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을 위한 면접을 본다고요?
영국은 추천과 지인을 통한 소개로 사회가 돌아간다고 봐도 무방하다. 집을 구할 때도 이전에 함께 살았던 플랫메이트(flatmate)나 전주인의 추천서(reference letter)가 있어야 하고 회사를 옮길 때도 이전 두 군데의 회사의 상사나 대표의 추천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받기 때문이다. (영국의 건축법상 건축회사는 구직자에게 추천서를 요구할 수 있고, 그 추천서를 쓴 사람은 구직자가 원할 시 추천서를 구직자에게 보여줄 의무가 있다) 검증이 안 된 사람을 거르겠다는 것이 이 귀찮은 과정의 기본 목적인데, 그래서 큰 회사에서 주로 이용하는 것이 바로 에이전시(중개사)이다. 이게 회사뿐 아니라 일을 구하는 개인에게도 좋은 것이, 중개사에서 추천해 주는 일자리는 ‘교육시설 설계 경험의 건축 디자이너(1-3년 차) / £35,000~40,000’와 같이 해당 직무에 대한 필요 경험과 회사의 예산 기준이 정확히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회사가 이런저런 직무를 맡을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면 에이전시에서 1차로 거른 CV(우리나라의 포트폴리오에 해당하는 이력서)를 회사로 보낸다.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골라서 답변하면 에이전시를 통해 날짜와 시간을 조율해 면접을 본다. 면접 후 고객사(회사)와 개인(구직자)이 쌍방이 합의가 되면 회사가 에이전시에 합격자의 한 달 치 월급에 해당하는 중계 수수료를 준다거나, 월급에 10%에 달하는 수수료를 몇 달에 걸쳐 지급한다. (여기에서 돈을 내는 이는 100% 회사다.) 개인적으로 이메일로 구직문의를 받지 않는 회사도 많기 때문에 나는 이 에이전시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그래서 건축업에 종사하는 지인들의 정보를 모아본 결과 실제로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영국의 건축직 구직 사이트는 아래와 같이 나뉜다.
1. 회사가 무료로 구인글을 올릴 수 있는 플랫폼(무료이지만 비용발생 추가 옵션이 있음)
첫 번째는 디진잡스가 있다. 최신 건축 정보로 유명한 건축 웹잡지, 디진(Dezeen) 홈페이지에 메뉴로 들어가 있는 구직 관련창이다.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많이 모이는 유명한 곳이다 보니, 구인글의 회사소개 부분에 신경을 보다 많이 쓰며, ‘연봉은 협의 후 결정’ 같은 헛소리도 꽤 있는 편이고 주로 에이전시에 중개수수료를 내지 않을 목적인, 작은 회사들의 구인광고가 많고 저년차를 뽑는 경우가 대다수다. 영국인 건축가 친구가 디진잡스에서 찾아보지 말라고 한 것은 디진잡스는 광고용인 동시에 최후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링크드인도 마찬가지이다.
Dezeen Jobs https://www.dezeenjobs.com/
LinkedIn https://www.linkedin.com/
2. 중개인을 통해 구인, 구직하는 중개사이트(비용발생, 100% 회사가 지불)
그 외에 건축 관련 직종을 찾기 위한 필수 요소인, 추천하는, 건축직종 전문 에이전시는 다음과 같다.
Bespoke https://thebespokeagent.co.uk/
Frame recruitment https://www.frame-recruitment.com/?source=google.com
Place careers https://place.co.uk/
Hunter Dunning https://hunterdunning.co.uk/
Eden Brown https://www.edenbrown.com/
Scale Careers https://www.scalecareers.com/
Arkhi Careers https://www.arkhicareers.com/
Haus careers https://hauscareers.com/
The Crowd Creative https://www.thecrowdcreative.com/
Architecture Vacancies https://www.architecturalvacancies.com/
Mustard Jobs https://www.mustardjobs.co.uk
CV Library https://www.cv-library.co.uk
WhiteSpace https://www.whitespacerecruitment.co.uk
Archisocial https://architecturesocial.com/
Curio Careers https://www.curiocareers.com/
Morgan Hunt https://www.morganhunt.com/
Architecture /Interior Design Social https://architecturesocial.com
나는 위의 모든 에이전시에 이메일을 보내고 홈페이지에 이력서를 업로드했다. 5MB 이하로 업로드하라면 4.9MB 이하로 맞추고, 10MB 이하로 하라고 하면 9.9MB 이하로 용량을 낮췄다.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증거자료를 제출하라고 하면 모두 준비해서 보냈다. 그 결과 위의 모든 에이전시에서 연락을 받았고 한 에이전시에서 적게는 1명 많게는 5명의 “춥다물 너에게 딱 맞을 것 같은 일이 들어왔어.“ 로 시작하는 전화를 받았다. 너네도 진짜 일 따려고 수고하는구나 하면서도 같은 질문에 수십 번 대답할 때마다, 나는 여전히 예의 에이전시 홈페이지를 수십 번 새로고침 하면서 오른팔의 팔 저림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은 채로 내 체형에 전혀 맞지 않은 책상에 하루에 9시간씩 앉아 있었다. 수백 개의 새 일자리가 업데이트되는 것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으면서 왜 내 일자리는 없는 걸까 절망하다가 020으로 시작하는 번호로 전화가 오면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내가 전화상으로 영어를 못 알아들을까 봐. 내 영어가 전화 넘어까지 전달이 안될까 봐. 나는 사진의 문장들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도록 수없이 연습했는데 어쩐지 전화벨 소리만 울리면 모든 페이지가 회색에 가깝게 뿌옇게, 아득히 멀어지고 언제 사라져 버릴 줄도 모르게, 없어져 버리는 듯했다. 긴장상태가 아닐 때는 술술 나오는 어렵지 않은 문장들인데도 말이다.
7월 초였다. 그러니까 이제 막 포트폴리오를 다 만들었을 때, 디진 잡스에서 교육시설 설계경험이 있는 5년 차 이상의 디자이너를 구한다는 구인광고글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에 학교를 설계하는 것이야 말로 세상에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바로 그 구인광고글을 클릭했다. 링컨&마이어(김앤장처럼 성만 씀)라는 회사였다. 옛날에 그, 누구였지, 맞다! 크리스! 걔 성이 링컨이었는데 하며 회사 홈페이지 링크를 클릭하니, 13년 전 엠마 런던 집에 처음으로 놀러 왔을 때, (엠마의 집 a/매거진 ’당신의 집‘ 참조) 엄청나게 술에 취해 있어서 종이인형처럼 흐느적거리던 크리스, 그 크리스 링컨이 세상 멀쩡한 사람의 모습으로 about 란에서 대표님처럼(대표니까) 웃고 있었다.
-당분간 다음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