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되는 마흔의 비밀

3장. 이제 진짜 바뀌자! - 나를 바꾸기 위한 리부트 프로젝트

by 봄울

3-2 온라인 판매, 첫발을 떼는 용기


5개월 기간제 근로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가 터졌다. 회사에서 예정됐던 출장이 취소되면서 약간의 자유시간을 얻게 될 즈음, 남편은 여성청결제를 만드느라 진이 빠져나갈 지경이었다. 그는 서른다섯의 나이에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겠다는 꿈을 안고 정부지원과제에 도전했다. 낮에는 대추밭에서 땀을 흘리고,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며 홀로 서류와 씨름했다.


“이거 한번 읽어볼래? 내가 썼는데, 뭔가 어색해.”


남편이 농업기술센터에 제출할 사업계획서를 내밀었을 때,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난감했다. 사업계획서 같은 건 처음이었지만, 그의 힘든 표정을 보니 도와주고 싶었다. 밤새 인터넷을 뒤져가며 사업계획서 양식을 찾아 함께 수정했다.

남편은 농업법인 등록부터 심사와 평가를 위한 PPT 발표까지 모든 것을 혼자 해냈다. 농장 한쪽에 작은 연구실을 만들어 대추잎 성분을 추출하는 방법을 연구했고, 마침내 여성청결제 시제품이 나왔을 때 그의 눈에는 기쁨의 눈물이 고였다.


“드디어 해냈어!”


하지만 정작 제품이 나온 뒤에는 그의 전투력이 0이 되었다. 연구와 개발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 판매와 마케팅할 여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나는 뭐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지만, 방법을 몰랐다. '열심히'만 있는 상태였다. 나는 남편을 돕고픈 마음에 무작정 일을 저질렀다. 남편이 공들여 만든 여성 청결계를 아파트 근처 프리마켓에서 팔아보기로.


“아... 안녕하세요?”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인사를 건넸다. 손에 쥔 제품 샘플이 축축해질 정도로 손바닥에 땀이 차올랐다. 보은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열리는 프리마켓에 여성청결제를 판매하러 나온 나는, 여전히 낯선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두려웠다. 눈을 마주치기도 힘들어 고개를 숙인 채 작은 테이블 위에 제품들을 정성스럽게 배열했다.

바람이 차가워 손끝이 얼얼했지만, 마음은 더 차가웠다.


'또 헛걸음이 될까?'


하는 두려움이 가슴을 짓눌렀다.

손님들이 오기 전, 셀러들끼리 다른 가게는 무엇을 팔러 왔는지 구경을 시작했다. 꽃가게 주인이 내게 다가와 환한 웃음으로 나이를 물었다.


“어머, 우리 동갑이네요! 제품 설명 좀 해주세요.”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가이드를 오랫동안 했음에도 여전히 낯선 이와의 대화는 어려웠다. 목소리가 떨리지 않게 심호흡을 한 뒤,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이건... 저희 남편과 제가 직접 개발한 여성청결제인데요. 대추농장을 하면서 알게 된 대추잎의 항균 효과를 활용했어요.”


꽃가게 주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제품을 하나 구매해 주었다. 첫 손님의 등장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그 후로는 오후 내내 발길이 뚝 끊겼다. 옆에서 지켜보던 액세서리 셀러가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이 제품은 청주 프리마켓에 나가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거기가 더 규모가 크고 타깃층이 많거든요."


그 말에 용기를 얻어 다음 주, 참가비가 보은보다 2배나 비싼 청주 프리마켓에 참가 신청을 했다. 비용을 지불하며 속으로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어쩌지?


예상대로 청주에서도 낯을 가리는 내 성격 탓에 먼저 다가가지 못하고 손님들이 와주길 기다리기만 했다. 소극적인 셀러에게 찾아오는 이는 드물었고, 결국 매출은 신통치 않았다. 차가운 바닥에 앉아 떨어지는 제품을 바라보며 눈물이 고였다.

거울을 보며 나 자신에게 한숨을 쉬었다.


"미련한 여자, 뭐라도 해보자."


청결제의 유통기한은 2년이었다. 그 사이 둘째 출산을 하고 몸을 추스르느라 1년의 시간이 훌쩍 가버렸다. 집 창고에 쌓인 제품 상자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남편의 피와 땀이 담긴 제품들이 유통기한만 다해가고 있었다. 아이들이 낮잠을 자는 짧은 시간, 나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강의를 찾아보았다. 육아와 가사, 일의 무게에 지친 나에게 유튜브는 작은 위로였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그것을 얻기 위해 작은 행동부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당신의 꿈이 너무 크게 느껴진다면, 오늘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일부터 시작하세요.”


강사의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작은 일부터 시작하라.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작은 일은 무엇일까? 영상을 보며 물들여진 눈으로도 창고에 쌓인 제품들이 보였다.


‘여성청결제, 어떻게 팔 수 있을까?’


마음 한편에 골칫거리가 떠올랐다. 운영하는 블로그를 통해서 홍보를 해보았지만, 생대추를 판매할 때와는 달리 1건도 판매되지 않았다. 인스타그램에도 올려보았지만, 아이들 사진과 일상이 대부분인 계정에는 지인들만 팔로워로 있는 상태였다.

그러던 중, 인스타그램 유료 강좌에 대한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강사의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제대로 된 마케팅은 시간과 비용의 투자가 필요합니다. 그것이 결국 더 큰 수익으로 돌아옵니다. 아낌없이 투자한 만큼, 당신의 브랜드는 성장합니다. 당신이 망설이는 그 순간에도 누군가는 이미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에이, 무슨 강의를 돈을 내고 들어?’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유료 결제는 마음의 벽에 걸리는 부분이었다. 부엌 서랍을 열어 가계부를 확인했다. 빠듯한 살림살이에 18만 원이라는 돈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었다. 아이 분유값, 기저귀값... 계산기를 두드리며 고민했다. 하지만 창고에 쌓인 제품들, 그리고 밤낮없이 일한 남편의 모습이 떠올랐다.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라 강의를 들어야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밀려왔다.

떨리는 손가락으로 핸드폰 화면을 탭 했다. 결제 완료 문자가 도착하자 심장이 쿵쾅거렸다. 생애 첫 유료 강좌 등록이었다. 내 돈이 들어가고 나니 마음가짐이나 눈빛이 달라졌다.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 듯이 공부에 몰입했다. 노트를 펼치고 강의 내용을 빽빽하게 적어 내려갔다.


"한 가지 주제로 50개 정도의 글을 쓸 수 있다면, 사람들은 당신을 전문가로 여길 것입니다. 전문가가 되는 것은 모든 것을 아는 것이 아니라, 한 가지를 깊이 파고드는 것입니다. 당신만의 이야기를 찾으세요."


강사의 말에 농업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고, 피드를 관리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대추밭에서 일하는 사진을 찍기 위해 남편에게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포즈를 취해달라고 부탁했다. 처음엔 어색해하던 남편도 내 열정을 보고 웃으며 도와주었다.


“당신 정말 열심히 하네. 나도 다시 힘을 내야겠어.”


다음 날 아침 일찍, 새벽안개가 자욱한 대추밭으로 나갔다. 이슬을 머금은 대추잎이 햇살에 반짝이는 모습, 붉게 익어가는 대추가 무거워 휘어진 가지, 흙 묻은 장화를 신고 나무 사이를 거니는 남편의 모습을 담았다. 특히 마음에 드는 장면은 커다란 대추나무 아래 쪼그려 앉아 막 떨어진 대추를 줍는 남편의 뒷모습이었다. 그 사진에서는 대추 농부의 일상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농사를 하고 있고, 그러면서 대추잎의 좋은 성분을 알게 된 내용을 글에 담아서 진정성 있게 소통을 하고 싶었다. 이런저런 연습을 하는 계정도 하나 더 만들라는 조언도 들어서 시키는 대로 따라 했다.

밤에 아이들이 잠든 후, 거실 소파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농민신문을 구독했다. 농업과 관련된 책도 구매해서 전문성을 키웠다.


‘올릴 게 없으면 기상인증샷이라도 올려라’

는 조언에 따라 매일 오전 4시에 일어나는 습관을 들였다. 처음엔 힘들어 알람을 여러 번 껐지만, 점차 일찍 일어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새벽녘 창문 밖으로 보이는 별빛 아래 대추나무 실루엣을 사진으로 담아 #미라클모닝 해시태그와 함께 올렸다. 놀랍게도 같은 시간에 일어나 인증을 하는 부지런한 사람들이 꽤 많았다.


‘해시태그는 15개씩 달아라’라는 강의 내용에 따라 어떻게든 개수를 채우려고 애를 썼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점차 #여성청결제 #대추잎효능 #찐농부 #여자농부 #엄마의발견 같은 해시태그를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좋아요를 눌러준 사람들 계정을 방문해서 인사를 하고, 댓글을 달아서 소통을 해라.'는 조언도 따랐다. 낯가림이 심한 성격이지만, 온라인상에서는 조금씩 용기를 내서 댓글을 달고 소통했다. 그렇게 하루에 3시간씩 인스타그램에 정성을 쏟았고, 매일 최소 6개에서 많게는 15개의 게시글을 올렸다.

어느 날, 놀라운 댓글을 발견했다.

'I wish I could come see your jujube farm, but it's a long ways from New Mexico.'


#jujubetree로 올린 해시태그를 보고 외국인이 댓글을 단 것이었다. 처음 보는 외국인의 관심에 가슴이 뛰었다. 구글 번역기를 돌려가며 영어로 답글을 달았다. 내 작은 농장이 지구 반대편에서도 관심을 받다니, 기쁨이 차올랐다. 온라인으로 소통을 한다는 것이 새로운 즐거움이 되었다. 편집하는 프로그램을 알아가고, 사진이 잘 나오는 스노우앱을 알게 되었다. 처음 스노우앱으로 내 얼굴을 찍었을 때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앱이 자동으로 내 얼굴에 고양이수염과 귀를 달아주었기 때문이다.


“오늘 대추 농장에서의 하루를 공유합니다! #찐농부”

라는 글과 함께 고양이 필터로 찍은 웃는 내 얼굴과 대추밭 사진을 나란히 올렸더니, 예상보다 많은 좋아요와 댓글이 달렸다. 이렇게 재미있게 소통하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손가락에 굳은살이 박힐 정도로 매일 밤 스마트폰을 두드리며 온라인이라는 신세계에 작은 온라인 건물을 조금씩 세워나갔다.

강의를 들은 지 5개월 만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1+1 공동구매 이벤트를 시도해 보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공동구매 게시글을 올렸더니, 좋아요 155개, 댓글 15개가 달렸다.


“아하, 마르하바~ 좋은 제품을 만드셨으니 멋지게 판매하시는 일 또한 파이팅입니다.”

“첨부터 관심 있었던 제품이었는데 저도 얼른 사둬야겠어요.”


댓글을 읽을 때마다 눈물이 핑 돌았다. 처음 시작할 때는 반신반의 마음으로 도전했는데, 격려하고 응원을 해주는 분들이 많이 있었다. 야호! 내 마음이 그들에게 닿은 기분이 들었다.

공동구매가 마감된 후, 남편과 함께 밤새 포장을 했다. 구매자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확인하며 정성껏 포장하는 동안 남편의 얼굴에서 오랜만에 활기를 볼 수 있었다.


“고마워, 당신 덕분에 우리 제품이 빛을 보게 됐네.”


남편의 말에 가슴이 뭉클했다. 주문량이 너무 많아 손가락이 아프고 허리는 뻐근했지만, 그 어떤 고통도 기쁨을 앞지를 수 없었다. 유료결제는 시행착오를 줄여주고, 시간을 아껴주는 행동이었다.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SNS 실력을 키워주었다. 그 투자는 공동구매를 통해 결제한 금액의 몇 배 이상 수익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 경험에서 얻은 것은 단순히 금전적인 성공이 아니었다. 내가 얻은 진짜 보물은 시도할 용기였다. 낯가림이 심한 내가, 마음만 앞서고 실행력이 없던 내가, 드디어 무언가를 해내기 시작했다는 자신감이었다. 프리마켓에서 처음 떨리던 손으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던 그 여자는 이제 온라인에서 당당히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제품을 소개하고, 다른 이들과 소통하는 사람이 되었다.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계획이나 타고난 재능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저 첫 발을 떼는 용기, 그리고 자신을 믿고 투자하는 마음. 그것이 평범한 농부의 아내를 작은 창업가로 바꾸어 놓았다.

앞으로도 실패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알고 있다. 실패는 끝이 아니라 다음 도전을 위한 디딤돌일 뿐이라는 것을. 그리고 가장 큰 실패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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