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현정 Apr 09. 2019

혼자 사는 여성과 고양이의 상관관계


“고양이는 잘 지내요?” 


이 안부 인사를 자주 듣는다. 이 질문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나는 한 번도 고양이를 키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정말 잠시 맡아본 적도 없다. 고양이가 ‘혼자 사는 30대 싱글 여성의 상징’이 되어버린 것인지, 아니면 내가 집 밖에 잘 안 나가는 이유가 고양이 때문이라고 생각하는지, 사람들은 종종 내 집에 고양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저도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만. 


나는 동물을 좋아한다. 강아지든 고양이든 사랑스럽다. 주기적으로 동물을 만나야 행복도가 올라간다. 강아지나 고양이가 있는 친구 집에 놀러가 잔뜩 털을 묻히고 오는 게 즐겁다. 고양이나 개 중 고른다면 개를 키우고 싶다. 70대 유튜버 스타 박막례 할머니는 패션 잡지 상담 코너에서 “꼭 결혼을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신 바 있다. 

“능력 있으면 혼자 살아. 개 키우면서 살아.” 


언젠가부터 대형견을 키우는 게 꿈이었다. 어릴 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어릴 때 개는 다 무서웠다. 물린 적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담장 밖으로 나오는 개 짖는 소리도 무서워 피해 다녔다. 개는 다 사납고 무서운 줄 알았다. 그런데 스무 살 때쯤 외국에서 잠시 늙고 순한 골든 리트리버와 함께 살며 생각이 바뀌었다. 영어를 배운다고 비싼 돈 들여서 어학연수를 갔는데, 모든 게 생각 같지 않았다. 홈스테이로 지내게 된 집은 2층집이었지만 내 방은 지하였고, 홈스테이 가족은 자기들끼리도 대화를 안 했다. ‘계약만 끝나면 얼른 나가야지’ 하며 입맛에 안 맞는 음식을 삼켰다. 예상보다 추웠던 지하의 거실 소파에 웅크리고 앉아, 오래된 TV로 나오는 시트콤을 보고 있으면 순하디 순한 골든 리트리버가 발치에 앉았다. 외롭고 힘들었던 그 시절, 그 아이가 내 작은 위안이었다. 그때의 기억 때문일까. 언젠가는 커다란 골든 리트리버를 키우고 싶다.



그렇지만 작은 전셋집은 활동량이 적은 나에게나 알맞지, 골든 리트리버가 살 수 있는 크기는 아니다. 조금 더 큰 집에 살 수 있게 된다 해도, 그 크고 활동량 많은 개를 집에 가둬두고 어떻게 출근을 한단 말인가. 조금만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나의 바람이 실현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남의 개라도 보려고 TV 프로 그램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를 자주 본다. 소위 개통령 강형욱 훈련사의 말씀 하나하나를 개도 없으면서 마음에 새긴다. 주인이 어떻게든 반려견의 마음을 알아주고 더 잘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개가 몇 배는 더 주인을 사랑하는 게 느껴질 때마다 눈물이 핑 돈다. 아니, 도대체 인간 따위가 뭐가 좋아서. 


강형욱 훈련사의 가르침 중 하나는 ‘혼자 사는 사람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는 것인데, 강아지가 혼자 추억도 없이 외롭게 성장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의미다. 혼자 사니까, 외로우니까 개를 키우기 시작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평일에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몇 시간 되지도 않는 시간을 함께하려고 강아지에게 외로움을 안겨줄 순 없는 일이다. 게다가 나는 한 번도 동물을 키워보지 않은 쫄보라서 한 생명을 평생 책임질 수 있을지 아직 자신이 없다.


길에서 골든 리트리버가 지나가면 반갑다. 반려묘와 사는 친구가 여행 가면 빈집에 들러 고양이의 물과 밥을 챙겨주고 온다. 아직은 여기까지다. 다시 한번 말하건대 우리 집에 고양이는 없다. 유튜브로 남의 집 개와 고양이를 보며 웃고 있는 내가 살고 있을 뿐. 세상의 모든 개와 고양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들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고, 인간을 너무 좋아하니까.

이전 03화 바 선생이 나타났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