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트랜드를 읽고 변화에 준비하기
어릴 적 처음 가봤던 동네서점에서의 기억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집에서 꽤 먼 거리에 있었던 그곳.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게 된 헌책방이라는 곳이었는데 지금까지 보지 못했고 경험할 수 없었던 수많은 종류의 책과 그 특유의 냄새들. 책을 살 수는 없었지만 그 경험은 어린 나에게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매우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다. 참 그 당시에도 세상에는 책이 참 많았다.
책을 가지고 싶은 욕심과 책을 읽는 재미와 그런 좋은 것들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서점을 좋아하게 된 것은 아마도 그때의 강한 기억 때문인지도 모른다. 지금은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읽을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가 어떤 책들에 주로 관심을 가지는지 알 수 도 있고, 책과 관련한 구경거리도 있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재미로 가득한 곳이 서점이다. 나에게는 마음의 안식도 주는 그런 괜찮은 곳이기도 하다.
창업을 하고부터 나는 서점 가는걸 더 좋아하게 되었다. CEO가 되기 위한 교육이나, 특별한 멘토가 없었던 나에게 책은 친구이자 동료이고 훌륭한 선배가 되어 주었다. 이렇게 책과 서점은 나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그런 존재가 되었다. 나에게 책은 나무이고 서점은 숲과 같은 존재이다. 하나하나 다른 느낌의 나무에서 쉼과 배움을 함께 했고, 숲에서 가야 하는 곳을 찾을 수 있는 지혜를 얻었다.
특정한 기간 동안 서점에서 책을 보면 시대가 어느 곳에 관심을 보기고 있는지 대략적으로 알 수가 있다.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책들이 많거나 특정 기술에 집중이 되고 있는 책. 국제 정세에 따른 여러 가지 현상과 방향 예측을 보는 책들. 그리고 지금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책. 이렇게 시대의 흐름에서 지금 이곳의 작은 변화를 관찰하면 트렌드를 관찰할 수 있다. IT회사의 대표이자 리더가 오프라인 서점에서 기술과 트렌드를 보고 있는 모습이 아이러니하기는 하다.
서점에서는 주로 기술 트렌드를 보고 그 기술술이 경제/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생각을 주의 깊게 하는 편이다. 아니나 다를까, 요즘은 AI기술이 일상생활의 여러 곳에서 쓰이는 시대로 이미 깊숙이 들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분명 우리는 AI와 함께 살아가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과거의 진보된 기술과 AI는 특정 영역에서의 주로 관심 대상이었다. 예를 들어 산업계에서 생산성을 높이거나 품질을 향시시키고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기술이 적용되는 등에 집중해서 적용되고 발전시키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AI 같은 기술이 특정 산업이나 영역에서 국한되지 않고 우리 일상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 부분이 기술의 수용에 있어서 과거와는 가장 큰 차이이다. 이런 시기가 오고 있고 우리는 우리의 의도와 상관없이 스며들어 가고 있다.
많은 사람이 '알파고'의 등장을 통해 AI를 좀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바둑을 두지 않는, 바둑을 둘지 모르는 사람에게도 잘 알려진 이세돌 9단과 딥러닝 기술을 탑재한 AI 컴퓨터인 알파고의 바둑대전이다. AI 컴퓨터에 대해서 잘 몰랐던, 어쩌면 관심이 없었던 우리는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 패했다는 얘기를 저녁 메인 뉴스로 알게 되었다. 언론에서는 '알파고'의 대단함과 제대로 된 AI시대의 시작을 앞다퉈 보도했다. 우리는 단지 "음 대단하네. AI" 정도의 관심을 가졌을 뿐이었다. 기술과 바둑과 큰 연관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냥 하나의 이벤트 정도였었다. 당시는 그랬다. 그게 2016년이다.
시간은 너무나 쉽게 흘러 요즘은 그때 와는 사뭇 다르다. AI 같은 진보된 기술이, 그 기술과 전혀 상관이 없는 누군가에게도 마구마구 파고들고 있다. 우리는 기술, 특히 AI를 마주하고 있으며 지금의 언저의 언젠가에 선택의 결정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AI를 영원히 나와 상관없는 '안드로메다은하'에 두고 영원히 관련 없이 살아 낼 것이지 아니면 받아들여 접목시키며 살아갈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지금 세상의 수많은 서점에서 쏟아지고 있는 AI기술과 관련한 많은 책들이 비슷한 곳을 바라보며 얘기를 한다. "AI기술에서 멀어지지 마세요. 삶에도 일에도 AI 기술을 접목시켜야 합니다. AI 시대이니까요" 아직은 끝도 없이 나오는 이런 책들을 보면서 이런 현재와 지금이 꼭 정답일 거라고 우리는 확신하지 않을 것이다. AI와 상관없이 잘 살 수 있는 다른 길도 있을 것이며, 그 길을 찾아가는 행동도 결국은 잘 알게 될 것이다. 다만 트렌드나 시대의 기술 변화가 우리에게 미칠 변화를 인지하고 받아들이며, 어떤 방향으로든지 우리가 변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대표나 리더는 일을 해나가는 지금의 방법이 효율적이지 않을 수 있고 지금은 좋은 사업 모델이 언젠가는 뒤쳐지는 사업 모델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기술 트렌드의 변화를 관심 있게 보고 적절한 시점에 적용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서점에 가는 것은 비즈니스 성장의 연장선에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많은 리더들에 서점에서 그 길을 찾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