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좋은 나라 에스토니아
살기 좋은 나라란 어떤 나라일까? 물가가 저렴하고 치안이 좋은 나라? 평균 임금이 높고 괜찮은 일자리가 많은 나라? 각자가 처한 상황과 외국 생활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가에 따라 그 답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살기 좋은 나라란 문화적 다양성과 포용성이 존재하고, 평균 임금 대비 물가가 비싸지 않으며, 외국인들에게도 충분한 기회가 열려있는 나라였다. 인생에 단 하나의 정답만이 존재한다고 믿는 지나치게 획일화된 한국 사회, 그리고 한국보다는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하지만 유독 외국인에게는 지나치게 보수적인 일본 사회는 내가 생각하는 살기 좋은 나라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비록 세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직접 살면서 경험해본 에스토니아는 ‘내가 살고 싶은 나라’의 조건을 충족시켜주는 몇 안 되는 나라였다. 북유럽답지 않게 물가가 저렴하면서도 사회적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고, 치안도 훌륭하며, 문화적으로 매우 개방적이고 인종차별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나라에서 한 번쯤 살아보고 싶게 만드는 에스토니아의 진짜 매력은 따로 있다. 지금부터 왜 에스토니아가 유러피안 드림의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지 함께 살펴보자.
1991년 구소련으로부터 독립 후 2003년 EU(유럽연합)에 가입한 에스토니아는 유럽연합 내에서 차근차근 그 존재감을 키워나가고 있다. 에스토니아는 유럽 기후협약과 경제협약을 비롯한 다양한 안건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에스토니아 제2의 도시 타르투는 2024년 유럽 문화수도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또한 에스토니아는 유럽의 끝 그리고 러시아의 바로 옆이라는 독특한 지리적 위치를 이용하여 여러 비유럽 국가들의 유럽 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러시아 회사들이 에스토니아에 법인을 설립하고 EU에서 비즈니스를 영위하고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부정부패가 심하고 행정 절차가 불투명한 러시아와는 다르게 에스토니아에서는 모든 절차가 투명하게 운영되기 때문이다.
유럽으로 통하는 관문 역할을 하는 에스 토니 아답 게 수도 탈린에서는 Swedbank와 Microsoft 등 다양한 다국적 기업의 간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스타트업 창업, 해외취업, 이민 등 당신이 외국에서 하고자 하는 그것이 무엇이든 유럽으로 통하는 관문 에스토니아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에스토니아가 유럽의 관문 역할을 하게 된 것에는 이 나라의 파격적인 세금정책이 한몫을 했다. 에스토니아는 민간 기업에 대한 지원과 생태계 활성화를 최우선으로 두고 다양한 정책들을 펼치고 있으며 철저하게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나라다.
우선 법인의 경우를 살펴보자. 2021년 기준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의 주요 국가들의 법인세율은 30%에 가깝다. 반면 에스토니아의 법인세율은 일괄 20%로 낮은 편이다. 배당을 지급한 경우 이는 14%까지 낮아질 수 있다. 또한 에스토니아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재투자하는 모든 외국 기업에게는 이익에 대한 법인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다음으로 개인 소득세를 살펴보자. 해외 취업에 있어서 그 나라의 소득세율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에스토니아의 소득세는 일괄 20%다. 누진세가 적용되는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의 소득세율이 최대 4~50%에 달하는 것에 비교하면 파격적으로 저렴하다.
에스토니아가 적극적으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던 것은 전자 영주권(e-residency)이라는 독특한 제도 덕분이다. 에스토니아의 전자 영주권을 취득한 외국인들은 에스토니아에 거주하고 있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에스토니아에 법인을 설립할 수 있으며 세계 어디에서든 에스토니아와 EU에 기반을 두고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
2020년 기준 전 세계 20개국 약 6만 8천 명의 사람들이 에스토니아의 전자 영주권을 취득했다고 한다. 당신이 세계 어디에 있든 인터넷에만 연결되어 있다면 에스토니아와 유럽을 향한 문은 언제든 활짝 열려있다.
1991년 소련으로부터 독립 이후 역발상을 통한 끊임없는 혁신을 이루어온 에스토니아는 2017년 기준 아이슬란드와 아일랜드에 이어 유럽에서 세 번째로 인구당 스타트 업이 많은 나라다.
유럽 어딜 가나 쉽게 만나볼 수 있는 배달 및 승차 공유 어플 Bolt(전 taxify)는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에서 시작되었다. 그 외에도 Wire, Planet OS 등 다양한 분야의 매력적인 스타트업들이 끊임없는 혁신을 이루어 가고 있는 에스토니아는 스타트업에 관심 있는 당신이 눈여겨봐야 할 나라임이 분명하다.
WHO에 의하면 에스토니아는 핀란드 그리고 아이슬란드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공기가 좋은 나라라고 한다. 남한 면적의 2/3 정도 크기의 작은 나라인 에스토니아는 국토의 52%가 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발트해에 위치한 사아레마섬과 중세시대 성이 잘 보존되어 있는 합살루 등 에스토니아의 시골에 가면 울창한 자작나무 숲과 맑은 하늘의 쏟아질듯한 별을 볼 수 있다. 이제는 우리에게 일상이 되어버린 황사와 미세먼지 걱정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에스토니아는 분명 한 번쯤 살아볼 만한 나라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