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케이 Nov 09. 2023

"쪽팔림"은 한 번이면 되는데

바로잡기는 수많은 시간과 도력이 필요해

우리 모두는 수많은 선택과 결정을 하면서 살아간다. 한 번의 결정에 많은 것들을 걸어야 하는 중요한 결정들도 가끔 있지만, 결정에 따른 큰 결과가 뒤따르지 않는 사소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나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수많은 크고,작고,갑작스럽고,귀찮은 선택의 순간들과 마주한다. 깊게 고민을 해야 하는 것들도 있고, 스스로 질문을 해서 결론을 찾아야 하는 것들도 있다. 간혹 간단하지만 급작스러운 누군가의 질문에 빠르게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대부분 있는 사실 그대로 얘기를 하면 되지만 그게 잘 안될 때도 있다. 바로 '쪽팔림' 때문인 것 같다.


다행스럽게 우리는 나의 행복이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하고, 타인의 시선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으며(혹은 눈치를 보지 않으며), 내가 아닌 다른 것들로 인해서 상처를 받지 않고 살아가는 게 우선시 되고 삶에 중요한 가치로 생각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타인과 거리 두기 방법', '나를 존중하는 방법' 등에 관심을 가지고 실천을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도 과거 어느때보다 많아지고 있다. '책 읽는 사람'과 '글 쓰는 사람'이 최근 부쩍 늘어난 것도 이런 시대의 움직임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를 먼저 아끼고 존중하는 것이 타인과의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보다 더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늘 생각하고 있다.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는데 상대방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게 가능하기나 할까?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잘못된 시작이며 인식일 것이다. 아니면 상대방과의 원만한 인간관계 그 마음이 거짓된 부분일 수도 있다. 적어도 나를 존중하는 마음이 바탕이 되어야 인간관계를 더 건강하고 건전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해서 '결정'에 대한 판단과 행동은 철저하게 '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무엇'에 따라야 한다. 


이 쪽팔림이라는 게 결국은 나의 부끄러움을 보여 주지 않기 위한 행위로 나를 존중하는 마음 때문이라고 생각을 할 수 있지만, 타인이 나를 보고 판단하는 마음을 배려해 주는 지극히 타인을 위한 배려의 마음이다. 가볍게 포장하는 말로 나의 쪽팔림은 숨길 수 있지만(사실 결국 내 마음을 위로했다고 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상대방은 그렇게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쪽팔림'이 싫어서 아닌 척하기도 하고 가벼운 거짓말을 하기 까지도 한다. 문제는 이런 행위가 간혹 스스로를 더 불편하고 귀찮게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사업을 하면서 많은 '쪽팔림'의 순간과 자주 마주한다. 등에 식은땀이 날 정도로 당혹스러워 큰 거짓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얘기하면 분명 '쪽팔림'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들 말이다. 


언론이나 정부관계자와의 만남에서 이런 질문을 자주 듣는다 "평소 직원들에게 하는 얘기나 해 주고 싶은 말들이 있나요?" 내가 해야 할 얘기는 "딱히 별로 없습니다."이다.(무슨 얘기를 하겠는가?) 가벼운 자리에서 평소 생각하는 비전과 그 비전을 함께할 직원들에게 해 주고 싶은 얘기들을 다 설명을 할 수 없다. 하지만 "평소 직원들에게 하는 얘기가 별로 없다"는 답변은 이들이 나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에 적절한 답은 아니라는 생각에 이것저것 미사어구를 붙여 말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리더십에 대해서 아무런 생각 없는 CEO구나!"라는 '쪽팔림'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이긴 하지만, 사실 부끄러운 행동이다. 어쩌면 평소 직원들에게 CEO가 이런저런 얘기를 주저리 주저리 하는 게 더 쪽팔리는 답변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있는 그대로 얘기를 하면 된다. 


요즘은 이렇게 얘기를 하려고 노력한다. "평소 직원들에게 별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게 내가 지향하는 리더십입니다."   


사실 이런 사소한 일들에 편하게 얘기를 해도 큰 문제로 이어지지는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내가

(혹은 조직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아니거나 단시간에 할 수 없는 것들을 쪽팔리기 싫어서 할 수 있다고 할 때는 문제가 복잡하게 될 수 있다. 이런 경우는 특정한 시점에 "해 보니 잘 안되네요. 미안합니다."라고 불신을 줄 수도 있고, 여러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다. 


CEO나 리더에게 "쪽팔림"은 당연한 것이 되어야 한다. CEO의 쪽팔림이 회사의 쪽팔림이라는 어설픈 연결고리가 조직을 힘들게 할 수 있고 조직이 신뢰를 잃게 될 수도 있다. '쪽팔림'을 느낀다면 그건 현재의 내 모습과 회사의 자연스러운 모습임을 인정해야 하고 그 모습을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계기로 만들면 된다. "쪽팔리는 순간"을 긍정적인 에너지를 낼 수 있는 '기억'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그 '쪽팔림'은 CEO나 리더가 자주 마주해도 발전의 기회가 더 많아진다고 받아들여질 수 있다. 


짧지 않은 시간 회사를 운영하면서 이제는 조금 알고 있다. 리더에게 "쪽팔림의 순간"은 한 번이고 긍정의 에너지로 변환시킬 수 있다. 그 "쪽팔림"을 거부하거나 외면하기만 한다면 그걸 바로잡기에는 큰 에너지와 대가를 치를 수 있다.

이전 04화 AI 시대. 리더로 살아가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