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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랑스런 후후작가 Jun 15. 2024

섬세하고 다정한 사람들에게 축복을!

행복한 갱년기 7

한 사람이 참으로 보기 드문 인격을 갖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여러 해 동안 그의 행동을 관찰할 수 있는 행운을 가져야만 한다. 그 사람의 행동이 온갖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있고, 그 행동을 이끌어 나가는 생각이 더없이 고결하며, 어떤 보상도 바라지 않고, 그런데도 이 세상에 뚜렷한 자취를 남겼다면 우리는 틀림없이 잊을 수 없는 한 인격을 만났다고 할 수 있다.

                                                                     -장 지오노 '나무를 심는 사람' 중에서-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는 사람'은 얇지만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책이다. 책의 제일 앞에 에필로그에 황무지의 땅에 아무런 대가 없이 숲을 이룬 주인공에 대한 추앙이 담겨있다.


인복이 있어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행운이지만 그러한 사람들과 오랜기간 관계를 맺고 지켜보며 진가를 알아보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다. 작가도 오랫동안 주인공을 지켜보고 마침내 그가 황무지의 땅에 무성한 숲을 만들어 낸 것을 보며 그를 칭송한다. 대가 없는 순수함과 꾸준함은 누구나 지향하지만 실행하기 매우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다가온 좋은 사람들의 순수한 마음들과 그들의 고결함을 알아보는 안목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쭉정이들이 어느 정도 걸러지고 알짜배기만 주변에 남아서 외로운 사주팔자라지만 주변에 좋은 친구들이 있다.


지나가는 말로 세 가족이라 큰 수박이 부담스러워 먹지 못한다며 여름인데 수박 한번 먹긴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던 적이 있다. 그걸 기억하고는 지인이 저녁 짓다 말고 버선발로 수박 반통을 쪼개서 들고 오셨다. 어찌나 고맙던지 코끝이 시큰했다. 나를 위하는 순수한 마음이 전해져서 수박이 더욱 달콤하고 맛있게 느껴졌다.


섬세하고 다정한 사람들에게 축복을!


'난 솔직해서 이런 것 못 참아. 대신 뒤끝 없잖아.' 이러며 분노조절장애를 무슨 쿨한 성격으로 포장하는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어쩌라고? 너 배려심 없고 공감능력 없는 게 자랑이냐? 공감능력도 지능이야. 저능아야.'라고 직언 날리고 싶지만 내 인생에 크게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이니 안전이별을 준비하며 거리두기 하는것을 선택한다.


브라이언 헤어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보면 늑대와 개의 진화 과정이 흥미롭게 소개되어 있다.

같은 조상에서 진화된 그들이 현재 압도적인 개체수의 차이가 나는 것은 개들의 다정한 성격 때문이라는 것이다. 늑대 입장에서 보면 개는 완전 미친놈이다. 인간을 물어 죽일 수 있는 파워가 있는데 인간들만 보면 침 흘리며 꼬리치고 평생 충성하니 얼마나 하찮게 보였을까? 결과는 늑대는 멸종위기이고 개는 알다시피 가족같은 반려동물이 되었다.


'분노조절 안 되는 늑대야. 네가 하찮게 여기는 개가 지금 위너야.'


친화력은 진화심리학에서 이미 인정한 생존전략이다. 자신이 섬세하지 못하고 남들에게 폐 끼치며 늑대처럼 굴면서 쿨한 척 하다가는 훗날 지구상에 자신의 DNA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나도 나 자신이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많은데 타인에게 완벽을 바라는 것은 멍청한 짓이다. 서로서로 너의 예쁜 구석 봐주면서 토닥이며 살면 그뿐이다.


내가 정의하는 사랑이란 남들이 알지 못하는 그 사람의 예쁜 구석을 알아봐 주는 것이다.

그러려면 오랫동안 같이 지내며 서로 연결되어 있어야 가능하다. 연결의 첫 단계는 애정을 갖고 관찰하는 눈에 있다. 섬세하게 관찰하면 그 사람의 보물 같은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장 지오노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도 이런 맥락이지 않을까 싶다.

한 시대를 빛내고 인류에 공헌한 위인집에 나오는 누구나 알수있는 위인들 말고 우리 주변에 작은 위인들을 알아보는 안목을 가지면 삶이 포근해지고 따뜻해질 것이다.


주변사람들의 예쁜 구석 찾으며 보물찾기 해봐야겠다.  




이전 06화 500만 원 날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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