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싶은 일이 생겼다.

제천 장애인가족센터 방문하다

by 봄울

진안 보듬센터를 방문하기 전날, 이곳을 소개해준 기자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진안 센터장님하고 연락이 잘 닿지 않아요.

정말 죄송한데, 혹시 지난주 가족캠프에서 만났던 제천 장애인가족센터를 대신 방문하시면 어떨까요?”


“그렇게 하시죠.”


진안 보듬센터는 센터장님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소식을 들었던 터라,

전화를 받지 못한 것이 일부러 거절하는 건 아닐 거라 생각했다.

이번 방문은 보은에도 발달이 느린 아이들을 위해 배우고자 하는 선진지 견학의 의미였으니,

마음을 열고 다른 길을 택하기로 했다.


“제 차 가스차인데, 제 차로 갈까요?”


기자 엄마의 제안에 나는 “그러시죠”라고 답했다.

하루 종일 함께하는 건 처음이었지만, 발달이 느린 아이들 이야기보다는

남편 이야기에 더 맞장구를 치며 웃다 보니 2시간은 10분처럼 훌쩍 지나갔다.

제천은 진안보다 30분가량 더 멀었다.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사서 나눠 마셨다.

지극히 아줌마다운 선택이었지만, 실속이 더 중요한 우리에게 잘 어울렸다.


제천장애인가족센터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생긴 장애인가족센터였다.

그래서인지 여러 시도와 사례가 쌓여 있었다.

지난번 2박 3일 캠프에서 만난 센터장님이 방문을 권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보은의 학령기 부모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하루 전날 문의했음에도 환영의 문구가 준비되어 있었고, 그 따뜻한 배려에 마음이 녹았다.

센터장님은 장애인가족센터가 국가에서 인정받는 기관이 아니라 기타시설로 분류된다는 현실을 들려주었다. 그 때문에 국회 앞에서는 장애인 연대의 시위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겉보기에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건물들이 있어도 실제 예산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이 무거워졌다.


'아이랑 한 번 더 놀아주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무엇이 불안해서 여기까지 오는 걸까?'


센터장님은 처음 우리를 만나기 전, 이런 생각을 했다고 했다.

하지만 나의 발걸음은 불안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세상이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이 아니라,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무언가를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번 방문은 나에게 또 다른 깨달음을 주었다.

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들, 그리고 다양한 기관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싸우고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혼자서는 할 수 없지만, 함께라면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이었다.

나는 그동안 모든 것을 내가 다 하려 하지 않았나 돌아보게 되었다.


돌아오는 길에 의림지에 들렀다.

삼한시대에 축조된 저수지는 오랜 세월 농사에 도움을 주었고,

지금은 울창한 나무와 어우러져 아름다운 관광지가 되어 여전히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고마움과 동시에 부러움이 밀려왔다.


내가 꿈꾸는 것도 어쩌면 의림지와 비슷하다.
장애인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터전.

누구든 와서 쉬어갈 수 있는 공간.


'나 멋지고 대단하지?' 하며 자랑하지 않아도

고요하고 잔잔하게 있는 모습 그대로 아름다우며,

조용하게 그 자리에서 지키는 의림지처럼.


장애가 있든 없든 편견 없이 서로를 존중하며 살아가는 삶.

그런 삶을 꿈꾼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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