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되는 마흔의 비밀

3장. 이제 진짜 바뀌자! 나를 바꾸기 위한 리부트 프로젝트

by 봄울

3-1) 일단 일하자! - 기간제 근로자


출산을 하고 나서 가정에 보탬이 되고자 일자리를 찾아 나섰다. 보은이 시골이다 보니 일자리가 다양하지도, 풍부하지도 않았다. 워크넷을 찾아보고, 보은군 홈페이지를 검색을 해서 조건에 맞아 지원할 수 있는 곳이면 가리지 않고 원서를 제출해 보았다. 내 수준에서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 기간제근로자 같았다. 별다른 자격증을 갖고 있지 않았고, 특별한 기술도 없었기 때문이다. 남편을 도울 마음이 있었기에 ‘모텔청소라도 괜찮아!’ 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아이아빠는 자신의 체면 때문이었는지 청소하는 일은 원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든지 괜찮아!’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섰다.


‘네가 40살 넘어서는 아줌마인데, 더 나이가 들면 누가 너를 써주겠어?’


비아냥거리는 남편의 말에 독을 품고 원서를 더 제출했다. 마침내 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최저시급 노동자에 5개월만 일할 수 있는 기간이 정해진 일자리. 다음 수를 생각할 겨를이 없이 그저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에 기분이 좋았다.


첫 출근길, 오랜만에 화장을 하고, 세미정장 스타일의 옷을 입고, 구두를 신었다. 군청에서는 청바지나 짧은 옷은 피해야 한다는 권고사항이 있었다. 최대한 튀지 않게,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다르지 않게 입으려고 노력했다. 나와 같은 날짜에 입사한 사람은 2명이 더 있었다. 키가 작고 아담해 보이는데, 분위기 있는 잘 갖춘 옷을 입은 고상한 사람 1명, 몸집이 나보다 1.5배는 되어 보이는 덩치가 큰 사람 1명, 둥근 인상에 통통한 몸매를 가지고 있는 사람 1명이었다. 통통한 몸을 가진 분이 몇 개월 전에 먼저 입사한 선임 기간제근로자분이었고, 나를 포함한 나머지 2명에게 해야 할 업무를 알려주었다. 우리의 업무는 재무과 재산세팀에서 지방세 세금을 매기기 위한 일이었다. 군청에는 본관 건물이 있고, 민원 업무를 처리하는 별관이 따로 있었는데, 내가 소속된 개별주택조사팀은 두 건물 사이를 이어주는 조그만 연결통로 건물에 위치해 있었다. 기간제근로자 4명만 업무를 보는 작은 방인 셈이었다.

‘우리끼리 있어서 오히려 편해요.’


선임자는 이렇게 말을 해주었다. 특별한 업무 지시를 받을 때에만 공무원 주무관이 와서 이야기를 해주고 갔다. 아파트는 거래량이 많다 보니 공시지가나 매매가를 알아내기가 쉽지만, 지방에 귀농이나 귀촌을 해서 시골 구석에 집을 지은 사람들은 내 건물의 금액이 얼마인지, 어느 정도가 적정금액인지 알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표준주택이라는 것을 정하고, 그것과 비교하여 공시지가를 정하고, 그것에 따라서 지방세 세금을 매기게 된다. 새롭게 지어진 건물에 대해 실제로 건축물대장에 표기된 것과 같은 재료가 들어갔는지, 건물의 위치와 방향, 높이가 어떠한지 실사를 나가서 살피고, 기록하고, 자료를 만드는 일이 우리 팀의 업무였다. 그 이외에도 각종 입력을 해야 하는 업무들이 있으면 공무원의 지시에 따라 진행을 하곤 했다. 보은에 있는 면들을 4 등분하여서 담당을 맡았고, 각 지역에서 새로 지은 주택이 있으면 조사를 하러 출장을 나가곤 했다. 업무는 재미있었고, 함께 일을 하는 동료들도 좋은 분들이셔서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었다.


출장을 나갈 때는 네이버지도나 카카오맵을 통해서 가야 할 장소의 위치를 파악하고, 길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검색을 해놓았다. 신축되었거나 증축된 주택의 건축물대장을 출력해서 간 뒤 주소지 위치와 건축물대장의 위치가 맞는지 비교하고, 실제로 지어진 주택의 사진을 찍고, 그 내용을 군청에 돌아와서 컴퓨터에 업데이트해놓는 일이다. 지붕의 재료가 무엇인지도 재산세 매기는 데에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함께 일하는 4명 중에 가장 젊어서 그랬는지 할당받은 업무를 제일 먼저 처리했고, 남은 시간에 독서를 하거나 짧은 TED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일을 해서 생긴 돈으로 책을 살 수 있는 것이 행복이었다. 지적 호기심은 구매력이 생기면서 화산이 폭발하듯 했고, 일과 독서는 삶의 활력소가 되어주었다.


나비의 날갯짓.

나비 효과란 초기 조건에 아주 작은 차이가 결과적으로 엄청난 차이를 초래하는 특징이 있다는 것을 밝힌 이론이라고 한다. 5개월 동안 일할 수 있는 최저시급 근로자 일은 나에게 나비의 날갯짓과 같았다.


세상에 쓸모 있는 사람이 되는 기분,

최저시급일지라도 수입이 있어서 책 한 권을 살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삶의 기쁨을 경험하기에는 충분했다.


사람들과 소통해 보니 위로가 된다.

함께 일을 해보니 '일 잘하는 나'도 보인다.


문 밖을 나올 때는 두려움에 손이 덜덜 떨렸는데,

막상 나와보니 축제 같은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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