 되어 꽃을 찾는데 오늘은 꽃이 같이 하지 못하였다. 나 혼자만의 산행이다.

수암봉 가는 길에서 왼쪽은 군부대 오른쪽은 수암봉으로 가는 길이다. 포장도로를 2-300M 내려간 후 수리사 가는 길과 수암봉 가는 길로 접어든다. 포장된 도로에 접어들자마자 이채로운 돌탑이 눈길을 끈다. 오랫동안 비바람에 시달렸으면서 그 형태를 유지하여 이제는 탑의 기단 부분에 이끼도 끼어 있다. 저 탑을 세운 사람이 이곳을 몇 번 왔다 갔는지 모르겠다.

수리사 가는 길은 봉우리를 올라가서 수리사로 가야 하는데 2km다. 수암봉도 2km다 수암봉을 거쳐서 안양시민공원까지 가야 하는 만큼 수리사는 패스다. 수리사를 갔다가 다시 와야 하기 때문이다. 평탄 한길의 연속이다. 안산시 구간이다. 우리가 서해안 고속도로를 통해 목표 쪽에서 서울로 올 때 수암봉이 보이면 거의 다 왔다는 의미이다. 영동고속도로나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인천에서 수원이나 안양 쪽으로 이동할 때 이제는 안산을 벗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수암봉 주변은 고속도로 터널과 IC의 연속이다. 낮에는 모르겠지만 밤에는 자동차 바퀴소리가 정적이 없이 계속 들려올 것이다. 거대한 오케스트라 일지 아니면 귀청을 찢어버리는 소음 일지는 듣는 사람이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산을 넘으면 산이 막으면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산 넘어 남촌에 봄이 오는 것이 아니라 소음이 있을 뿐이다.


수암봉 정상에 안산시에서 전망대를 만들어서 안산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수암봉 정상에서 바라보면 고속도로의 IC가 우리의 눈앞에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그 주변에 사는 사람들과 동물들은 소음공해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이제는 하산이다.


창박골로 가는 길과 병목안 시민공원 갈림길을 지나서 병목안 시민공원으로 내려간다. 병목안 시민공원까지 1시간이면 간다. 병목안 시민공원에 도착하면 오늘의 산행도 끝이다. 병목안 시민공원에서 캠핑을 하는 사람도 있고 관모봉을 오르는 사람도 있다.


병목안 근처에 예전에는 한증막이 많이 있었으나 이제는 다 폐업하고 이제는 허물어지고 있는 건물밖에 없다.


 

이전 06화 광명의 도덕산 구름산 가학산 서독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