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갇혀있는 수용자들이 가장 학수고대하는 시간이라면 바로 운동시간일 것이다.
이 시간만큼은 사방이 탁 트인 운동장에서
바깥의 공기를 실컷 마실 수도 있고,
거실 내에서는 금지된 운동도 하면서
자유를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감옥 안에서 유일하게 행동의 제약을 받지 않는 자유시간인 셈이다.
수용자들은 이 시간에 족구를 하기도 하고,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열심히 스쿼트를 하거나 팔 굽혀 펴기, 조깅 등으로 체력단련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시간만큼은 교도관이 가장 심심한 시간이다.
운동하는 수용자들 수십 명을 지켜보며 감독하는 것밖에 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수용자들이 운동을 하면서 벌어질 수 있는 사고나 싸움 등을 예방하기 위해 한눈을 팔면 안 되지만
그런 일은 자주 벌어지진 않기에 대부분의 시간은 심심하게 흘러간다.
이렇게 심심한 시간들 틈틈이 핸드폰이라도 있으면
시간 때우기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하지만 수용자를 대면하는 곳에서 교도관은 핸드폰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시간만큼은 핸드폰이 유발하는 도파민으로부터 유일하게 해방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물론 아날로그적인 삶을 추구하는 내게 이러한 점은 오히려 장점이다.
핸드폰이란 녀석은 삶에 편리함을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생각하는 법을 잊어버리게 만들기도 한다.
핸드폰에 너무 의존한 나머지 내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것들도
핸드폰으로 검색하여 손쉽게 답을 찾으려 한다.
내가 원하는 것들을 손가락만 움직여 바로바로 얻어낼 수 있으니
뇌는 점점 생각하는 힘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어느 날 급하게 나오느라 핸드폰을 깜빡 집에 두고 온 적이 있다.
이미 꽤 많은 거리를 지나와서야 핸드폰을 집에 두고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시 돌아가서 핸드폰을 가지고 오자니 지각할 것이 뻔했다.
그때부터 난 심하게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뭔가 핸드폰에 오늘 중요한 일정을 기록해 뒀던 것 같고,
누구에게 연락이 오진 않았을까 초조하고,
평소에는 별로 보지도 않던 인터넷 뉴스기사들이 궁금해졌다.
나는 이때 누군가에게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내가 핸드폰의 주인이 아니라, 핸드폰이 나의 주인이 되었구나'
나도 모르게 핸드폰에 종속된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까짓 껏 오늘만큼은 핸드폰 없는 삶을 살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몇 시간 뒤 신기하게도 답답하고 불안할 것만 같았던 내 마음은
운동시간을 맞이한 그들처럼 한 없는 자유로움을 느꼈다.
바람을 피부로 느끼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내가 살아있음을 느꼈고,
햇빛을 쬐면서 광합성을 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평소엔 그냥 지나쳤을 만한 것들...
예를 들면
바람에 나무가 흔들리는 모습,
하늘에 구름이 떠다니는 모습,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비에 젖은 풀 내음 같은 것들을
내 감각으로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누리고 있는 세상은 생각보다 아름다운 곳이었다.
이런 것들에 감사를 느끼지 못하고
나는 그저 핸드폰이라는 작고 네모난 화면에 고개를 처박고 다니지 않았던가...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내게 운동시간은 아무런 자극도 없는 지루한 시간이 아니라
오히려 아무런 자극이 없기에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온전히 나의 내면에 귀 기울이면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음을 느끼기에
내게 강제로 아날로그 라이프를 선물해 주는 이 시간이 썩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