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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춥다물 Mar 29. 2024

주야독포, 포트폴리오 만들기

영국식 포트폴리오 만들기

 영국에는 5장 내외로 간단하게 편집한 포트폴리오인 CV가 있고, 그 이후에 면접이나 더 많은 정보를 원하는 경우에 2차로 공유하는 포트폴리오 Portfolio가 따로 있다.(처음부터 많은 장수의 Portfolio를 공유하지 않음) 그리고 Cover letter(자기소개서), Reference Letter(이전 회사 상사나 대표의 사인이 들어간 추천서)가 추가로 요구된다. CV는 대부분 5-10장으로 구성되고, 이메일로 주고받거나 업로드하기 쉽게 5MB-10MB 이하의 PDF 파일로 만들어야 한다. 다음과 같이 상황이면 자신들이 다니는 회사에서는 바로 심사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한, 영국 건축회사에 다니는 지인들의 증언이 있다.


1.파일 크기 최대 10MB 이하라고 명시했는데 크기가 더 큰 파일을 보낸 경우

2.이메일주소가 이름이 아닌 경우(예, lovely_춥다물@, 춥다물1234@)

3.10페이지가 넘어가는 경우


 특히 두 번째는 한국인으로서는 잘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왜냐하면 한국 이름을 쓰는 사람이라면 내 영문이름의 계정이 '이미 사용 중인 계정'이 아닐 리가 없기를 바라기 힘들기 때문이다. 단일민족으로 적은 수의 성을 공유하기에 그렇다지만 나만해도 '춥다물'로는 지메일, 한메일, 네이버메일, 다음 메일로 숫자를 붙이지 않고서는 계정을 만들 수가 없어서 핫메일로 만들었다. 그나마 운이 좋은 축에 속한다. 영국에서는 성이 무척 다양하기 때문에 성과, 이름이 모두 겹치는 경우가 우리나라만큼 흔치 않다. 그래서 대부분 자신의 성과 이름으로 된 이메일 계정을 갖고 있는데 정말 가끔 '톰_최고의남자@' 같은 경우를 쓰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은 구직 희망 이메일은 곰의 회사에서는 열어보지도 않는다고.  


 이렇게 건축, 디자인 분야에서 직업을 구하는 사람이 포트폴리오를 만들 때 꼭 필요한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것은 아래와 같다.  

Adobe InDesgin(프레젠테이션, 매거진, 책자 편집 프로그램)
Adobe Photoshop(사진,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
Adobe Acrobat(PDF 파일 뷰어, 편집 프로그램)
모두 포함된  Adobe CC ( 35,000~60,000/월,  계정 1개로 컴퓨터 2대 이용 가능)
One Drive(118,000원/연, 저장 클라우드 1TB, Microsoft Software 무료 이용, 5명과 계정 공유 가능)

  

 책상 위에는 노트북이 두 개다. 하나는 윈도우 프로세서,  하나는 맥 os가 돌아간다. 윈도우에서 원드라이브(OneDrive)가 더 빨리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필요한 서류, 사진, 이미지, 도면을 모아서 포토샵으로 잘 다듬어 놓고, 역시나 원드라이브로 연결되어 있는 맥북으로 편집 작업을 한다. 월급이 없는 사람이 35,000원씩 컴퓨터 프로그램을 월결제하는 것은 부담되는 일이었지만 디자이너가 디자인 프로그램을 사서 써야지 하며 오랫동안 유지해 온 게 내심 뿌듯했다. 뿌듯함을 가지기 힘든 시기였기 때문에 이 삼만 오천원에 모든 마음으로 기댔었던 것도 같다.


 그럼 이제 내가 지난 12년 동안 무슨 일을 했었는지, 원하는 순서에 맞게 단정하게 정리하는 시간을 가진다. 책상에 아침 8시에 커피를 한잔 내리고 앉아 몇 시간 동안 프로젝트 날짜를 꼼꼼하게 기입하고, 어떤 프로젝트에 정확히 무슨일을 했는지 자세하게 적는다. 그러니까 랩퍼인지 메인 보컬인지 확실히 알릴 것.


예) 2024년 /춥다물동 주민센터 신축/ 기본계획, 실시설계납품/ 컨셉 디자인, 3D 모델링


 페이지 구성을 바꿔보고, 폰트도 달리 해보며 이미지를 여기저기 옮겨보고, 어떤 프로젝트를 뺐다가 넣었다가 하며 어떤 날은 내리 8-9시간을 앉아있게 됐는데, 또 어떤 날은 같은 작업을 반복하는 것이 너무 고통스러워 한국 드라마를 한 컴퓨터에 틀어놓고 이미지를 모으고 폴더를 다시 정리하는 데만 다 쓰기도 했다. 그렇다. 포트폴리오 만들면 저절로 되는 것이 바로 컴퓨터 폴더 정리다. 그렇게 컴퓨터를 정리하고, 프로젝트를 다시 살리고 옮기고 없애버리는 동안 '낭만 닥터 김사부'를 여러 시즌 봤고, 더 이상은 생각나지도 않는 옛날 한국 드라마들도 몰아서 봤는데 내 체형에 맞지 않는 책상에서 그렇게 장시간 포트폴리오 작업만 강행했다. 꼼짝하지 않고 집에서만 지내던 지난한 그 시간은 한 달 하고도 반이 걸렸다. 그러면서도 나는 그래도 포트폴리오만 만들면 금방 일을 구할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고 또 믿었기 때문에 오른팔에 마비가 오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 -당분간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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