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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May 29. 2023

[코츠월드 여행] 로마 목욕탕의 도시

바스(Bath)_ep.1

앞 포스팅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는 브리스톨에서 3박을 하는 동안 중간에 이틀은 브리스톨 근교로 당일 여행을 다녀왔다. 브리스톨 근교로 여행을 다녀오자는 결정을 하자마자 우리는 동시에 똑같은 장소를 떠올렸다. 브리스톨에서 정말 가까운곳, 영국의 대표적인 역사 도시, 심지어 런던에서도 많이 찾아오는 곳, 바로 고대 로마 목욕탕이 있는 도시 바스(Bath)이다. 



"바스는 꼭 가야지! 가서 어떻게 변했는지도 좀 보고, 바스 분위기도 다시 한 번 느껴봐야지."

"맞아! 브리스톨에 머무는 데 바스를 안 가는 건 말도 안되지!" 


브리스톨에서 바스는 정말 가깝다. 기차 타고 10~15분이면 도착할 정도로 가깝기 때문에 많은 여행객이 바스와 브리스톨을 한꺼번에 여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바스는 워낙 역사가 깊은 도시로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우리가 브리스톨에 3박이나 머무는 데 바스를 빼놓을 수가 없었다. 브리스톨에 도착하기 전부터 바스는 당일 여행지로 결정했기 때문에, 사실 브리스톨에 대한 우리의 실망감과는 관계없이 바스 여행은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다만, 브리스톨에 도착하고 나서 브리스톨에 실망한 우리는 바스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기로 했다. 원래는 바스에서 돌아와서 브리스톨에서 저녁을 먹으려고 게획했었는데, 우리는 바스에서 저녁까지 모두 먹고 느즈막히 브리스톨로 돌아오기로 했다. 그리고 바스에서 조금 더 많은 시간을 여유롭게 보내기로 했다. 


우리가 바스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세시 정도였다. 우리가 조금 늦게 도착한 이유는 바스에 가기 전에 한 곳에 더 들렀기 때문이다. 그 장소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할 예정인데, 그곳에서 오전 시간을 보내고 오후에 바스로 넘어온 것이다. 나와 짝꿍은 바스를 다녀온 적이 있었다. 나는 3~4번 정도 다녀왔고, 짝꿍도 2번 다녀왔다고 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바스에 다시 가기로 한 것은 그만큼 바스가 매력적이고 아름다우면서도, 바스의 분위기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브리스톨에 실망했을 때에도 우리는 적어도 바스에서는 실망할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바스에 가는 기차 안에서 우리는 오랜만에 고향을 가는 것처럼 설레는 기분을 느꼈다. 5년 만에 다시 찾는 곳인데, 그 동안 어떻게 변해있을지, 혹은 그대로일지 바스의 변화가 궁금했다. 



"오랜만에 오는데도 여전히 사람도 많고, 예쁘네." 

"바스는 분위기가 정말 좋아."


바스 기차역에 내려서 시내로 향하는 길목에 들어서자마자 수많은 사람들로 뒤덮인 거리가 나왔다. 도심으로 향하는 길 위에는 나비 모양의 장식들이 매달려 있어서 거리의 분위기가 더 활기차고 산뜻한 느낌이었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바스였는데, 우리가 예전에 느꼈던 바스의 좋은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졌다. 우리는 그 분위기에 취해 무작정 길을 따라 걸었다. 사람들만 따라가면 바스의 중심거리에 도착하기 때문에 지도를 굳이 보고 걷지 않아도 길을 잃을 염려가 없었다. 덕분에 우리는 바스의 거리 모습을 눈에 담아가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얼마 후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에 도착했고, 우리는 그곳이 고대 로마 시대 목욕탕이었던 로만 바스(Roman Bath)라는 사실을 멀리서부터 알았다. 이곳은 과거 로마 시대의 목욕 문화를 볼 수 있는 박물관이기 때문에, 바스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들렀다 가는 곳이다. 


로만 바스에 들어갈 생각이 없던 우리는 박물관 입구 바로 옆에 있는 웅장한 건물로 다가갔다. 이 건물은 바스 수도원(Bath Abbey)으로, 역시 많은 여행객들이 로만 바스와 함께 들르는 곳이다. 우리는 잠깐만 내부를 구경하고 나왔다. 날씨가 워낙 좋아서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 때 우리는 바스의 또 다른 명소인 펄트니 다리(Pulteney Bridge)로 방향을 잡았다. 다만, 다리에 무조건 빨리 도착해야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그저 바스의 골목길을 둘러보면서 가다보면 언젠가 도착하겠지라는 생각으로 길을 거닐었다. 자연스럽게 우리의 발걸음은 느렸고, 중간에 멈추는 일도 많았고, 흥미로운 곳이 있으면 안으로 들어가 보기도 했다. 우리의 목적은 바스를 자세히 둘러보면서 바스의 깊은 모습을 보는 것이었지, 바스를 '관광'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길을 걷다가 서점 하나가 눈에 띄어서, 얼른 그 안으로 들어갔다. 나와 짝꿍은 평소에도 책방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한국에서도 길을 가다가 서점을 발견하면 들어가보곤 한다. 그런 우리에게 바스의 서점이 눈에 들어왔고, 우리는 그 기회를 그냥 넘기지 않았다. 책방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우리는 책장 가득히 빼곡하게 꽃혀있는 책들에 일단 압도당했다. 그리고 서점 이곳저곳에 눈길을 뒀는데, 역사가 느껴지면서도 깔끔했다. 서점 통로를 지나면 자그마한 방이 나오는데, 그 공간이 너무 아늑했다. 나는 한쪽 구석에 앉아서 이 책방에 있는 모든 책을 읽는 상상을 했다. 그 와중에 그렇게 계속 책만 읽는다면 과연 죽기 전에 이 책방에 있는 모든 책을 읽을 수 있을까하는 의문도 잠깐 들었다. 다소 엉뚱한 상상에 의미없는 의문이었지만, 책방에 가면 그런 엉뚱한 상상을 한번쯤은 해도 되지 않을까. 책방은 그런 엉뚱함을 이해해 줄 것 같다. 그런 엉뚱함이 때로는 창의력으로 이어지고, 창의력이 현물로 태어난 것이 책이니까 말이다. 


꽤 오랜 시간 책방에 머문 우리는 다시 거리로 나왔다. 거리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많았고, 우리는 펄트니 다리 방향으로 길을 걸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펄트니 다리 아래를 흐르는 에이본 강(River Avon)에 도착했다. 에이본 강은 바스 시가지를 굽어 흘러가고, 강변을 따라 공원과 산책로가 잘 만들어져 있어서 여행객이나 거주민 모두가 많이 찾는 공간이다. 그 중에서도 사람들이 특히 많이 찾는 공간은 펄트니 다리와 그 앞에 있는 펄트니 둑(Pultney Weir), 그리고 그 주변으로 예쁘게 꾸며져 있는 퍼레이드 정원(Parade Gardens)이다. 이 공간은 자연과 건축물, 그리고 그 안에서 노니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한데 잘 어우러져 아름다우면서도 활기찬 분위기가 가득하다. 


바스에 대한 포스팅이 너무 길어져서, 펄트니 다리 이후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갈 예정이다. 아래 펄트니 다리와 펄트니 둑 사진은 다음 포스팅에 대한 예고로 남겨두고 이번 포스팅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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