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과 고혈압, 다이어트의 시작

by 캔디부부

다이어트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그날은 참 평범했어. 아침에 신랑을 출근시키고 라면을 2개 끓여먹고, 국물에 밥까지 말아먹은 그날이 생생하게 기억나.


그날은 검진차 산부인과 예약이 되어있던 날이었고 난 예약시간에 맞춰서 병원에 갔지. 그래도 나름 꾸준하게 산부인과를 다녔는데 신촌에서 서촌으로 이사를 오고 나서 새로운 산부인과를 찾아 진료를 보러 갔었어. 이전에 다니던 산부인과에서는 혈압을 재본적이 없는데, 여기서는 접수하고 혈압을 재라고 하더라. 지금까지 그냥 뚱뚱한 내 모습이 싫었을 뿐, 건강에 큰 적신호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날도 아무 생각 없이 혈압을 쟀어. 혈압을 재고 결과지가 지잉 하고 출력되는데, 간호사 선생님이 내 혈압을 보더니 정말 눈이 빠질 것처럼 큰 눈으로 날 보시더니 원래 혈압이 이렇게 높냐고 물어보시더라. 순간 무서웠어. 고혈압은 가족력도 있을뿐더러, 한번 약을 먹으면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들었던 것 같아서 말이야. 다시 되물었지. “많이 높아요?” 간호사 선생님은 나이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하시면서 15분 정도 휴식을 취한 다음 다시 한번 혈압을 재보자고 하셨어. 그렇게 마치 15년 같은 15분이 흐르고 혈압을 쟀는데, 긴장해서 그런지 처음 잰 혈압보다 더 높게 나오더라. 혈압 결과지를 가지고 진료실에 들어갔어. 의사 선생님이 나를 보시더니 체중이 얼마나 나가냐고 물어보셨어. 혈압이 너무 높아서 걱정이 된다고 말씀하시면서 말이야. 그때 나의 체중, 78kg이었지. 키는 158cm. 이 정도 수치면 보통 혈압약을 먹으면서 조절해야 하는 수치라고 하시면서 내과에 가서 진단을 받고, 혈압약을 먹기 시작해야 할 것 같다고 말씀해주시더라.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어. 내 나이 고작 스물아홉에 혈압약이라니. 혈압약은 한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한다고 한 것 같은데, 스물아홉에 혈압약을 먹기 시작해야 한다니. 물론 내가 열심히 살찌우고, 내 건강을 돌보지 않아서 그런 거지만 참 억울하더라. 내가 멍 때리니까 의사 선생님이 한 말씀 더 붙이셨어. 그래도 아직 나이가 젊으니까, 한번 살을 빼보자고. 살을 빼면 혈압도 보통 낮아진다고. 그 말이 나에게 참 크게 다가왔어. 내가 비록 스물아홉 살이 될 때까지 내 건강에 신경 쓰지 않은 채 살아왔지만, 이제라도 내 건강을 위해서 살을 빼면 적어도 평생 혈압약은 안 먹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렇게 어느 날 갑자기,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어. 정말 어느 날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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