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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케이 Sep 23. 2023

끝이 언제일까

익숙함에 만족할 수 있는 시간까지.

반복된 생활에 익숙해져서 그냥 그 시간을 아무 저항 없이 따라가면서도 우리는 변화 없는 생활에 불만을 가진다. 익숙한 이 시간들 속에서 누구는 변화를 만들려고 계속해서 뭔가를 찾고 시도하고 또 누군가는 이 익숙함을 지키려고 발버둥 친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인류 역사상 가장 편안함이 갖춰져 있지만 동시에 가장 불행한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은 온통 스스로 변하거나 적어도 변하고 있는 세상에 맞춰 살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변화 자체가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안전한 일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에 참 아이러니한 생각이 든다.  

돈을 버는 행위를 하는 시간 외에는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데...

이런 생각을 어릴 때도, 창업을 하기 전에도, 창업을 한 후에도, 그리고 지금도 많이 한다. 불행히도 아직도 그 바람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나 자신에게 참 미안한 생각이 든다. 결국 "안정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서 지금 이렇게 하는 거야"라고 스스로를 자위하지만, 언젠가 그 안정적인 생활을 할 때가 온다면 그걸 지키기 위해서 또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변화하는 노력도 익숙함도 공존해야 하는 삶을 살아야만 한다. 그래서 우리 대부분은 시간이 빡빡하고 간절하며 소중하다는 걸 알면서도 시간에 구속당해서 살고 있는지 모른다. 아침에 일어나 아무 생각 없이 2시간가량을 누워 있었다. 일어나면 항상 책상에 앉아 뭔가를 해야 한다는 답답한 익숙함에서 오래간만에 벗어나 보았다. 이런. 아무 생각 하지 않고 그냥 누워 있는 게 어려웠고, 그렇게 편안하지도 않았다. 다만 책상에 앉아 졸린 눈을 겨우 참으며(사실 토요일인 오늘은 특별히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다.) 뭔가 끄적끄적해야 한다는 하나의 패턴을 깬 거 같아서 뭔가 후련한 기분이 들었다. 도대체 뭐가 나에게 익숙한 걸까? 



나에게 익숙함은 늘 변화를 찾는 것이고, 변화하는 세상에 맞춰서 적응할 수 있는 뭔가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게 내 일상이고, 당연한 것들이었다. 그런 바쁜 생활 그리고 다소 조여 오는 강박감이 내 일상을 지켜 주는 것이었고, 그래서 그 일상의 시간 사이에 겨우 짬을 낸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시간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었는지도 모르겠다. 불안할 때는 "끝이 있을까? 끝이 나긴 날까?"라는 생각이 들 때다.


불안한 것은 끝이 있을까? 끝이 나긴 날까?


그럼에도 우리는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야 한다. 조금 더 파면 끝이 날 수도 있다는 스스로에게 던지는 믿음 때문이다. 이 믿음을 익숙함으로 만들어야 한다. 가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참 어려운 삶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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