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통한 내면세계의 확장
이름도 생소하고 어디에 붙어있는지조차 정확히 알 수 없었던 미지의 나라. 여행을 마치고 난 지금은 에스토니아라는 나라를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가보게 되었고, 조금 더 잘 알게 되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가득하다.
혹자는 에스토니아에서 정부와 회사를 비롯한 기관들이 나아가야 할 미래상을 보았다고 한다. 작은 정부와 디지털 혁신 그리고 분산화는 인구 140만의 작은 나라 에스토니아가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역발상의 결과물이다.
그리고 그들의 이러한 필사적인 노력은 디지털화와 탈중앙화라는 시대적 흐름과 맞아떨어졌다. 이제는 인구 140만의 작은 나라 에스토니아를 유럽의 강대국들이 앞다투어 벤치마킹하고 있다. 작지만 강한 나라 에스토니아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다.
한편으로 나는 에스토니아에서 디지털 혁신이 아닌 마음씨 따뜻한 사람들과 매혹적인 풍경을 가슴 한가득 담아왔다. 유럽에서 가장 예쁜 탈린의 크리스마스 마켓, 피부색이 다른 외지인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맞아주던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 설국의 자작나무 숲과 이국적인 풍경들 그리고 천혜의 자연환경까지. 에스토니아의 진짜 매력은 사실 이런 것들이 아닐까?
바이킹 시대부터 중세 독일의 한자동맹을 거쳐 2차 세계대전과 구소련 시절까지. 지난 역사 대부분의 기간 동안을 힘겹게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살아온 에스토니아의 역사는 우리의 그것 만큼이나 파란만장하고 다이나믹하다. 그러나 역경과 도전에 굴하지 않는 그들 특유의 여유와 낙천적인 웃음 속에서 조용하지만 강한 에스토니아의 저력을 보았다.
마지막으로 내 스물일곱 번째 여정의 모든 과정을 함께해준 여자친구에게 무한한 감사와 사랑을 표현하고 싶다. 지난겨울 에스토니아에서 보낸 세 달간의 시간은 내 생의 가장 빛나는 날들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