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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 Apr 13. 2022

#8. 마을을 그리다.

어반 스케치의 매력

건물 그리기를 위한 기본 소양을 갖추고 드디어 밖으로 나갔다. 골목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다. 굳이 예쁘고 멋진 풍경을 그리기 위함이 아니다.

'마을을 그리고 기억하다' 주제로 마을의 곧 사라질지도 모르는 곳들을 사진으로 담는다.

골목들이 주제라도 골목에 앉아 그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 마을도 점점 아파트에 밀려 주택들이 사라지고 있다. 작은 집들은 골목길을 만들고 골목들은 저 마다 특징이 있다.

벽화가 그려진 노란 벽 집

옛 기찻길 골목에 있던 벽화가 그려진 노란 벽 집.

예전에 기차가 다닌 골목인데 그때 기찻길 옆에 지은 오래되고 허름한 집이지만 눈에 띄었던 정겨운 집이다. 허름함을 노란색과 알록달록 꽃으로 단장하고 있던 집. 예뻐 보인다.

오래되었다는 것이 낡은 이 집의 역사와 삶이 담겨 아련하고 아름답다.

대리석 모자이크 집

기찻길 골목에 있던 오래된 집인데 벽에 대리석 조각들로 벽을 꾸며 놓았다. 일부러 멋 부리려고 한건 아닌 것 같고 남은 건축자재들을 가져다 집을 만든 것 같다. 어려웠던 시절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짠하지만 왠지 아기자기 예쁘다.

주황색 골목길

예전 자동차 공장이 있던 자리의 철조망 벽과 주황색 길. 철조망은 6.25 전쟁터가 생각나게 하는 삭막한 풍경이지만 주황색 길이 그런 느낌을 사라지게 하고 멋스럽게 보이게 한다.

막다른 골목이라 골목 끝엔 길이 없다. 옛 공장 자리는 곧 새로운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조만간 사라질 철조망 벽과 산뜻한 주황색 길이 눈에 띄었던 골목 풍경이다.

공중화장실 옆 무화과 나무집

이곳은 도심 한가운데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인 곳이었는데 그림 왼쪽 편엔 공중 화장실이 여러 개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화장실은 다 그리지 않았는데 이 골목은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고 화장실도 사용하지 않는다.

예전 서민들이 산 중턱에 집들을 짓고 화장실을 바깥에 만들어서 마을 사람들이 함께 썼다고 한다. 아침마다 화장실 앞에 줄을 써서 기다리던 풍경이 떠오른다.

휘어진 멋진 무화과나무가 있고 예전엔 북적북적했을 곳이었던 골목. 이곳도 조만간 개발구역이라 사라질 풍경이다.

황령산이 보이는 산복도로 오르막 길

마을버스가 올라가는 길. 구불구불 산복도로 올라가는 길인데 이 길이 느낌이 참 좋았다. 어지러이 널려 있는 전깃줄 마저 풍경을 다채롭게 만들고 산 밑의 집들이 모여 있는 모습과 휘어진 곡선 길 끝에 어떤 풍경이 나올지 궁금하게 한다.

이 길의 느낌이 어찌나 좋은지. 아랫동네에 사는 나는 자주 오는 곳은 아니지만 산복도로 윗동네에 사는 분들은 이길로 마을버스나 차를 타고 올라간다.

구불구불 좁은 도로를 다니는 마을버스 기사님들이 참 대단하다.

빨래가 널려 있는 집

빨래가 널려있는 노란 벽 집. 파랑과 흰색 천막이 노란 벽과 어우러져 경쾌하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빨랫줄에 널려있는 수건들이 뽀송뽀송해 보여서 개운하다. 햇볕에 말리는 것은 아파트에선 힘들다. 이런 주택은 옥상이나 마당에 빨래를 널어 햇볕에 말릴

햇볕 좋은 날 예쁜 풍경을 그림 속에  담아본다.

아파트에 살면 빨래는 실내 건조를 한다.

이렇게 골목길에라도 바깥에 빨래를 날 수 있는 곳은 요즘 보기 드물다. 왠지 반가운 풍경이다.

햇볕에 바짝 말라 보송보송한 빨래 냄새가 나는 듯하다.

이곳도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이다. 마을 곳곳에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들이 꽤 있었다. 보상을 받고 집을 비운 사람들과 살고 있는 집을 나가면 갈 데가 없는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는 골목들. 왠지 씁쓸하다.

정말 오래되어 보이는 낡은 빈 집을 담쟁이가 멋스럽게 장식하고 있다.

낡은 집들과 전깃줄이 어수선한 골목 풍경.

아이들이 고물줄, 공기놀이를 할 수 있을 법한 제법 널찍한 골목. 옛날엔 아이들이 분명 골목에서 놀았을 것 같다.

도로 길가에 있던 골목 안 풍경이다. 오래된 작은 집들이 주욱 늘어서 있고 집 밖에 살림살이들이 그대로 보이게 놓인 좁은 골목길. 깔끔한 풍경은 아니지만 사람 냄새 풍기는 골목 풍경이다.

이곳은 버스가 다니는 길에 마치 토토로가 살 것 같은 나무 동굴 안 쪽으로 보였던 골목이다. 상상력이 솟아나는 골목 퐁 경이 재미있었던 곳이다.

아주 좁은 골목길. 어떻게 이삿짐을 넣었을까 싶은 골목이다. 부산은 피난민들이 내려와 집을 지어 살았던 곳이 많아 구시가지엔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좁은 골목이 많다. 옆집 앞집 밥하는 냄새와 가족들의 이야기 소리가 다 들렸을 것만 같은 골목이다.

이곳은 엄마의 가게가 있는 거리 풍경이다. 뒤로 산이 보인다. 가게 맞은편은 아파트 대단지가 들어와 가게 앞 거리가 넓어졌다. 내가 살았던 동네라 정겨운 동네.

지금 살고 있는 동네의 윗동네는 산복도로 마을들이 있어서 이런 계단 골목이 많다. 골목골목 다른 생김들은 재미를 주었다.

해가 진 초저녁 거리 풍경. 길의 반대편은 대단지 아파트촌이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옛집과 현대의 집이 공존한다. 마치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존재하는 듯하다. 새로 지은 아파트가 살긴 좋지만 획일화된 모습의 집은 재미는 없다. 하지만 오래되고 낡은 옛집들은 지나가며 보는 사람들에겐 추억을 기억하고 흥미로울지 몰라도, 막상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일지 생각해 보게 된다.

이런 옛집들이 없어지면 아쉽겠지만 붙잡아 둘 수 도 없으니 그저 사라지기 전에 부지런히 눈으로 사진으로 그림으로 남겨두는 수밖에.....


마을 그림을 그리며 그동안 대충 지나쳤던 골목들을 유심히 들여다 보고 그 속의 이야기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상상력이 자라고 곁에 있는 작은 것들이 소중해진다. 멋진 경치가 아니어도 복잡한 골목길 풍경도 멋진 그림의 소재가 될 수 있다.

이것이 어반 스케치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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