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대로 두기. 혼자만의 시간 가지기
다시 혼자 시간을 보내야 할 때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쉽게 변하지도 않았지만 달라지지도 않았다. 1년이 지났지만 당시의 생각에서 더 성장하지도 않아 내 스스로가 참 한심하게 느껴지는 오늘이다. 어쩌면 나는 스스로 의지를 다시 붙잡거나 외롭고 불안함을 이겨내기 위해 언제나 글을 쓰는지 모르겠다.
낮과 저녁 그리고 한밤에 각각 배를 봐도 그 '형체'는 변하지 않는다. 변하는 건 그걸 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내 마음뿐이다. 내 마음이 그 짧은 시간에도 그때그때 변하는 것이다.
작년 5월, 나의 얘기를 올린다.
"우리는 대부분 최선을 다하면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그 최선의 결과가 모두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가 나오면 좋겠지만 만족할 만한 결과가 잘 안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는 이런 자책과 고민을 수도 없이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최선을 다했는데, 결과가 왜 이럴까? 능력 부족인가?
언젠가 투자유치를 위해서 밤낮으로 집중을 했던 적이 있다. 우리에게 투자를 한다면 성공적인 투자로 수익을 올 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걸 투자자에게 어필하고 설득시키기 위해서 비즈니스 모델, 목표, 비전 정량적 숫자계획 등을 문서, 발표자료, 필요한 경우 기술백서까지 만들었다.
수많은 객관적인 데이터로 시장 조사를 하고, 고객에게 제공할 가치를 실현시켜 줄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실현할 수 있는 전략을 연구하고, 투자와 관련하여 전문적인 지식을 보여 주기 위해서 폭넓게 공부도 하고, 무엇보다 이번 투자로 우리 회사는 크게 성공할 것이니 투자자에게는 성공적인 투자가 될 것이라는 인문학적 절실함에 대해서 분석하고 또 분석했다.
더 이상은 할 수 없어. 최선을 다했어.
철저히 준비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투자자와 미팅을 하기 시작했고 곧 투자가 성사가 될 것이라 믿었는데, 1년이 지나도 선택을 받지 못했었다. 점점 자신감이 떨어지고 자존감은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뭔가에 홀린 듯 투자 유치를 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최선을 다할 수밖에 할 수 없었다. 집, 회사 그리고 도서관, 서점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투자 유치를 위한 무기(자료 등)를 만들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건 아니야.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
사무실에서 나와 조용한 혼자만의 공간을 찾아 읽을 책 만 몇권 들고 들어갔다. 2박 3일 일정으로.. 고민하지 않고 호텔에서 책을 읽고 아침, 저녁으로 혼자서 걸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내면의 나와 만나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용기를 줄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투자 유치 발표를 해 달라는 연락이 왔지만 애써 미루고 여유를 가졌다.
2박 3일 동안 혼자가 된 나는 좀 여유를 가지게 되었고 바닥으로 치닿는 자존감을 가까스로 지킬 수 있었다. 그 시간 동안 달라진 것도 없었다. 전쟁터에서 싸웠던 많은 시간 속에 3일을 나에게 쓴 것뿐, 그 시간 동안 전쟁터에 없었어도 문제 될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특별히 연락이 오는 곳도 많지 않았다. 단지 나의 조바심이 만들어낸 불안이었을 뿐이었다.
특별히 뭘 하지 않고 관찰만 했는데 말이다. 누군가는 과거 1년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거라고 얘기를 하지만 그냥 흘러가는 대로 일이 진행되었을 뿐이었다. 나에게는.
그 시간은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배려이자 가끔 찾아오는 외로움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