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 10 | 그러나 그것은 도둑고양이 나들이 흔적
1
이슬은 로버트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급히 만나야 할 일이 생겼다고 하는 것이다. 함께 어디를 가야 한다나. 그러나 목적지나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단지 석 경위에 관한 일이라고만 할 뿐이었다.
그 말을 듣고 이슬은 갑자기 석 경위가 걱정되었다. 그래서 전화를 했으나 받지 않았다. 여러 번 반복했으나 똑같았다. 음성 메시지도 보내고 카톡 메시지도 보냈다. 혹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닌지 하고. 그러나 날치기범이나 선물상자에 대해서 묻지는 않았다. 너무 부담을 주는 것 같아서. 하지만 석 경위로부터는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바빠서 그런가……?
그러나 어쩐지 일 때문에 바쁜 것 같지는 않았다. 직감이랄까……. 아니면, 로버트가 전화로 한 말 때문인가…….
하!
이슬은 갑자기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되는 거야? 오늘 하루종일 머릿속이고 마음이고 어수선하기만 하고…….
이슬이 로버트와 약속한 장소에 나가서 잠시 기다리자 빨간색 오토바이가 나타났다.
저걸 타고 간다고……? 저번 날 현희처럼? 뒤에서 껴안고 말이지?
이슬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흔들었다.
어쩔 수 없었다. 한시가 급하다고 하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이슬은 시커먼 헬멧을 뒤집어쓰고 로버트의 허리를 꼭 껴안은 채 무지막지한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지난번에 현희가 쓴 그 헬멧을 쓰고 오토바이 뒷좌석에 앉아 남자의 허리에 매달려서. 아직 해는 지지 않았지만 주변 건물들은 모두 등을 환히 켜놓고 있었다. 도로는 그야말로 저녁 러시아워로 온갖 곳이 막히고 있었다. 이러한 시간대에는 위급한 일이라면 오토바이 말고는 다른 선택이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슬은 너무나 아슬아슬해서 간이 다 떨어져 나갈 것만 같았다. 눈을 질끈 감고 있었어도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러다 보니 그러잖아도 꽉 껴안고 있었던 로버트의 허리에 더욱더 결사적으로 매달렸다.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오토바이는 도시를 빠져나가서 고속도로를 타더니 어느 톨게이트를 벗어나 국도로 들어섰다. 그러더니 이내 산길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제 사위는 어둑해져 가고 있었다.
나무숲 사이로 간간이 멀리 보이는 도로와 도시의 현란한 불빛들이 어딘지 멀고 먼 우주의 별 무리처럼 보인다. 은하수 너머 인류의 눈이 가닿지 않은 새로운 우주의 별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는 느낌. 그러나 그마저도 짙은 숲에 가려서 보이지 않고 시커먼 숲 그림자가 나타나면 갑자기 우주의 고아가 된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그와 동시에 어릴 때 어둠에서 느꼈던 것 같은 무섬증까지 올라왔다. 게다가 거친 길을 오토바이가 정신없이 달리며 이리 구불 저리 구불 할 때마다 몸이 이리저리 쏠리면 당장이라도 튕겨나갈 것만 같아 정신이 아득해지고 공포감이 밀려온다.
그렇게 거칠게 달리다가 오토바이는 갑자기 멈춰섰다. 그 바람에 이슬의 몸은 로버트의 등으로 강하게 밀착되어 그 몸과 한 덩어리가 되어 다시는 떨어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이심동체. 마음은 여전히 이슬의 것이니까. 그렇다고 몸을 준 것은 아니지만.
아직도 이슬은 머리가 멍해 있는데 로버트가 낮은 목소리로 말을 한다.
“저 숲 사이로 빛이 보이죠?”
무슨 빛?
이슬은 로버트가 손으로 가리키는 곳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그러자 정말로 저 멀리에서 희미한 빛이 보였다.
그런데 그 빛을 보고 어쩌라고? 그리고 왜 이런 데로 데리고 온 거지? 혹시 내 정체를 안 것일까?
2
운명이란 무엇일까? 그날 그 시간에 그곳에서 그 사건으로 하필 그 사람을 만나는 것, 그것이 운명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일까?
이슬은 세 사람을 만났다. 각각 따로따로. 그런데 그 세 사람이 결국 하나의 사건으로 얽히고 또 같은 무대 위에 오르게 되는 것. 그거 운명 맞지? 그리고 이럴 때 운명은 마치 숙명처럼 느껴진다.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만 하는 것. 피비린내 진동하는 결과와 마주해야 하는 것.
그리고 이 운명인지 숙명인지는 사실 어처구니없이 시작되었다. 운명이나 숙명이라는 거창한 단어와는 걸맞지 않게.
이슬이 교대를 졸업하고 학교로 발령 나기 전 그동안 미루어두었던 배낭여행으로 유럽과 미주 대륙으로 갔을 때였다. 그 시기가 아니면 영원히 배낭여행은 못 갈 것 같아 배짱 좋게 혼자서 떠났던 것이다. 그리고 그때 캐나다에서 한 노신사를 만났다. 세상 얌전하게 살아가던 이슬이 실수를 저지르는 바람에. 아주 작은 실수. 그러나 엄격히 말하면 범죄. 즉 어느 대학 구내의 벤치에 떨어져 있던 조그만 통을 자기 주머니에 집어넣은 것이다. 처음에는 이게 뭐지 하는 호기심으로 그 통을 바라보았으나 그 모양이 너무 고급스러워 살짝 열어보았다. 그랬더니 그 안에 보석이 있는 것이었다. 푸른색 사파이어. 여러 개였다. 공깃돌 크기. 처음에는 모조품이려니 생각했다. 그러나 여자가 진짜 보석과 가짜 보석을 구분하지 못하랴. 이슬은 첫눈에 진짜인 것을 알아보았다.
그 순간 갑자기 쿵쾅거리는 가슴. 이슬은 저도 모르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저마다 바쁘고 모두들 웃고 떠들고 무시하고 무엇엔가 골똘한 채 이슬의 반대 세상에서 존재하고 있었다. 이슬은 그 광경을 보고 눈을 감았다. 아주 꼭. 그런 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일어났다. 그리고 두어 발자국 살그머니 뗀 다음 이내 보통사람들 틈으로 들어가 버렸다. 무표정한 얼굴로. 지금까지 보아왔던 하늘과는 완전히 다른, 전혀 색다른 하늘 아래의 세상으로.
그리고 채 5분도 되지 않아 이슬은 이번에는 또 다른 하늘 밑으로 들어가야 했다.
“Excuse me, ma’am.”
처음에는 자기를 부르는지 몰랐다. 약간은 몽환적인 느낌에 사로잡혀 발이 땅에서 붕 뜬 듯한 상태로 걸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 안 가 이슬은 자신이 파국의 문으로 들어섰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그 다음부터는 그 사람 하라는 대로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로웰 샌더스.
이슬은 지옥을 경험했다. 그러나 그것이 곧바로 꽃길로 연결되는 것을 보고 전화위복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이슬의 익명 해외계좌에 돈이 쌓이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샌더스의 일을 도와준 대가이다. 보석 운반. 특히 사파이어. 샌더스는 사파이어에 집착했다. 자신의 눈이 새파래서 그렇다나.
아무튼 샌더스 덕분에 세계 곳곳에 가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이슬은 미래의 부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좀더 스릴 넘치는 일을 맡았다. 코끼리 보석. 사파이어. 태국 코끼리 보석박람회가 끝난 뒤 약속된 장소에 가서 샌더스에게서 사파이어를 건네받아 적당한 시기에 외국으로 나가 다시 샌더스에게 전해 주면 된다. 그러면 이슬의 통장에 또다시 돈이 쌓이게 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이슬은 샌더스에게 한 가지 지시를 받았다. 서울시 경찰청으로 코끼리 보석 강도에 대한 편지를 보내라고 하는 것이다. 익명으로.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았다. 늘 그런 식이니까. 이슬은 그저 지시한 대로만 하면 된다. 그러나 이슬은 이번에는 자신이 직접 편지를 보내는 대신 다른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즉 자기 반에서 가장 활달하면서도 덤벙대는 반장 송민지를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민지로서는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슬쩍 보석강도 이야기를 꺼내면서 반 아이들을 부추기도록 유도했다. 그리고 민지로 하여금 경찰에 편지 보내는 일까지 이끌었던 것이다.
이러한 일을 하는 도중에 이슬은 의아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처음에는 알지 못했는데, 같은 학교 동료인 문현희 선생의 사촌 석진우 경위가 그 편지를 받은 것이다. 그것도 막 미국에서 돌아온 사람이. 게다가 석 경위는 이슬을 데리고 그 코끼리 보석 경매장에 가주기도 했다. 그 덕분에 뜻하지 않게 자신이 운반해야 할 사파이어가 공개되는 현장에 참여할 수 있었다. 행운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리고 그날 경매 현장의 아수라장과 석 경위가 권총을 발사하는 장면까지 생생하게 목격했다. 하지만 그 어느 구석에서도 의심스러운 면은 없었다. 더구나 석 경위가 영웅적인 행동으로 그 현장을 철저히 봉쇄한 덕에 사파이어가 바꿔치기 당했든 아니든 적어도 겉보기에는 아무런 불미스러운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슬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일이 어떻게 되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 만일 사파이어가 누군가에 의해서 바꿔치기 당했다면 샌더스에게서 운반하라는 연락이 올 것이고, 그렇지 않았다면 아무런 연락이 없을 것이다.
이러한 일이 벌어지는 동안 석 경위는 이슬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이슬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그가 경찰이라는 점이 마치 신발 속의 모래알처럼 이슬의 마음을 약간 불편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그렇지만 이슬은 무엇인가 모를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운명. 어떤 파국으로 향하고 있는 길에서 일어나는 우연의 일치. 그것도 반복해서. 같은 학교 동료 교사인 문현희 선생의 외사촌 오빠인 석진우가 하필 경찰이고, 또 이슬이 맡은 반의 송민지가 보낸 보석강도 제보편지를 받은 사람도 바로 석진우 경위인 것. 게다가 석 경위가 그 보석의 경매현장에 입회하게 되었고, 그 현장에 이슬을 데리고 간 것. 여기에 그 보석이 일반에게 공개되는 순간 정전이 되면서 혼란이 생긴 일. 또한 그 사건에서 석 경위가 권총을 쏘며 출입구를 봉쇄하는 장면까지 목격하게 되었다. 어이없이 계속되는 우연의 일치.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가장 미안하게 생각되는 사람은 반장인 송민지였다. 그 아이는 철저하게 이슬에게 이용만 당하면서도 자신이 그런 상황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그것 때문에 이슬은 많이 갈등했다. 그래서 아쉽지만 당분간 학교를 쉬어야겠다고 생각하고 휴직원을 낸 것이다. 학교에서 계속 민지와 마주쳐야 하는 것이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민지는 이슬에게 전화까지 해서 자신이 경찰에 편지 보낸 사실을 힘겹게 고백하지 않았던가. 이슬은 자신이 그 어린아이를 그런 상태로까지 몰고 간 것에 대해 자책했지만, 그것을 해결할 방법은 없었다. 따라서 그 현실에서 도피하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머릿속이 어수선한 가운데 이번에는 로버트까지 끼어들었다.
우선 아이들에 의하면 로버트가 교장과 가깝다는 사실. 게다가 그 보석박람회와 연결된다는 것. 더군다나 교장과 로버트가 보석경매 날 현장 부근에 함께 나타났다는 것. 이 부분은 이슬을 아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어떻게 이렇게 복잡한 일이 한꺼번에 이슬 주변에서 일어나는 것일까? 바로 그 보석의 운반을 책임질 이슬 주위에서. 이것이 바로 운명인가? 범죄를 음모하는 이슬 주위에 이러한 일이 한꺼번에 몰리는 것. 인과응보? 아니, 운명? 그렇지 않으면 우연의 일치? 연속되는 우연의 일치……?
우연이 겹치면 필연이 된다는데, 이 일은 어떻게 흘러갈까? 이슬은 초조해졌다.
그런 가운데 보석경매일 이후 혹시나 하고 샌더스로부터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엉뚱한 일이 먼저 생겼다.
새벽운동으로 자전거를 타고 나갔다가 로버트를 만난 것이다. 그리고 그를 통해 들은 이야기는 이슬을 거의 실신 상태로 몰아넣었다. 충격과 공포를 동반하며.
3
로버트가 이슬에게 내민 지갑에는 이슬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신분증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그 의미만은 짐작할 수 있었다. 영화나 소설에서 본 것들. 그리고 이슬 자신이 여러 국가를 넘나든 범죄자이기에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은근히 알아본 것들. 그중에 그 신분증 비슷한 것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슬은 갑자기 사고가 마비된 듯 멍한 눈으로 그 신분증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캐나다 경찰. 물론 이슬이 그 신분증을 알아본 것은 아니었다. 로버트가 스스로 자신을 캐나다 온타리오 주 경찰이라고 말했기 때문에 그런 줄 알았을 뿐이다.
그런데 캐나다 경찰이 왜 한국까지 온 것일까? 이곳에 와서 범죄수사라도 하려는 것일까? 혹 인터폴이라면 몰라도 캐나다 경찰이 등장한 것은 뜻밖이다. 하지만 이슬은 캐나다 경찰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겁에 질렸다. 자신이 미국뿐만 아니라 캐나다에서도 샌더스의 일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유럽이나 남미, 동남아에서도 그러했지만. 그러나 이슬이 이전에 조사해 본 바로는 인터폴이 아니라면 외국의 경찰은 한국에서 사법권이 없기 때문에 아무런 행세를 할 수 없다.
인터폴. Interpol. 국제형사경찰기구(ICPO, International Criminal Police Organization). 국제경찰은 처음에 유럽에서부터 유래되었다. 유럽은 크고 작은 국가들이 촘촘히 국경을 맞대고 있고 인종도 다양해서 범죄를 수사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특히 범법자가 외국으로 도망갔을 경우에는 추적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범죄자들은 오스트리아로 도주해서 신분세탁 후 사라지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1차대전 이후 오스트리아 빈의 경찰총감인 요한 쇼버(Johann Schober, 1874~1932)가 1923년에 유럽 20개국의 경찰 대표자들과 회의를 가진 끝에 국제형사경찰위원회를 만들었다. 본부는 빈에 두었고, 초대 사무총장에 쇼버가 임명되었다. 이렇게 해서 1938년까지 많은 활약을 했으나, 1938년 나치가 오스트리아를 침략하면서 국제경찰의 역할은 지지부진해지다가 2차대전이 일어나면서 그 활동이 완전히 중지되고 말았다. 그 이후 2차대전이 끝난 다음 프랑스 파리에 국제경찰본부가 설립되고 새롭게 활동이 재개되었다. 이렇게 해서 처음에는 국제경찰이 유럽 중심으로 활동을 했으나 점차 가입국이 늘어나 현재는 세계적인 네크워크를 가지기에 이르렀다. 처음에는 24개국만 가맹했으나 2021년 현재 190개국으로 늘어났으며, 한국에서는 경찰청 외사수사국이 여기에 해당한다. 싱가포르에 인터폴 제2청사가 있으며, 아시아에서 일어나는 국제범죄는 주로 이곳의 지휘를 받는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국제경찰 분야에서는 여러 면에서 열악한 편이어서 특히 국제공조수사에서는 허점이 많은 편이다.
이슬은 혹 로버트 강이 캐나다 경찰이면서 인터폴 싱가포르 청사를 통해 한국에 파견된 인터폴 요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만일 그렇다면 인터폴 신분증도 함께 보여주었을 것이다.
로버트 강의 설명에 의하면 자신이 국제적으로 수배령이 내려진 ‘블루 마스크’를 찾기 위해 한국에 왔다고 했다. 캐나다 경찰에서는 보석 암시장에서 블루 마스크로 불리는 보석 불법거래 및 국제적인 보석강도가 캐나다인인 것까지는 알아냈지만 아직 그 실체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한국에서 열리는 태국 코끼리 보석경매에 블루 마스크가 나타나서 코끼리 사파이어를 탈취하려 한다는 정보를 수집하고 긴급히 로버트 강을 한국에 파견했다. 현지인 영어교사로 위장해서. 로버트 강이 마침 한국 출신이고, 그의 이모가 초등학교 교장이라는 사실을 이용하여 그 학교에 원어민 교사로 위장하여 들어가게 한 것이다.
로버트 강은 자신이 그 학교에 들어간 것이 운명적이라고 생각했다. 그 학교 3학년 2반 학생들이 장난이긴 해도 보석강도 음모를 꾸미고 로버트 강 자신까지 끼워준다고 한 것이다. 물론 그 아이들한테서 블루 마스크에 대한 단서가 나오지는 않겠지만, 어딘지 아이들을 통해서 블루 마스크에게 다가갈 수 있는 어떤 기회가 생길지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헛된 기대감일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어쩐지 운명이라는 것이 그렇게 해줄 것 같은 느낌이 막연히 드는 것이었다. 경찰이 운명을 믿고 수사를 한다는 것이 웃기는 일이긴 하지만.
로버트 강은 그런 이야기를 재미 삼아 이모인 교장선생님에게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러자 이모는 정말로 무척 재미있어했다. 그리고는 마치 이모 자신이 비밀요원이라도 된 듯이 즐기는 것이었다. 그 뒤 이모는 3학년 2반 아이들이 보석강도 음모를 꾸민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반장인 송민지가 자신과 로버트의 이야기를 엿들어서 남몰래 쉿 하고 신호를 보낸 것 등등으로 은근한 재미를 누렸던 것 같다. 그런 덕분에 코끼리 보석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커져서 그 경매가 이루어지는 날에 로버트 강을 졸라서 오토바이를 타고 함께 보석박람회장까지 갔지만 두 사람 모두 들어가지는 않았다. 그 뒤 이모는 지하철을 타기 위해 곧바로 경복궁 밖으로 나갔고, 로버트 강은 그 박람회장 주변을 돌며 혹 수상한 움직임은 없는지 살펴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석 경위가 보석경매 현장의 참관인이 되고, 그곳에서 정전이 되자 석 경위가 출입문을 통제하고 총을 쏜 것 등 모든 것을 알게 되고서 로버트는 자신이 석 경위를 안 것이 단지 우연만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혹 어떤 운명적인 것이 이끌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게다가 로버트 강이 자신의 신분을 위장하기 위해 이모의 학교에 원어민 영어교사로 들어갔는데, 하필 그곳 3학년 2반 아이들이 장난삼아 한 짓이긴 하지만 보석강도 음모를 꾸미고, 또 그 반의 담임인 채이슬 선생의 동료 문현희의 사촌이 마침 석 경위였으며, 게다가 그 경찰이 또 하필 그 보석경매의 참관인이 된 것이다. 게다가 그날 그곳에서 뜻밖에서 정전사태가 벌어지고 석 경위는 마치 영웅이라도 된 듯 총을 쏘면서 출입구를 봉쇄했다. 이 모든 것이 단지 우연의 일치일 뿐일까?
이러한 생각을 하다가 로버트는 갑자기 석 경위가 궁금해졌다. 게다가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시기가 코끼리 보석 경매와 겹치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하긴 그 시기에 유학기간이 끝났으니 당연히 돌아와야 하겠지. 그런데도 그렇게 우연이 자꾸 겹쳐지는 것이 의아했다. 이런 식으로 자꾸만 우연이 반복되는 것, 무슨 뜻일까……?
그러다가 로버트 강은 손해 볼 것 없다는 생각으로 캐나다 오타와 경찰에 연락해서 석 경위의 미국 생활에 대해 조사해 달라고 부탁했다. 범죄혐의는 없지만, 혹 석 경위가 캐나다에 입국한 기록이 있는지, 또 어느 지역을 방문했는지, 자주 만난 사람은 없었는지, 또한 특이한 동향은 없었는지 등등에 대해서.
이러한 의뢰를 해놓고 로버트는 석 경위에 대해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일에 매달렸다. 그러나 전혀 진척이 없어서 초조해하고 있는 중에 캐나다에서 뜻밖의 소식이 들어왔다. 즉, 석 경위가 여러 번에 걸쳐 캐나다에 들어왔고, 또 한 번은 경찰 조사를 받은 사실이 있다는 것이었다. 오타와의 샌더스 거리에서 어떤 동양인이 집들을 기웃거리며 돌아다닌다는 신고가 들어와 경찰이 붙잡고서 신원을 확인한 것이다. 그 당시 석 경위는 경찰에게 약간은 횡설수설하며 당황해 했지만 특이한 용의점이 없어서 체포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석 경위가 배회하던 동네의 한 골동품점이 그전부터 여러 정황상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어서 경찰의 감시대상에 들어 있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골동품점은 다른 사람의 소유로 되어 있지만 실제 주인이 로웰 샌더스라는 인물이고, 그는 외부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불법적인 보석 매매와도 어느 정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는 점도 알려왔다.
로웰 샌더스. 국제적으로 명망 있는 보석감정가 겸 수집가. 게다가 이번 코끼리 보석 경매에서도 등장했다. 단지 우연의 일치일까? 그러나 이렇게 우연이 계속 겹치면 어떻게 되는 거지?
로버트는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그러던 중 안개가 잔뜩 낀 날 새벽 자전거를 타고 나갔다가 우연히 이슬을 만난 것이다. 우연히. 하지만 우연이 아니라 필연인지도 모른다고 스스로에게 억지를 부리며 이슬에게 다가갔다. 왜냐하면 그전부터 근거를 알 수 없는 이유로 인해 이슬을 몇 번 미행했기 때문이다. 경찰의 본능? 한국 경찰들은 그것을 ‘촉’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아무튼 로버트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본능으로 이슬을 미행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혹 스스로 연애감정은 아닌가 생각했으나, 태생적 게이인 자신이 여자에게 이끌릴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로버트 자신도 혼란스러워하던 차에 새벽 자전거 길에서 우연히 이슬을 만나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로버트는 모험이라도 하듯이 이슬에게 자기 신분을 밝히고, 위험한 일이긴 하지만 석 경위에 대한 궁금증도 말해 주었다. 게다가 샌더스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그러면서 석 경위에게 특이한 일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당연한 일이긴 했지만 그때 이슬이 놀라는 모습은 상상 이상이었다. 로버트 자신이라도 그랬을 것이다.
어떻든 그러고 나서 한 시간도 안 되어 이슬에게서 전화가 왔다. 석 경위가 주었다는 스카프 선물상자에 대해서. 그리고 그 뒤 이슬의 동생이 스카프 상자를 날치기 당했다는 일 등등에 대해서도.
로버트는 석 경위가 그 선물상자에 왜 그렇게 과도한 반응을 보이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경험상 범죄에서는 여러 형태의 선물상자가 등장한다는 사실도 떠올랐다. 그리고 그 생각은 자연스럽게 보석으로 연결되었다.
이슬의 동생 이름이 보석이란 말이지…….
보석이라…….
왜 요즘 보석이라는 단어가 자꾸 언급되는 거지? 특별히 석 경위 주변에서.
석진우 경위와 보석…….
최근에 석 경위와 연결된 보석이 무엇일까?
설마…….
로버트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없다. 불가능하다. 수많은 사람이 그 현장에 있었고 폐쇄회로지만 카메라로 중계까지 되고 있었는데. 그리고 경찰에서는 그 장면이 녹화된 것을 수도 없이 검토했을 테고. 그리니 아무리 괴도 뤼팽이라도 그것은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그날 그 현장은 봉쇄되고 그 안에 있었던 모든 사람은 철저하게 몸수색까지 받았다. 심지어 석 경위까지.
석 경위까지…….
석 경위까지. 석 경위까지……. 석 경위…….
로버트는 머리를 흔들었다.
모르겠다.
그날 하루종일 로버트의 머리에는 선물상자와 사파이어, 그리고 석 경위의 이름 석진우와 로웰 샌더스라는 이름이 끊임없이 맴돌았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의 이름이. 샌더스와 관련되어 아주 살짝 비쳤던 이름.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약간은 찜찜한 그 이름.
그러던 중 로버트는 긴급상황이 발생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4
이슬은 가슴이 서늘해지는 느낌이었다. 로버트의 의중을 도통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시커먼 숲속까지 나를 왜 데려온 거지? 설마 못된 짓을 하려고 그랬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것보다는 캐나다 경찰이라면 한국 경찰인 석 경위보다는 조건이 좀더 좋으려나 하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는 것이었다. 혹 이 컴컴한 숲속에서 어떤(?) 야릇한 일이 생기면 그냥 모른 척하고 내맡겨? 이 남자 인물도 괜찮구만 뭐. 그리고 무엇보다도 캐나다잖아, 캐나다……. (그래서 옛날부터 여자는 ××라고 그랬냐, 안 그랬냐? 칫, 그러거나 말거나. 지금이 무슨 조선시대냐?)
핑크빛 상상이 살짝 스쳐가긴 했지만 여전히 이슬은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경찰이라는 말 자체가 이슬에게는 금기어처럼 느껴지고 있었는데 왜 하필 연속해서 경찰이람? 그것도 한국 경찰을 넘어서 캐나다 경찰까지. 아주 국제적으로 노는구먼.
“지금부터는 좀 위험합니다.”
?
지금 무슨 말을 들은 거지? 위험……?
아니, 지금까지 고속도로와 산길 등을 요리조리 비틀거리며 달려온 것보다 더 위험한 일이 있다는 거야? 나는 지금까지 가슴 졸여 죽는 줄 알았는데. 사나이 그 큼직한 등짝에 바짝 붙은 채 매달려 온 것은 좀 다른 느낌이지만. 문현희 고것이 얌체같이 먼저 경험했겠지만, 아이그 그 짜릿한…….
“얼른 내려서 엎드리세요!”
그 말과 동시에 로버트는 오토바이를 한쪽으로 쓰러뜨리면서 한 손으로 이슬의 팔을 와락 잡고서 끌어당기며 땅으로 주저앉는다. 이슬은 하마터면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질 뻔했으나 그래도 운동신경이 좋아서 그랬는지 몸을 구르듯이 하며 풀밭으로 미끄러져 내렸다. 그러자 로버트가 이슬을 위에서 살며시 누르며 몸을 바닥에 밀착시키는 것이었다. 이것이 차라리 로맨틱한 과정의 시작이라면 좋겠는데…….
이슬은 풀밭에 누우면서 시커먼 숲 위로 펼쳐진 초저녁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낭만일지 모험일지 공포일지 모르게 진보랏빛으로 변해 가는 하늘을.
그와 동시에 이슬의 가슴은 쿵쾅쿵쾅 뛰고 있었다.
여름 해가 막 넘어가기 직전이어서 주변이 아주 어둡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숲속은 무척 컴컴했다. 그래서 웬만해서는 남의 눈에 띄지 않을 것 같은데 그래도 겁이 났다. 혹 저 사람들한테 들키면 어떻게 되는 걸까? 그리고 이 남자, 지금 무슨 비밀작전이라도 하려는 걸까? 그런 것보다는 차라리 낭만적인 작전이 더 좋은데. 지금 이곳 아무도 없는 컴컴한 데서. 분위기가 오죽 좋냐 말야…….
잠시 지나자 로버트는 일어나도 된다고 말했다. 이슬은 가슴이 조마조마한 채 천천히 고개를 들고 몸을 일으켰다. 어느새 숲속은 아주 새카맣게 변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완연한 밤이다. 눈 깜짝할 새에 밤과 낮이 바뀌었다. 이 밤, 로맨스는 어떻게 시작될까……? 은밀하게 찾아오는 낭만의 밤…….
이 남자 혹 이곳에서 내 낭만을 도둑질하려는 것일까? 그렇다면 낭만도둑이라고 불러줄까 보다…….
하지만 이러한 마음속 환상과는 달리 이슬은 조심스럽게 천천히 일어나서 숲 사이로 보이는 불빛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하늘에서 희미하게 빛나기 시작한 별 외에는 주변에는 아무런 불빛이 없었다. 오직 저 멀리에서 어른어른 비치는 작은 빛들뿐.
로버트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어 들여다본다. 무엇인가를 확인하는 모양이다. 그러더니 이슬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핸드폰 불빛에 그 얼굴이 보였다. 무표정. 그러나 이슬은 갑자기 온몸에 한기가 지나갔다. 낭만이 아니라.
그리고 이슬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마치 운명처럼.
로버트가 일어난다. 그리고 오토바이는 그 자리에 두고 앞으로 살금살금 걸어간다. 하지만 이슬에게는 어떻게 하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슬은 로버트의 뒤를 따라 조심조심 걸어갔다.
5
샌더스는 기다리고 있었다. 정보를 살짝 흘려주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수족처럼 부리는 여러 인 물 중 하나를 통해 영국대사관 직원에게 보석 파티 소식에 대해 알려주며 석진우 경위를 초청하도록 했고, 또한 캐나다 경찰에게도 석진우에 대한 정보를 살짝 흘려주었다. 더군다나 이슬의 정체에 대해서도 감질날 만큼만 언급해서 캐나다 경찰이 궁금해서 견딜 수 없게 만들어 놓았다. 그렇게 되면 나머지는 경찰이 알아서 할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은 위의 세 사람을 차례로 제거하기 위한 공작이었다. 그들 셋은 모두 한국인이다. 그리고 지금 한국에 와 있다.
샌더스는 그중에서 일단 두 사람, 즉 석진우와 로버트 강부터 먼저 제거하기로 했다. 태국 코끼리 보석경매를 통해서. 석진우뿐만 아니라 그동안 자신이 부려먹은 하수인들은 적당한 시기가 지나면 모두 감쪽같이 없애버렸다. 오래 놔두면 자신에게 곤란한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그들에게 열어준 비밀 은행계좌의 금액도 만만치 않다. 그것들도 독차지해야 한다. 하지만 채이슬은 당분간 지켜보기로 했다. 우선 다른 두 사람이 급하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목에 걸린 가시처럼 여겨지던 로버트 강을 제거한다면 자신의 앞날이 좀더 편안해진다. 그런데 운이 좋게도 마침 그 녀석이 한국에 와 있지 않은가. 더군다나 어처구니없게도 셋이 모두 가까운 사이가 되어 있다. 그러니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는 셈이다. 일부러 만들려 해도 쉽지 않을 절호의 기회. 저들에게는 운명의 장난이 되겠지만 샌더스에게는 행운 중의 행운이다. 이제 곧 저 둘은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되겠지. 감쪽같이. 아무도 모르게. 영원히.
샌더스는 적당한 시간이 되자 한옥 주변의 경비원들을 모두 철수시켰다. 그리고 손님을 가장했던 부하들에게도 모두 밖으로 나가라고 했다. 이 마지막 파티는 샌더스 혼자서 즐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6
석 경위는 깨달았다. 이 모든 것은 의도된 함정이라는 것을. 코끼리 보석 사파이어. 그것도 모두 가짜다. 아니, 진짜는 이미 샌더스의 손에 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것을 석 경위 자신에게 덮어씌우겠지. 방법은 알지 못하지만 이미 시나리오는 만들어져 있을 테고. 그리고 지금 그 각본대로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었다. 석 경위 나 하나만 제거하면 끝나는 걸까? 그렇게 간단히? 예를 들어 석 경위가 범인이라고 자백하는 글을 남기고 자살하는 것으로 만든다면, 그것으로 해결될까? 그래도 여전히 진짜 사파이어는 사라졌는데, 적어도 태국 왕실에서 만족할까? 체념하고 말까? 물론 자신이 죽은 다음의 일이니 알 바 아니지만 그래도 궁금했다.
7
어두운 숲속에서 로버트는 메시지를 하나 받았다. 캐나다 경찰로부터. 그 내용은 간단했다. 석진우와 마찬가지로 채이슬도 전 세계에 걸쳐 있는 샌더스의 여러 하수인 중 하나라는 것. 메시지에는 긴 내용이 있었지만 다 읽어보지 않았다. 그 사실 하나면 충분하다.
로버트는 순간적으로 이슬을 돌아다보았다. 그리고 이렇게 계속되는 우연의 일치에 다소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8
석 경위는 이제야 코끼리 뒤에 또 하나의 물체가 놓여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검은 금속의 물체. 어떻게 그것을 지금까지 보지 못했을까? 마치 환각상태에 빠진 듯이 이끌려 방에 들어오고 또 의자에 앉는 바람에 정신을 집중하지 못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이제 그 물체, 흰색 코끼리 한쪽 옆으로 아주 조금 삐죽 나온 것을 보았지만 금방 그 정체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총구였다. 권총의 총구.
무슨 뜻일까?
총알은 들어 있을까?
9
동영재 담을 넘어 한옥 안으로 들어간 로버트와 이슬은 조심조심 빛을 향해서 다가갔다. 아무런 인기척이 없는 한옥 동영재 실내 깊숙한 곳. 오직 한 곳에서만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10
방문 밖에서 희미한 인기척을 느낀 석 경위는 소리 내지 않고 의자에서 일어나 코끼리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코끼리 뒤로 손을 뻗었다.
그와 동시에 한옥 동영재 깊숙이에 있는 방의 문이 소리도 없이 열리고 있었다.
[다음 화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