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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연은 발광했다. 미연은 영사관 전체가 울릴 정로도 엄청난 괴성을 지르며 총영사 집무실로 뛰어들어갔다. 총영사는 책상에 앉아서 어떤 미국인 여성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가 깜짝 놀라 엉거주춤 일어나려 하고 있었다.
미연은 총영사에게 달려가 마침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날카로운 페이퍼 나이프를 집어들고 총영사의 어깨를 찔렀다. 그 순간 영사실에 있던 여자가 비명을 지르며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곧이어 영사관 출입문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미국 무장경찰이 영사실로 들이닥치며 칼을 들고 있는 미연에게 총을 겨누었다.
하지만 미연은 이미 한 차례 더 총영사의 어깨에 칼을 내리꽂은 다음 또다시 칼을 번쩍 치켜들고 있는 중이었다.
그 순간 경찰이 방아쇠를 당겼다. 한 발, 두 발, 세 발, 네 발……. 탄창에 있는 총알이 연속적으로 거의 다 튀어나간 다음에야 영사관 전체가 떠나갈 듯 연속해서 폭발하던 총소리는 멎었다.
그 뒤 샌프란시스코 언덕의 한적한 주택가인 클레이 가(街) 일대는 큰 혼란에 휩싸였다. 하루 종일, 그날 한밤중까지. 하지만 그 다음날 새벽이 되자 세상은 또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그리고 어떠한 언론에서도 이에 대한 뉴스는 나오지 않았다.
그해 연말 대통령이 사임했다. 임기 중반이었다. 국민들에게 나름대로 꽤 신임을 얻고 있었고, 야당에서도 그다지 흠을 잡지 못할 정도로 정도(正道)로만 가는 정치인이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날짜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고자 합니다…….”
이러한 서두의 말로 시작된 사임의 변은 아주 짧았다. 결론은 자신은 대통령직에 합당한 도덕성을 지니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더 이상 국민과 나라와 하늘에 죄를 지을 수 없어서 대통령에서 물러난다고 했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 도덕성에 흠집이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먼 후일, 자신이 육군 법무관 시절 한 젊은이와 그 가정을 철저히 파괴한 것에 평생 죄책감을 지니고 있었다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 남긴 회고록에서 그 젊은이의 이름을 밝혔다.
송정섭. [끝]
나잠든 대지우에
-- [아주 슬픈]을 마치면서
나잠든 대지우에 별빛이 나려나려
태곳적 전설들이 밤하늘 수놀적에
그리움 홀로외로워 밤을새워 서러다
님가신 먼먼길을 나홀로 더듬어서
은하길 한발두발 님찾아 헤맬적에
천년을 천만번헤어 님의모습 그리다
나잠든 무덤가에 한송이 패랭이꽃
한밤중 별빛받아 서러이 흐느낄제
한눈물 눈물눈물이 별빛담아 서러다
가실때 떠나실때 손들어 훠이훠이
내울음 설워설워 목메어 삼키고서
나잠든 대지우에다 별빛가득 주소서
[아직 글 하나가 더 남았습니다. 다음 화로 넘겨 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