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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케이 Jun 07. 2023

그러다 갑자기 멈췄다

그냥 그대로 두기. 혼자만의 시간 가지기


 다시 혼자 시간을 보내야 할 때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쉽게 변하지도 않았지만 달라지지도 않았다. 1년이 지났지만 당시의 생각에서 더 성장하지도 않아 내 스스로가 참 한심하게 느껴지는 오늘이다. 어쩌면 나는 스스로 의지를 다시 붙잡거나 외롭고 불안함을 이겨내기 위해 언제나 글을 쓰는지 모르겠다.


낮과 저녁 그리고 한밤에 각각 배를 봐도 그 '형체'는 변하지 않는다. 변하는 건 그걸 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내 마음뿐이다.  내 마음이 그 짧은 시간에도 그때그때 변하는 것이다.

< 동해 >



작년 5월, 나의 얘기를 올린다.


"우리는 대부분 최선을 다하면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그 최선의 결과가 모두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가 나오면 좋겠지만 만족할 만한 결과가 잘 안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는 이런 자책과 고민을 수도 없이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최선을 다했는데, 결과가 왜 이럴까? 능력 부족인가?



언젠가 투자유치를 위해서 밤낮으로 집중을 했던 적이 있다. 우리에게 투자를 한다면 성공적인 투자로 수익을 올 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걸 투자자에게 어필하고 설득시키기 위해서 비즈니스 모델, 목표, 비전 정량적 숫자계획 등을 문서, 발표자료, 필요한 경우 기술백서까지 만들었다.


수많은 객관적인 데이터로 시장 조사를 하고, 고객에게 제공할 가치를 실현시켜 줄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실현할 수 있는 전략을 연구하고, 투자와 관련하여 전문적인 지식을 보여 주기 위해서 폭넓게 공부도 하고, 무엇보다 이번 투자로 우리 회사는 크게 성공할 것이니 투자자에게는 성공적인 투자가 될 것이라는 인문학적 절실함에 대해서 분석하고 또 분석했다.




더 이상은 할 수 없어. 최선을 다했어.

철저히 준비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투자자와 미팅을 하기 시작했고 곧 투자가 성사가 될 것이라 믿었는데, 1년이 지나도 선택을 받지 못했었다. 점점 자신감이 떨어지고 자존감은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뭔가에 홀린 듯 투자 유치를 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최선을 다할 수밖에 할 수 없었다.  집, 회사 그리고 도서관, 서점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투자 유치를 위한 무기(자료 등)를 만들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건 아니야.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

그러다 갑자기 멈췄다.

사무실에서 나와 조용한 혼자만의 공간을 찾아  읽을 책 만 몇권 들고 들어갔다. 2박 3일 일정으로.. 고민하지 않고 호텔에서 책을 읽고 아침, 저녁으로 혼자서 걸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내면의 나와 만나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용기를 줄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투자 유치 발표를 해 달라는 연락이 왔지만 애써 미루고 여유를 가졌다.




2박 3일 동안 혼자가 된 나는 좀 여유를 가지게 되었고 바닥으로 치닿는 자존감을 가까스로 지킬 수 있었다. 그 시간 동안 달라진 것도 없었다. 전쟁터에서  싸웠던 많은 시간 속에 3일을 나에게 쓴 것뿐, 그 시간 동안 전쟁터에 없었어도 문제 될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특별히 연락이 오는 곳도 많지 않았다. 단지 나의 조바심이 만들어낸 불안이었을 뿐이었다.


결과적으로 한 달 후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특별히 뭘 하지 않고 관찰만 했는데 말이다. 누군가는 과거 1년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거라고 얘기를 하지만 그냥 흘러가는 대로 일이 진행되었을 뿐이었다. 나에게는.




가끔 혼자만의 시간은 꼭 필요하다.

그 시간은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배려이자 가끔 찾아오는 외로움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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