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되는 마흔의 비밀

1장 종잡을 수 없는 인생

by 봄울

1-6. 귀농,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직업 농부

‘알라~ 아크바르’ 하루에 다섯 번씩 울리던 아잔소리가 더는 들리지 않았다. 저녁이 되면 가로등의 불빛도 보이지 않았다. 귀국을 결정하고, 남편은 2개월 먼저 한국에 들어와 터를 잡아놓았다. ‘어느 나라도 농업을 포기할 수 없어.’ 조금 거창해 보이는 철학과 조교시절 방문했다던 선진농업인들을 떠올리며 ‘농촌도 잘 살 수 있어.’ 하는 마음으로 선택한 일이었다.

창고로 사용하던 컨테이너가 집이 되었다. 들어가려면 고개를 허리까지 숙여야 했다. 정면으로 화장실이 마주하고 있는데, 낡은 좌변기 하나와 세면대 하나가 보였다. 컨테이너는 넓은 원룸 형태로, 왼쪽 구석에 주방가구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남편은 한 달에 걸쳐서 도배와 장판을 끝마쳤다. 얼마 후 운이 좋게도 마을의 부녀회장님이 1,260평의 대추밭을 임대해 주셔서 대추 농사가 시작되었다.

겨울철에는 불필요하게 여기저기 뻗어있는 가지들을 솎아내는 전지 작업을 해야 했다. 두꺼운 잠바, 털모자와 마스크, 장갑까지 챙긴 후에 대추밭으로 나갔다. 남편은 마을 누군가에게서 배운 대추나무 전지하는 방법을 나에게 설명해 주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시작한 가위질을 서툴렀다. 몇 번 하지 않았는데도 손가락이 말을 듣지 않았다. 봄이 오기 전에 전지작업을 마쳐야 대추나무는 설계자가 계획한 모양대로 가지가 자란다. 영양분이 불필요하게 전체에 가게 되면 원하는 열매를 얻을 수 없는 거다.

대추밭에 애정을 가져보려고 대추골마다 요르단 지명이름을 붙였다. 마다바, 페트라, 암만, 제라쉬, 아카바, 카락. 찬바람이 부는 겨울 대추밭, 취향껏 좋아하는 음악을 켜놓고 전지작업을 한다. 보온병에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가득 담아 놓고, 일하다가 얼어있는 손을 조금씩 녹이면서 같은 작업을 무한 반복했다.

남편은 농사에 몰입했다. 벚꽃이 만개하여 보은 곳곳에 잠시 차를 세우면 멀리 나가지 않아도 걸을 수 있는 꽃길이 보여도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여름철 너도나도 휴가계획을 세울 때, 남편은 오로지 ‘대추밭 돌보기’에 사명이 있는 것처럼 휴가는 꿈꾸지 않았다.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영농일지를 작성했다. 내 눈에는 ‘대추에 미친놈’처럼 보였다.

‘식물은 농부의 발자국소리를 들으며 자란다.’ 남편의 수고를 인정해 주듯 대추밭에는 알이 굵은 대추들이 잘 맺혔다. 정부보조를 받은 대추선별기로 크기에 따라 생대추를 분류했다. 늦은 시각까지 대추를 선별해서 저장고에 옮겨다 놓는다. 블로그와 지인을 통해 주문이 들어왔고 아침에 포장 작업을 시작한다. 어느 날에는 잠을 1시간밖에 못 자기도 했다. ‘이러다가 죽을 거 같은데’ 서로 피곤함이 쌓이자 부딪히는 일도 잦았다. ‘수확이 길어야 한 달이야. 한 달만 참아보자.’ 쉴 틈 없이 주문은 쇄도했고 생대추는 완판 했다. 임무완수를 한 것 같아서 뿌듯함이 느껴졌다.
일 년만 땀 흘린 만큼, 완만한 만큼 어느 정도 수익이 났으리라 기대했다. 대추는 한 알 한 알 손으로 직접 따야 해서 인건비가 많이 드는 작물이었다. 드는 비용을 줄기고자 양가 가족들을 총동원해서 대추를 수확하고, 대추축제장에서 판매하는 일도 친정엄마의 도움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익률은 처참했다.

10년 된 농기계 SS기는 650만 원,
대추밭 임대료 280만 원(평당 2,258원)
비료와 퇴비로 100여 만원,
농약(칼슘, 마그네슘) 영양제가 100여만 원,
정부보조로 구매한 대추선별기는 50% 보조를 받아서 195만 원

1년 농사를 지은 총수입은 1,500만 원이었다. 농사를 하기 위한 지출은 1,325만 원. 손에 떨어지는 수익은 175만 원이 전부였다. 이것을 12개월로 나누면 수입은 한 달에 145,833원이고 2명이 농사를 했으니 72,916원. 한 달 월급이 8만 원이 되지 않는 셈이다. 하루 일당으로 2,430원을 받을 거라는 걸 알았다면 취업을 했을 텐데. 시간당 임금이 303원의 일을 누가 한단 말인가? 2016년 최저시급은 6,040원이었다.

5년이라는 계약기간이 있어서 이 시간을 채우는 동안 끊임없이 농사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해가 바뀌어도 수익률이 좋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한 해 농사가 잘되면, 다음 해는 흉년이라 결과는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대로는 안될 것 같아. 다른 일을 해야겠어. 남편도, 나도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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