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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Jun 05. 2023

[코츠월드 여행] 영국의 역사도시

바스(Bath)_ep.2

이번 포스팅은 지난 번 포스팅에 이어지는 바스에 대한 이야기이다. 오늘 이야기는 바스의 대표 명소 펄트니 다리부터 시작해서, 바스의 또 다른 모습과 이야기를 보여줄 예정이다. 이전 포스팅과 이어지는 내용이기 때문에, 이 포스팅을 읽기 전에 이전 포스팅을 먼저 보고 오는 것을 추천한다. 



"여기는 여전하네. 아름답고, 활기차고. 분위기가 너무 좋아." 


에이본 강(River Avon)에 도착한 우리는 강을 따라 이어진 길 위에서 강과 그 옆에 있는 퍼레이드 공원을 내려다 봤다. 그곳에는 녹색이 가득했고, 녹색 공간 위에는 평화롭고 여유롭게 쉬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간혹 뛰어노는 아이들고 있었고, 누워서 자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저마다의 방식대로 영국의 여름날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공원 옆으로 시선을 돌리면 다소 특이한 형태의 둑이 보인다. 이 둑이 바로 펄트니 둑으로, 긴 타원 형태로 되어있다. 둑 위에는 갈매기들이 정말 많았고, 3단으로 이루어진 둑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정말 듣기 좋았다. 그리고 그 옆으로는 웅장하고 독특한 다리가 보이는데, 이 다리가 바로 펄트니 다리이다. 이 다리는 보는 것처럼 역사가 꽤 깊은 다리로, 1774년에 만들어졌다. 오래된 다리이지만 여전히 차들이 다리 위를 지나다니고, 다리 위에 만들어진 건물의 실내 공간은 식당과 카페 같은 상점이 자리하고 있다. 


이 다리와 강둑은 오래된 역사와 독특한 모습 덕분에 바스를 대표하는 관광지가 되었다. 펄트니 다리와 둑이 한 눈에 보이는 곳에는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도 그 틈 사이에 끼어서 얼른 사진을 찍고 다리를 건너기 위해 다가갔다. 가까이에서 바라본 다리는 오래된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고, 그 모습이 아름다웠다. 오래된 다리이지만 낡은 것이 아니라, 시간이 갈수록 멋이 더해지면서 아름다움과 중후함에 가득 담겨 있었다. 이 다리는 주변에 있는 중세 시대 느낌 가득한 건물들과 잘 조화를 이루고 있었고, 평범하게 흐르는 에이본 강에 중후함과 웅장함을 더해주고 있었다. 다리를 건너면서 다리 위에 있는 상점과 카페들을 들여다 보았다. 잠시 머물렀다 갈 요량으로 내부를 살폈는데, 내부가 정말 좁았고 사람들이 많아서 우리가 원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런 소득 없이 다리 건너편으로 넘어갔다. 



펄트니 다리를 건너면 에이본 강가로 내려가는 계단이 바로 나온다. 그리고 대부분의 여행객은 이 계단을 따라 내려간다. 나도 바스에 올 때마다 펄트니 다리를 건넜고, 그 때마다 다른 여행객과 마찬가지로 이 계단을 타고 강가로 내려갔다. 하지만, 이번에 우리는 길을 따라 조금 더 걸어갔다. 그 너머에 건물이 길게 이어지는 모습이 멋있어 보이기도 했고, 그냥 그곳의 풍경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바스 강가만 바라보고 그곳만을 향해 여행했다면, 지금은 바스도 꽤 여러번 와서인지 목적지를 정하더라도 주변을 둘러보면서 여행하는 여유가 생긴 것이다. 에이본 강 반대편에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조용했고, 노란색 계열의 건물이 조화롭게 지어져 있었다. 그리고 다리 건너서 바로 나오는 교차로에는 작은 분수가 하나 있었는데, 분수 뒤로 일자로 이어지는 길과 건물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더 멀리 가지 않고 다시 펄트니 다리로 돌아왔다. 우리가 원래 가려고 했던 에이본 강으로 내려가기 위해서이다. 앞서 말했던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강 바로 옆에 있는 공원이 나오고 그곳에서 펄트니 둑의 모습을 정말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다. 둑과 그 뒤에 있는 세월의 흔적이 중후하게 깃들어 있는 건축물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우리는 에이본 강을 따라 만들어진 산책로를 걷기 시작했다. 멀지 않은 곳에 에이본 강을 건너는 또 다른 다리인 노스 퍼레이드 다리(North Parade Bridge)가 보여서, 그곳까지만 강 옆을 걸어보기로 했다. 그 다리에 도착하자 다리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고, 우리는 다리 위로 올라왔다. 다리 위에 서면 바로 앞에 높은 교회 첨탑이 보인다. 그 교회가 세인트 존 전도사의 교회(St. John Evangelist's Church)인데, 지금까지의 바스 여행에서 미처 보지 못했던 곳이기도 하다. 건물이 멋있어서 교회 근처까지만 가보고, 교회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다시 도심으로 들어갈까? 같은 길 말고, 다른 길로 한 번 가보자."


우리는 다시 중심가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은 우리가 걸어온 길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조금이라도 새로운 모습을 보고 싶었기 때문인데, 그 길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장소를 만나게 되었다. 작은 상점이었는데 보라색 꽃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창문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멀리서 보기에도 특별한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짝꿍은 보자마자 이 장소를 바로 알아봤다. 바로 넷플릭스에서 방영하는 영국 드라마, 브리저튼(Bridgerton)의 배경이었다. 나는 이 드라마를 보지 않아서 몰라봤지만, 이 상점 앞에서 사진을 찍고 가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사실 드라마를 안 봐서 이 장소의 의미를 모른다고 하더라도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예쁘고 아기자기한 장소였다.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이 끝나길 기다리면서 짝꿍은 이 장소가 어떤 장면에서 나오는지 나에게 설명해줬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짝꿍은 보라색 꽃 장식 아래에서 예쁜 사진을 찍었다. 상점이 문을 열어서 내부까지 볼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외부 모습만으로도 짝꿍은 충분히 만족스러워했다. 


우리는 가던 길을 이어갔다. 로만 바스를 다시 지났고, 이제는 많이 한가해진 중심가를 걸었다. 그곳을 지나서 조금 더 가니까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공간이 나왔다. 식당과 펍 등이 모여있는 장소였는데 오후에 상점이 모여있는 거리에 있던 사람들이 저녁 때가 되니까 이곳으로 다 모여온 것 같았다. 유명한 식당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펍에서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았다. 우리도 저녁을 먹고 움직일까 하다가 목적지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식당에 가기로 했다. 아직은 배가 많이 고프지 않았고 어두워지기 전에 바스를 조금 더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당의 유혹을 뿌리치고 길을 계속 걸었다. 언덕을 조금 오르면 회전교차로 형태의 커다란 원형 도로가 나온다. 도로 안에 있는 섬에는 커다란 나무가 심어져 있는데, 이곳에 우리의 추억이 깃들어 있다. 나와 짝꿍이 연애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날, 바스로 함께 놀라왔던 우리는 이 나무들 아래서 사진도 찍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서로에 대해 조금은 더 알아갔던 곳이다. 그 추억이 깃든 장소에 오랜만에 찾아오니까 묘한 감정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 곳에 원래 있던 추억 위에 또 다른 추억 하나를 쌓았다. 



추억을 뒤로 하고 우리는 우리가 바스에 남겨놓은 또 다른 추억의 장소를 찾아갔다. 그 장소는 바로 로열 크레센트(Royal Crescent)로, 이 곳은 바스에서 이미 유명하여 많은 여행객과 바스 시민들이 찾는 공간이다. 18세기 중후반에 지어진 초승달 모양의 건물에는 총 30개의 집이 들어서 있는데, 그 중 28개 집에 여전히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나머지 2개는 박물관과 호텔로 이용되고 있다. 여러 드라마와 영화가 이곳을 촬영지로 활용했고, 앞에서 언급했던 브리저튼의 일부 장면도 이곳에서 촬영했다. 영국 정부는 이 건물을 1등급 건축물로 지정하여, 이 건축물의 역사적/건축학적 가치를 인정하고 보존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곳은 초승달 모양의 건물이 커다란 잔디밭을 감싸고 있는 형태로 독특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잔디밭 위에서 건물을 바라보면 건물이 나를 감싸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고, 그로 인해 다소 포근한 느낌이 드는 공간이다. 독특한 형태의 건물을 볼 수 있고, 그 앞에 있는 거대한 잔디밭에 앉아서 휴식을 취할 수도 있는 이 공간에는 다양한 목적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온다. 그들은 이곳을 둘러보러 오는 여행객일 수도 있고, 잔디밭에 앉아서 쉬기 위해 오는 바스 시민일 수도 있다. 또는 친구들끼리 피크닉을 즐기러 찾아오는 학생들일 수도 있다. 우리는 바스 시민인 척 하는 여행객이었다. 이곳을 둘러보기 위해 찾아간 여행객인데, 이 장소가 주는 분위기와 기운이 너무 좋아서 자연스럽게 잔디밭에 앉게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이 장소는 내가 바스를 여행할 때마다 찾아온 장소이다. 아직 바스의 모든 장소를 다 봤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바스에서 내가 가장 애정하는 장소도 바로 여기이다. 


로열 크레센트를 마지막으로 우리의 바스 여행은 끝났다. 우리는 이곳에서 기차역으로 돌아가는 길에 피자집에 들러서 저녁을 먹었다. 식당이 모여있는 거리에는 여전히 사람이 많았고 시끌벅적했다. 그 활기찬 분위기를 뒤로하고 우리는 브리스톨 숙소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찾은 바스는 여전했다. 여전히 아름다웠고 웅장했으며, 활기가 넘쳤다. 다음에 근처에 갈 일이 있다면 바스는 또 다시 들르지 않을까. 그만큼 바스는 나와 짝꿍 모두 좋아하는 도시이다. 그럼 바스에 대한 이야기는 이것으로 마치고, 다음 포스팅에는 또 다른 장소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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