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교도소이다.
무슨 죄를 지어서 들어왔냐고?
무슨 죄일까... 나는 과연 무슨 죄가 있어서 교도소에 있는 걸까?
궁금하지 않은가?
인간의 역사는 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죄의 역사이다.
성경에서는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먹었을 때부터 인류 태초의 죄가 시작되었고
인간이 존재하는 한 죄는 항상 존재했다.
왜 갑자기 죄에 대해 지루한 연설을 늘어놓느냐고?
나는 이곳에 있으면서 항상 죄에 관해 생각한다.
인간이란 뭘까. 인간의 본성은 악할까 선할까? 와 같은 것들을
끊임없이 생각하게 된다.
이곳의 환경이 나를 더욱더 그렇게 만든다.
나를 어느 소설에나 나올 법한, 또는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할 만한
범죄자일 것이라고 기대했다면
실망시켜서 미안하다.
나는 죄수가 아닌 교도관이다.
아직 베테랑이라고 하기엔 미숙하지만
이곳의 생리를 어느 정도 파악한 어엿한 느낌의 교도관.
말 수가 별로 없는 내향적인 성격의 내가 교도관이 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내가 교도관이 된다고 했을 때 아무도 내게 좋은 말을 해 준 사람이 없었다.
오히려
"그거 너랑 안 어울려"
"너 그 험한 데서 잘할 수 있겠냐"
"차라리 다른 걸 준비해 보는 게 어때"
"나 같으면 시켜줘도 안 한다"
와 같은 말들로 내게 상처를 주었다.
하지만 그런 모진 말들에도 불구하고 뭔지 모를 이끌림에 나는 교도관이 되겠다고 다짐하였고,
누군가에게는 죽어도 들어가기 싫은 교도소라는 곳에 제 발로 스스로 들어오게 되었다.
담장 안으로 둘러싸인 이곳.
어두컴컴한 조명에 퀴퀴한 냄새가 가득하다.
내게는 이 냄새가 '사람 냄새'가 아닌 '인간 냄새'이다.
사람 냄새는 따뜻하지만
인간 냄새는 차갑다. 단어에 감정이 없다.
사회와 군대 안의 공기가 다르다고 하듯
이곳의 공기도 다르다.
죄가 많은 영혼들로 빽빽한 이곳은
'인간 냄새'로 가득 찬 차가운 공간이다.
이곳은 음지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지도 못하고 알 수도 없는...
그래서 누군가는 궁금해하지 않을까?
원래 베일에 싸인 것이 더 궁금한 법이다.
어느 누군가에게 재미있게, 하지만 무겁게 읽힐지도 모르는
이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에 대해서
글을 써 내려가고자 한다.
교도소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지만
결국 인간에 관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