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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케이 Nov 16. 2023

아물지 않는 상처

몇 번을 겪어도 상처가 아물거나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가끔씩 피하고 싶은, 마음의 상처를 받는 장면과 마주한다. 가령 직원들이 회사에 대한 심한 말을 하거나, 사실이 아닌 얘기들을 하는 것을 바로 앞에서 듣는 CEO. 뭐 그런 경우 말이다. 보통 이런 장면은 복잡한 엘리베이터 안에서나 좁은 식당 안에서인 경우가 많다. 짧은 시간이지만 유독 회사 험담을 다른 직원에게 강요하듯 얘기하는 그 직원이 나를 계속 보지 못하기를 바라며, 나도 그가 누군지를 애써 알아내려고 하지 않는다.(불행히도 목소리 등으로 대략 알게 된다.) 안쓰럽게도 또 그런 일이 생겼다. 마음이 불편해서 다시금 생각하며 많이 걸었다.(뭐 덕분에 운동을 하게 되었으니 몸은 더 건강해지려나.)




험한 말의 대상이 대표가 아니라 회사여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대표인 나에게 직접 얘기를 했으면 오히려 기분이 덜 상하지 않았을지는 모를 일이다. 창업을 하고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 과정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다양한 일들이 있었지만, 단 한 번도 "내가 회사고 회사의 존재가 나"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나는 회사의 리더로서 회사가 바른 방향으로 잘 성장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고, 직원들 역시 그에 맞는 역할을 하면 된다고 항상 생각을 하면서 CEO로써 직장생활을 했었다. 그런데, 아직도 직원이 회사에 대한 험한 말을 하는 걸 들을 때면 마음이 아프고 속상하다. 그게 사실이 아닌데, 그걸 직접 설명하기도 힘들고 그에 따른 어떤 행동을 하는 것도 힘들다.




오랜 시간 동안 일을 한다. CEO이기 때문에 그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지만(스스로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한다) 일 자체도 많다. 물리적인 일을 하지 않을 때에도 대부분 일에 대한 생각을 한다. 그 생각에는 언제나 조직, 그리고 직원들에 대한 부분도 자리를 잡고 있다. 회사의 CEO이기 때문에 당연히 누구보다 많을 일을 해야 하고, 회사의 전반적인 것들에 대해서 다른 직원들보다 고민의 시간을 많이 가져야 된다고도 생각을 한다. 오랜 시간 동안 잠을 못 자기도 하고 고차 방정식보다 복잡한 문제들과도 마주하게 되면서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 하는 철학적 물음과 마주하기도 한다. 언제나 "내가 뭘 잘못하고 있지는 않나?" 하는 생각을 수도 없이 되새기고 있다.


그런 시간들을 보내면서 친한 사람들에게 소홀해져서 많은 사람들이 떠나기도 하고, 소중한 나의 아이와 가족에게도 소홀해지기도 한다. 함께 시간을 못 보내고, 아이가 커 가는 모습의 파편적인 기억들 뿐 연속된 추억을 쌓는 소중함도 놓치게 된다.  CEO를 둔 가족들은 바쁘고 살얼음판을 걷는 CEO를 이해해 주는 것이 아니고 그냥 함께 견뎌 주는 것임이 분명하다. 가족에게 이런 생활을 이해해 달라고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것임을 CEO들은 잘 알고 있다. 오늘같이 서글픈 장면과 마주하면 스스로가 참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회사의 문제나 처우에 대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할 수 있다. 우리는 각자 모두 다르기 때문에 그 잣대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 얘기들이 회사의 변화나 성장을 위한 관심의 표현일 수도 있고, 개인적인 불평일 수도 있다. 혼자 생각만 하고 있는 것이 답답하여 누군가에게 얘기를 할 수도 있고 몇 명이서 함께 모여서 회사에 대한 험담 얘기를 할 수도 있다. 직장 생활할 때 나도 그러했고, 모든 직장인들에게는 분명히 위안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경험을 해서 알고 있다. 어쩌면 험담의 대상이 특정 사람이 아니라 회사여서 오히려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그렇게 살고 있고 그래서 전혀 이상하거나 할 부분은 아니다.


당연히 일어나는 일들이지만 그 자리에 불행히도 내가 있었던 게 문제였던 것이다.




CEO는 어쩔 수 없이 듣게 되는 직원들의 회사 험담에 속 시원하게 '그건 사실과 다르다'라고 직접 당사자를 찾아가 대응하기가 참 어렵다. 그 아무리 듣기 힘든 말이라도 토막의 말만 들었기 때문이다. '내게 직접 얘기했으면 좋겠다' 생각을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자리에서건 가능한 피하는 나는 CEO이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험담을 듣게 되는 장면과 만나는 날은 언제나 힘들고 그게 상처가 된다. 그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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