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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랑스런 후후작가 Jun 12. 2024

행복한 개인주의자

행복한 갱년기 5

치병 이후로 일상이 흔들렸다. 일상이 흔들렸다는 말을 코로나시기에 많이 들었을 테지만 나에게는 365일 코로나에 걸린 것처럼 느껴졌다. 다니던 오랜 직장에 나갈 수 없었고 부인역할 엄마역할 그리고 부모님의 딸역할 언니역할에서 무엇하다 만족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살아있는 것.



처음에는 좌절했고

그다음에는 슬펐다.

그 후론 무기력이 찾아왔고

병을 받아들이고 나서는 편안해졌다.

계속되는 재발로 몇 번의 위기 끝에 찾아온 값비싼 편안이다.


오랜 고민 끝에 8월 말에 휴직처리를 퇴직으로 바꿨다.

남에게 피해 주고 싶지 않고 피해받고 싶지 않은 성격도 한몫한다.

그냥 대충 할 수 없기에 복직을 하지 못하고 놔버렸다.

직장보험료로 꼬박꼬박 나가는 건강보험료라도 아껴서 가정의 보탬이 돼야 한다.


엄마 그냥 평범한 아줌마 되는 거야? 난 싫은데 엄마 학교 나갔으면 좋겠어. 엄마 멋있었는데.

그래 아들아 나도 그러면 좋겠지만 엄마 더 아프면 안 돼.


가진 열정에 비해 건강이 따라주지 못해 내린 결정이다.

이미 암 4기 진행 중인데 더 욕심내다가는 4 후세계 4기로 입성할 수도 있다.

개복수술을 몇 번을 했는지도 이제 가물거릴 정도로 배에 칼자국이 많지만 이렇게 살아있는걸?


뜨거운 물에 반신욕 하는 걸 너무나 좋아하는데 수술하며 생긴 훈장들 때문에 한동안 대중목욕탕에 가지 않았다. 남들 시선과 나 스스로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은 역시 억지로는 오래 못 간다.


아줌마의 힘인가? 아니면 태생적으로 가진 뻔뻔함? 나를 사랑하는 충만한 마음 때문일까?

지금은 나 하고 싶은데로 목욕탕 수영장 다 간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타인에게 관심이 없는 걸 알았다.

주변 눈치 보고 타인 시선 의식하며 살기엔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짧다.

목욕탕에 세신을 받을 때조차 세신사 아주머니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 눈 감고 배드에 누워서 서비스받으면 된다.

아프니까 살살이요.

간혹 물어보시면 거짓되지 않고 심플하게 대답하면 그뿐.

암수술해서 그래요.


짧은 인생을 살며 거짓으로 꾸미면 말이 길어지고 미사여구가 여럿 붙고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아 꼬리를 다는 것을 경험했다.

세상 사람들은 생각보다 남에게 관심이 없고 금방 잊는다. 그리고 진실과 상관없이 본인들이 생각하고 싶은데로 생각하기 때문에 거기에 휘둘리면 내 손해이다.

나는 내 시간과 행복이 중요하고 가끔 남을 위해 양보하거나 노력을 한다면 그것 또한 뿌듯함으로 나에게 도움이 된다.


그렇게 난 지극히 행복한 개인주의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브런치에 글을 쓰며 너무나 행복하다. 끈기가 제로에 수렴하는 내가 이렇게 꾸준히 글을 쓰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재미가 없으면 할 수 없는데 글 쓰며 행복하고 재미가 있다. 독자들도 생기고 나의 존재가치가 더 높아진 기분이 든다. 아마도 난 천상작가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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