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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 Mar 30. 2022

#6.  길 가다 만난 풍경들

그림의 주인공들을 만나다.

그림의 소재를 찾아 길을 가다가도 눈에 띄는 것들은 사진으로 담았다.

집 안에서 찾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무엇을 그릴까를 고민하다 보니 예사로 지나치지 않게 된다.

밭 밑의 작은 풀, 작은 돌멩이도 유심히 보고 사진에 담아둔다.

공중전화

요즘은 거의 잘 쓰지 않는 공중전화기.

오랜만에 발견한 공중전화에도 사람들의 추억이 있을 거다.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 공중전화기에 줄을 서서 전화를 했던 기억이 난다.

휴대전화에 밀려 잘 보이지 않는 공중전화를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그려보았다.

길 가다 만난 식물

저런 틈 사이로 줄기와 잎을 , 그리고 꽃까지 피우는 식물들. 정말 신기해서 사진으로 담아두었다 그렸던 그림이다. 생생하게 자라 있어 언제까지 자랄까 궁금했는데 일주일 뒤 사라지고 없었다.

노란 꽃까지 피우고 있었는데 지지대를 세워주고 보살폈으면 더 자라서 열매도 보여 주었을까?

없어진 걸 알고 적잖이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민트색 대문

마을을 탐사하며 구석구석 가보다 보니 옛집들이 있는 골목에 눈에 확 띄는 산뜻한 민트색 대문이 보인다. 이런 대문조차 요즘 아파트에 밀려 사라지고 있는 풍경이다.

언젠가 사라질지도 모르는 민트색 파란 대문.

내 그림 속에 담아본다.

녹슨 철 대문

나무가 우거진 정원이 있는 집의 녹슨 철 대문.

이 집은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이다.

곧 재개발이 될 곳이라 주인이 떠난 비어 있는 집인데 이곳은 마치 비밀의 정원 같은 이야기가 숨어 있는 동화 속 장소 같았다.

마을 한가운데에서 마치 이야기   장면 속에 있는 느낌이 들었다.

한 참 후에 이 집은 헐리어 사라졌다. 사라지기 전에 그림으로 담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존재를 기억하는 기록으로 남아서 말이다.

롯데수퍼마켓

오래된 슈퍼 앞 동네 아주머니들이 자판기 커피를 드시며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정겨움이 느껴진다. 길가다 우연히 마주친 광경인데 그림에 담고 싶었다.

무슨 이야기들을 하실까?

슈퍼 주인과 단골손님, 근처 가게 주인들이지 싶다.

 분이 오손도손 모여서 하는 이야기를 상상해 본다. 하하호호 웃음소리도 들리는 듯하다.

벽화 속 강아지

한동안 일 때문에 다니던 길가에서 본 벽화 속 강아지. 매번 보다 보니 정이 들었다. 항상 같은 자리에서 반겨 주던 이 녀석도 내 그림 속에 들어왔다.

저 집의 주인은 왜 벽에 강아지를 그려 놓았을까?

순둥 한  모습이  때마다 마음에 남았고 안녕 인사를 하게 했다.

일주일에 한 번 보는 이 녀석에게 정이 간다.

이름을 불러주면 반갑게 꼬리를 흔들 것만 같아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슈퍼앞 호박들

슈퍼 앞에 진열되어 있던 호박들.

둥글둥글 모여 있는 호박들이 한참  눈길을 잡아 놓았다. 귀엽기도 하고 재밌기도  호박들의 자태를 그림으로 담아 본다. 의외로  상당히 마음에 드는 그림이 되었다. 호박이 못생겼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내 눈엔 너무 이쁜 호박들이다.

에어컨들

전파상 앞 켜켜이 쌓여있던 에어컨들.

고장이 나거나 새로운 에어컨에 밀려 때어졌을 에어컨들이 모여있는 모습이 재밌다. 이아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에어컨들이 저마다 자신의 사연을 얘기하고 있을 것만 같다. 새롭게 수리가 되어 중고거래가 되겠지. 새로운 주인을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능소화

담장을 넘어온 능소화는 화사한 자태로 골목을 빛내주고 있었다.  마당을 아름답게 꾸미고도 담장 밖까지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양반집 . 넉넉한 여유를 느끼게 하는 풍경이다.

쨍한 여름 쨍한 주홍빛의 꽃과 초록의 잎이 하얀색 담장에 어우러져 기분까지 산뜻하게 해 준다.

여주

마을을 돌며 다양한 식물들을 만났다. 각자 저마다의 자리에서 존재감을 뿜어내던 식물들은 삭막한 도심에 그나마 여유를 가지는 시간을 만들어 준다.

집들과 건물로 가득한 도시의 곳곳을 이런 식물들이 초록을 가득 머금고 도시를 숨 쉬게 만든다.

잠시 바라보며 눈과 머리를 환기시켜주는 식물들을 보며 고마움을 느껴본다.

골목길 화분

골목집 2층에서 화분 가득 피어 반짝하고 빛나고 있던 작은 꽃들. 골목집들은 화분을 많이 키우고 있었는데 골목을 따뜻하게 하는 힘이 있다.

콘크리트 틈새로 피어난 꽃

사무실 입구 콘크리트 벽과 바닥 사이 틈새 흙에서 자란 들꽃이 너무나 소담스럽게 피어 있어 신기했던 풍경이다. 저리도 열악한 환경에서도 제가   있는 최선을 다해 풍성하게 피어 있는 꽃을 보니 생명의 신비함을 느낀다. 참 기특하지 않은가.


내가 그린 그림들은 대단할 것이 없는 것들이다.

하지만 작은 발견들이 주는 소소한 감성들이 그림의 소재가 되어 준다.

바라보고 그리는 동안 애정을 가지고 정성을 다하게 된다.  

그리고 그림의 주인공으로 태어난다.

하찮았을지도 모르는 사물들과 풍경들이 저마다의 가치를 지닌 주인공이 되어 볼 수 있다.

일상 드로잉을 하면서 작은 것에 감사하고 감동하는 마음과 따뜻한 시선을 가진 관찰자가 되었다.

오늘도 내 그림의 주인공들을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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