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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케이 Nov 23. 2023

조증과 우울증 사이에서 외줄 타기

리더의 감정 조절의 어려움

새로운 계약 소식에 기분 좋게 아침을 시작했다. 이렇게 활기찬 아침이 될 수 있다니... 언제나 새로운 계약 소식은 기분이 좋다. 계속해서 힘든 시기를 마주하고 있었지만 기쁜 소식 하나에 다시 뭐든 할 수 있다는 긍정 에너지가 쏟았다. 지금 하고 있는 '노력'이라는 일들이 의미 없지 않다고 느껴지니 더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는 멈추지 않고 열심히 하면 결국 잘 될 거라는 얘기들은 믿을만한 사실이었다. 지금처럼 좋은 결과도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아침에 들려온 이 하나의 소식이 그동안 불안의 어둠이 걷히고 희망의 불씨가 살아나 이제 잘 될 수 있고 잘 되겠다는 믿음을 가지게 만들었다. 기쁜 마음에 '텐션'이 너무 높아져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이렇게 시작되는 아침은 분명 대단한 하루를 약속해 줄 것만 같았다.




불과 몇 시간 지나서 않아 날벼락같은 소식을 들었다. 얼마 전 힘들게 성사시킨 계약건에 문제가 생겨 이미 체결된 계약이 취소가 될 수 있다는 얘기였다. 불과 몇 시간 전에 희망찬 신규 계약 소식을 들었는데.. 하루도 지나지 않아 생각할 수 없는 불길한 일이 일어나다니.. 함께 노력한 것이 사라져 버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회사의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조금 전까지 느꼈던 희망찬 나의 미래도 불확실한 어둠으로 갑자기 바뀌었다. 불과 몇 시간 만에... 


'신규 계약'이라는 비타민 같은 존재를 느껴 보기도 전에 먼저 문제가 될 수 있는 계약건을 수습해야 했다. 그런 얘기가 들려온 이유를 먼저 듣고 원인을 확인해야 했다. '서로의 오해'로 인한 단순한 해프닝이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계약 취소'라는 얘기는 두 회사 간에 단순한 오해로 나올법한 얘기는 아니다. 이런 경우는 양사 모두 문제가 없거나 한쪽의 일방적인 문제로 일어나는 경우는 아닐 거다. 단지 정도의 크고 작음의 문제다. 두 회사 중에서 아주 조금 더 잘못한 회사가 있을 뿐이다. 이런 경우 잘잘못을 따져도 고객사와 우리 회사 둘 중에서 아주 조금 더 억울하고, 조금 더 피해를 보는 회사가 나올 뿐이다. 어쩌면 문제의 크기와 상관없이 한 회사가 일방적으로 큰 손해를 볼 수 도 있을 것이다. 복잡한 마음에 기분도 엉망이 되었다. 


하루에도 조증과 우울증을 여러 번 경험한다. 서로 끝자락에 있는 극과 극의 감정이 짧은 시간에 크게 변화가 있으니,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조증과 우울증 사이에서 외줄 타기를 하듯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잘 보내는 거는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조증과 우울증에 순간순간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되지만 그게 참 어렵다. 나는 AI가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이다.  


위대한 리더 이순신은 일희일비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여러 어록을 남겼다. '경거망동 말고 태산과 같이 무겁게 행동하라.', '파도 너머 멀고 깊은 바다를 응시하며 작은 일에 일희일비하지 마라.' 등. 리더의 찐 모습을 보여줬다. 이런 위대한 리더의 말들을 새기고 행동하지 않아서 조증과 우울증이라는 극한 감정에 나를 가두거나 왔다 갔다 하는 건 아닌지 모를 일이이다. 어쨌든 어떤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그만큼 감정의 위협에 노출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위 글은 2010년 창업 후 7년이 지난가을의 어느 날에 쓴 일기 내용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7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난 여전히 '일희일비'에 완벽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불완전한 리더이다. 기분 좋은 일이 생기면 세상 어떤 것들도 이뤄 낼 수 있는 자신감이 여전히 생기고, 안 좋은 일들에는 우울해져도 슬럼프에 빠지기도 한다. 이제는 직원들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내 감정을  보이지 않는 연기를 잘하는 편이다. 하지만 여전히 머리와 마음은 일희일비의 흔들림에 매일 힘들게 마주하고 있다. 


안 좋은 일에 큰 상처를 받거나 좌절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여전히 노력하고 있다. 다분히 긍정에너지가 모든 것들을 해결해 준다거나, 불활 실한 것들은 생각하지도 말자는 낙관주의 같은 것들은 아니다. 작은 성공이라도 자주 만들어 그 에너지를 활용하고. 실패나 안 좋은 일은 그 크기를 줄여 좌절하지 않을 정도로 만드는 것이 방법이라면 방법이다.(좋은 일들은 작더라도 자주 만들고 좋지 않은 일들은 가능한 작게 만드는 것)


회사를 운영하면서 건강히 좋지 않을 때는 스트레스가 심할 때가 많았다. 분명 그 스트레스는 안 좋은 일들로 인해 일희일비의 감정을 더 자주 겼었을 때 생겨난 것이리라. 나는 그런 시기를 피할 수도 극복할 수도 없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단지 훈련이나 학습을 통해서 가능한 '무덤덤'해지는 법을 익히는 것뿐이었다. 오늘은 어제보다 그 감정의 기복에 휘둘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걸 해 나가는 것도 리더십의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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