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할머니가 된 우진을 상상한다.
당연히 나는 이미 이 세상에 없고, 우진이는 머리가 하얀 할머니가 되어, 곁에서 노는 어린 손주들을 아득하고 먼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 아이들은 상상도 못 하겠지- 지금 내 눈앞에서 싱그럽게 빛나는 어린 우진이를.
그날이 오면, 어린 딸과 엄마로 보내는 지금의 날들도, 오로지 할머니 우진의 기억 속에만 존재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할머니 우진은 좀 외로우려나, 쓸쓸하려나. 형제자매가 없으니 우리의 시간을 홀로 기억해야 할 할머니 우진에겐 미안한 마음이 크다. 그런데 어쩌겠나. 내가 이렇게 살기로 택한 것을- 우리 다운 삶의 형태란 이러한 것을.
대신 할머니 우진이 외롭지 않게 지금의 어린이 우진이와 매일을 진하게 사랑하며 살아야지 생각한다. 아주 먼 미래에도 쉽게 잊히지 않을 정도로 진하고 바지런하게.
미래의 할머니 우진에게 보내는 편지 같은 하루하루라고 생각하면, 숙제 청소 밥 잔소리가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한 번이라도 더 웃고 더 안아 줄 힘이 생긴다. 어떤 날은 성실한 수필을 쓰고, 어떤 날은 헐렁한 시 한 편을 써서, 모든 편지의 끝에는 '사랑을 담아 엄마가' 같은 따뜻한 인사말을 써서 보내는 것이다. 외로울 때마다, 한때 나도 생생하게 빛나던 존재였다는 것을 잊지 않을 수 있게, 한 장씩 꺼내서 읽어볼 수 있게.
#내할머니우진이에게
#한때너는나의전부였고우린빛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