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와 오해
사람을 풀어헤치는 일은 나의 업이었다. 대부분의 범죄자들은 면담을 시작하면 자신의 이야기를 줄줄 늘어놓는다. 아직까지 면담을 거부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비록 범행에 관한 부분은 말하기를 주저하고 때론 거짓말을 하더라도,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아무도 자신에 대해 묻지 않았고 아무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다고 했다. 엉엉 울면서 나를 기다렸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그가 늘어놓는 이야기를 재구성한다. 자기 자신을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까? 주변인도 그에 대해 같은 평가를 내릴까? 나는 그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타인에 대한 이해와 오해 사이 외줄을 탄다.
피의자들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네 시간 넘게 내리 질문을 받고 답변을 하려니 쉽지 않았다. 이야기가 어떤 맥락으로 편집되고 재조립될까 궁금하고 불안했다. "왜 프로파일러가 되고 싶으셨어요?"라는 질문에 "제가 어려서부터 명탐정 코난 같은 추리물 보는 걸 좋아했거든요~"라고 웃으며 답한 것이 헤드라인이 된 것을 보고 아뿔싸 싶었다. 이럴 줄 알았어. 아니 몰랐지. 다시 보니 유쾌한 제목이 마음에 든다. 성공한 덕후의 느낌도 나고(사실 코난보다는 유명한 탐정을 더 좋아하지만).
사실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 "신체든 권력이든 구조적인 힘의 우위에서 오는 여성·아동·동물 등 약자에 대한 폭력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었는데 기자님이 잘 정리해 넣어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 바라는 것이 있다면 약자에 대한 폭력을 감소하는 데 일조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의 ‘듣기’가 도움이 되기를.
듣는 것도, 말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재미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10723540005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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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469/000059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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